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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 합병과 관련해 이번에는 그룹의 지배구조 외의 이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바로 지주사 자체의 체질 문제입니다.
지주사는 그룹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기능입니다.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설비투자 등 중대한 자금소요가 생겼을 때 지주사가 나서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지원사격을 할 수 있어야 겠죠. 하지만 셀트리온홀딩스나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현재 상태로 보면, 상당 기간 지주사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자회사에 빨대를 꽂아 충분한 영양섭취를 우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 입장에서 보면, 상당 기간 지주회사를 살찌우기 위한 자금 유출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니 일단 제쳐 두고 셀트리온홀딩스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먼저 볼까요. 순수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돈을 벌어다 줄 별다른 수입원이 없습니다. 쓰는 돈만 있죠. 수입없이 비용만 나가니 실적은 당연히 적자 행진이고요. 지주회사답게(?) 지속적으로 계열사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니 외부 어디선가 돈을 끌어다 써야 합니다. 그런데 셀트리온홀딩스는 증자를 하기 어렵죠? 사실상 서정진 회장 개인회사이니 증자를 하면 결국 서정진 회장이 현금출자를 해야 하잖아요. 결국 금융기관이든 금융시장이든 다른 기업에게서 차입을 해야 합니다.
재무구조는 매년 악화될 수 밖에 없죠. 실제로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약 500억원 정도의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했고, 187억원의 영업손실이 쌓였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55억원의 영업현금흐름 적자,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차입금은 2016년말 2951억원에서 올해 3월말 5817억원으로 두배가 되었고 반대로 자기자본은 적자 누적으로 4007억원에서 339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말까지 193.18%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인 200%를 간신히 지켰지만 올해 3월말에는 218.68%로 선을 넘고 말았죠.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부채비율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지난해말 현재 부채비율 0.14%인 셀트리온헬스케어, 3월말 현재 부채비율 42.8%인 셀트리온스킨큐어와 합병하면 부채비율은 매우 안정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테니까요.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합병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순수지주회사의 약점이 보완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당분간은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화장품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죠. 매출액이 매년 증가하는 기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지난해 기준 586억원 수준으로 손익분기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적자 행진을 하고 있고, 현금이 유입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 역시 아직은 돈이 새는 항아리죠.
매년 적자인 회사인데, 왜 부채비율이 42.8%로 낮을까 싶을 텐데요. 그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상장 계열사의 주가가 오르면서 취득원가 1664억원인 주식의 가치가 3월말 현재 1조2388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보유이익이 1조726억원에 이르죠. 하지만 미실현 이익인데다 처분해서 현금화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 지분 때문에 합병대상에 포함된 것일 테니까요.
셀트리온스킨큐어도 어쩔 수 없이 빚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6년에 10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해 써왔죠. 그 후에도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고, 지난해에는 800억원을 단기로 차입해 전환사채를 상환하는 데 거의 다 썼습니다. 3월말 현재 차입금이 1500억원(전환사채 200억원 포함)인데, 부채비율은 낮지만 처분할 수 없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제외하면 상환부담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벌어서 갚을 능력은 없고, 팔아서 갚을 자산도 마땅치 않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사실상 부채가 없는 회사이지만, 자산이라고는 서정진회장이 현물출자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이 전부입니다. 이 회사를 합병하면 부채비율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역시 셀트리온홀딩스의 차입금을 갚을 돈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순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별도의 수입원이 존재하지도 않구요.
결국 세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할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는 유동성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서정진 회장이 개인의 재산을 털어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다면,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담보로 차입을 하는 형태가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재무구조는 빠르게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주회사의 가장 큰 수입원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각종 수수료수입(경영관리, 브랜드사용료 등)과 배당수입입니다. 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 역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죠.
어쩌면 통합 지주사가 탄생한 후 나타날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이 대목일 수 있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금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입니다. 배당을 하더라도 주식으로 하지 현금은 아껴왔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자린고비라서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배당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죠. 장부상으로는 상당한 이익을 내 왔지만, 사실 두 회사의 현금 사정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고 지난해 두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데 현금 사정이 썩 좋지 않다니 무슨 소리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의 현금사정은 각각 보면 안되고, 함께 보아야 합니다. 셀트리온이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이 바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바이오시밀러 구매대금을 지불해야 셀트리온에 현금이 유입됩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구매대금을 지불하니 셀트리온의 현금흐름은 늘 좋게 나오죠. 그런데 셀트리온에서 사온 바이오시밀러를 외국 시장에서 충분히 되팔지 못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금에 쪼들리게 되겠죠.
실제로 지난 2019년까지 그런 상황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셀트리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늘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늘 적자였죠. 두 회사의 자본적 지출을 하고 난 후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 2016~2019년의 4년간 약 3800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가 계열사 지분 등 영업 외적인 투자에 쓴 돈은 5500억원 가량 됩니다. 돈이 남기는 커녕 모자라는 상황이었죠. 2017년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장자금 1조원이 아니었으면 상당한 규모의 외부차입이 필요했을 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사실상 처음으로 실질적인 현금흐름 창출에 성공했죠. 지난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7033억원을 기록했지만 현금흐름 기준으로는 3192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이상 줄었습니다. 그런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733억원의 현금흐름 창출에 성공하죠. 현금흐름이 선순환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합은 2897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합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금흐름 선순환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배당도 충분히 가능해 지겠죠. 물론 지주사에게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수입을 일으켜 줄 수도 있을 테고요. 기왕에 통합 지주사가 만들어지는 마당이니 지주사의 수익구조나 재무구조를 번듯하게 만들어 줘야 할 역할은 자회사에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배당정책부터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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