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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 하는 것과 함께 SK그룹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일 것입니다. 이미 지난 6월에 인적분할과 액면분할 공시가 이루어졌고, 오는 11월 1일 유무선통신 서비스의 SK텔레콤(존속회사)과 ICT투자기업 sK스퀘어(신설회사)로 분할될 예정입니다. SK그룹은 또 SK㈜의 자회사인 특수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SK㈜가 합병하기로 했죠.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나면 SK그룹의 지배구조가 꽤 바뀌어 있을 겁니다.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SK텔레콤의 분할일 것입니다. SK텔레콤은 사업으로 보나, 자산규모로 보나 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인데다,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죠. SK텔레콤 아래에는 그 밖에도 ADT캡스,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티맵모빌리티, 11번가, 나노엔텍 등 자회사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 중에는 '통신회사가 왜 이런 사업을 할까' 싶은 자회사가 많습니다. 그 동안 SK그룹에서 추진한 크고 작은 M&A가 SK텔레콤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고, 많은 사업들이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인큐베이팅 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SK텔레콤이 거느린 자회사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의 분할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어 왔습니다. 단지 시간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죠. 특히 SK하이닉스를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자회사가 아니라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둔 것이 분할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를 둘 수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증손회사를 두려면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하죠.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텍사스 인스투르먼트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기적절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투자 중 많은 것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일 텐데, 그 때마다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죠.



SK하이닉스는 SK하이스텍, SK하이이엔지, 행복나래 등 몇 개의 국내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 자산규모 1조원이 넘어가는 볼륨감 있는 곳은 전혀 없습니다. 주요 자회사는 모두 외국에 있죠. 100% 지분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SK 그룹에는 지주회사가 총 4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그룹 내 소그룹으로 독립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계열 분리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SK㈜ 외에 SK이노베이션과 SK에프티홀딩스가 지주회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되면, 그룹 내에 또 하나의 중간 지주회사가 생기게 됩니다


SK텔레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무려 103개에 달합니다. 그 중 경영참여 목적인 회사는 69개사에 이르는데, SK하이닉스, 나노엔텍, 드림어스컴퍼니, 인크로스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상장사입니다. 이중 상장이 가시권에 있는 곳으로 ADT캡스, 원스토어, 11번가 등이 있습니다. 분할을 하면,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가 이 회사 지분들을 보유하게 되는데, 향후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SK스퀘어는 구주 매출을 통해 목돈을 쥘 기회가 여러 차례 생길 수 있습니다. SK스퀘어는 그 돈으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M&A 등 투자활동에 나설 수 있겠죠.


SK그룹은 SK스퀘어를 글로벌 ICT 전문 투자기업으로 키운다고 했죠.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추진하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한 국내외 정보통신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되면 SK스퀘어는 저절로 ICT 전문 투자기업이 되겠죠.


그런데 SK스퀘어가 영원히 중간지주회사로 남을 지는 두고 봐야 압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모회사인 SK㈜와 합병하거나, SK하이닉스와 합병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쪽으로 합병을 하더라도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신하게 되고,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죠.


결국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가 지분 보유 제약이라는 현실에 묶여 하기 어려운 M&A 투자 등을 대신하기 위해 설립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SK스퀘어의 투자가 반도체 분야에 집중된다면 향후 SK하이닉스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고, 모빌리티, 양자암호, 디지털 헬스케어 등 연관 사업에 투자가 집중된다면, SK(주)와 합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일 것입니다.



분할 후 SK스퀘어에 속하는 자회사들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 원스토어, 11번가, 에프에스케이 엘앤에스, SK플래닛, 드림어스컴퍼니,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인크로스, 나노엔텍 등입니다. 자산의 대부분은 SK하이닉스에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회사들의 자산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 기업이라 대규모 유형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위 그림에는 생략되었지만, 유무선통신 사업을 포함한 나머지 회사들은 분할존속법인인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남습니다.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SK오앤에스, 서비스탑, SK커뮤니케이션즈, SK스토아 등이죠.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26.8%였습니다. 그런데 SK텔레콤이 분할을 앞두고 지난 5월 869만여주의 자사주를 이익소각해 최근일 기준으로 30.01%가 되었습니다. 최태원 회장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포함하면 30.02%로 살짝 올라갑니다. 소각 후 남은 자사주는 약 90만주로 발행주식 수의 약 1.25%가 됩니다. 양이 많지 않아 자사주 마법 현상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으니 SK텔레콤의 주주구성은 변화가 없고, 기존 SK텔레콤의 주주들이 지분율 변화 없이 분할 신설회사인 SK스퀘어의 주주가 됩니다. 자사주는 분할존속회사인 SK텔레콤에 배분되었더라고요.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중심의 회사이기 때문에 굳이 SK텔레콤 지분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자사주는 다른 주식과 마찬가지로 SK텔레콤 주식과 SK스퀘어 주식으로 배분되죠. 존속 SK텔레콤 입장에서는 1.25%의 자사주와 1.25%의 SK스퀘어 주식이 생기는 셈입니다. 그런데 SK텔레콤은 SK(주)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습니다. 분할등기 후 1년 내 처분해야 합니다. 지배구조로 보아 SK㈜에 매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할 후 SK스퀘어와 SK텔레콤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솔직히 SK텔레콤에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유무선 통신시장은 국내에 제한된 시장이고, 국내 통신시장은 SK, KT, LG가 과점하고 있습니다만, 유무선 통신 보급률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성숙기 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그 동안 SK그룹의 중심이었지만,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갈 힘은 없어 보입니다. 통신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통신시장을 외국 회사에 넘겨줄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SK텔레콤은 지주사 SK㈜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 분할의 이유이자 목적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ICT 사업의 육성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SK그룹이 이미 그런 포부를 밝혔죠. SK스퀘어에 배분되는 순자산이 SK하이닉스 19조원, 여타 플랫폼 기업 7조원으로 현재 26조원 정도인데, 2025년 75조원까지 키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25년이면 불과 4년 남았습니다. 4년 만에 순자산 50조원을 더하겠답니다. SK하이닉스 40조원, 플랫폼기업 25조원, 그리고 나머지 10조원은 신규 사업을 발굴해 창출한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가 지금보다 14조원, 플랫폼 기업들이 지금보다 18조원 커져야 합니다.


4년 만에 이 정도로 순자산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게 당연하고요. SK스퀘어 분할 후 첫 번째 최대 과제는 결국 자금조달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