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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연결법인의 매출은 대부분 유무선 통신에서 발생합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이 9조6000억원 가량 되는데, 83.7%가 통신부문에서 나왔고 보안 커머스 OTT 등 기타 부문을 모두 합해도 1조6000억원이 채 안됩니다. 비중으로는 16.3%가 되겠네요.
SK그룹은 유무선 통신시장을 제외한 ADT캡스가 대표하는 융합보안시장, 11번가와 SK스토아의 커머스, OTT 등 플랫폼 서비스들이 포진한 기타 사업부를 합해 '뉴ICT 사업'으로 지칭하고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아직은 이 사업들에서 큰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합니다. ADT캡스와 SK스토아가 상반기 각각 142억원과 172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티맵모빌리티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SK플래닛과 원스토어의 흑자는 10억대의 소규모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ICT사업은 SK텔레콤의 자회사들이었으니 유무선통신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거름 삼아 육성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SK스퀘어가 분할신설되면서 SK텔레콤의 우산에서 벗어나게 되었죠. 물론 SK텔레콤이 막대한 배당금을 그룹 지주사인 SK㈜에 공급하고, SK㈜는 그 배당금을 재원으로 뉴ICT 지원에 나서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뉴ICT 소그룹이 투자 재원의 조달과 수익창출 등에서 홀로 서기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SK스퀘어에 배분되는 자산에는 SK텔레콤의 관계회사로 묶여 있던 SK하이닉스가 포함됩니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에서만 SK텔레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흐름 창출능력에서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합한 것의 두 배 이상을 해내는 그야말로 현금 공장이라고 할 수 있죠.
SK스퀘어의 자산 대부분은 SK하이닉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SK스퀘어의 수익과 현금흐름의 원천은 SK하이닉스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SK스퀘어의 다른 자회사들에게 할 수 있는 기여는 분할 전 SK텔레콤만 못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사업이 통신사업에 비해 경기변동 폭이 커서 호황기와 불황기 수익과 현금흐름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나죠. 이런 경우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년에 한번씩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해 현금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그래서 그렇겠지만, SK하이닉스는 수익과 현금흐름에 걸맞지 않게 SK텔레콤보다 상대적으로 배당이 적은 편입니다. 최근 5년간 SK하이닉스의 배당이 SK텔레콤보다 많았던 적은 1조원 이상을 배당한 지난 2019년 밖에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19하의 경제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가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6조7600억원을 넘는 약 7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했죠. SK하이닉스가 돈을 더 잘 벌게 된다고 해서 배당 여력이 커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영위하는 반도체 부문을 대폭 성장시킨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설비투자를, 외부적으로는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SK하이닉스는 그간 이렇다할 M&A를 한 게 별로 없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타법인 지분 중 가장 큰 것이 키오기아(옛 도시바메모리)에 4조원 가량을 투자한 것인데, 이것도 베이캐피탈이 조성한 펀드에 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단순투자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자체적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자신의 투자목적에 대부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M&A에 나서게 된다면 회사채 발행 등 대규모 차입에 나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SK스퀘어의 자금 젖줄이 돼 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죠.
SK텔레콤의 배당 여력도 단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를 내줌으로써 SK하이닉스에서 매년 받던 배당금수익이 사라지게 되거든요. SK하이닉스가 연간 대략 7000억원 정도를 배당해 왔고 SK텔레콤이 보유하 지분이 20% 정도이니 약 1500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습니다.
SK하이닉스가 SK스퀘어의 투자재원을 제공해 줄 수 없다면, SK스퀘어는 뉴ICT 사업을 키우기 위해 외부자금 조달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거나, 회사채 또는 금융기관 차입 등 부채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겠죠.
유상증자는 기업들이 웬만하면 하기 싫어하는 자금조달 방법입니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자본비용도 부채보다 비싸죠. 30%의 지분을 가진 SK㈜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차입을 무제한 확대할 수도 없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SK스퀘어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회사 기업공개가 있죠. SK그룹이 SK스퀘어 소그룹의 순자산을 현재 26조원에서 2025년에 3배 수준인 75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했고, 이를 위해 5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요. 75조원으로 가는 지름길이 바로 자회사들의 기업공개일 것이고, 5조원의 투자 재원 중 상당액이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될 것으로 보입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중 원스토어와 ADT캡스가 나란히 IPO시장에 등장한 것은 이런 배경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원스토어는 SK텔레콤의 T스토어를 주축으로 KT, LG유플러스, 네이버가 합작해 설립한 토종 앱마켓인데, SK스퀘어가 분할 후 47.5%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SK그룹은 상장을 계기로 원스토어를 글로벌 멀티OS 콘텐츠 플랫폼으로 육성해 2025년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ADT캡스도 지난 6월에 상장주관사 4곳을 선정해 기업공개에 시동을 걸었는데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상장한다는 목표입니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SK인포섹과 합병을 했죠. 몸값으로 6조원이 호가되고 있습니다.
원스토어와 ADT캡스의 뒤를 이어 기업공개에 나설 후보는 아직 가시권에 없습니다. 비상장 자회사로 십일번가, 콘텐츠웨이브, SK플래닛, FSK L&S, 티맵모빌리티가 있지만 아직 흑자 구조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가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티맵모빌리티는 UT택시와 안심대리 출시로 카카오 추격을 시작했는데, 티맵의 인지도로 보아 빠른 성장과 흑자 구조 달성이 가능해 보이고, OTT 서비스를 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SK그룹이 SK스퀘어를 분사한 이유에는 분명 SK텔레콤이 품고 있는 자회사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이 작용했을 겁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SK스퀘어의 자회사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내서 순차적으로 기업공개에 성공하게 되면, 그 만큼 SK스퀘어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기대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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