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뉴ICT사업의 인적분할과 동시에 보통주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식의 주식분할과 기업분할은 10월 12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되고 10월26일부터 한달 간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된 후 11월29일 주식분할과 기업분할이 반영된 신주가 상장됩니다.


통신사업과 뉴ICT사업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비율에 따라 0.6073625(존속회사, SK텔레콤)와 0.3926375(신설회사, SK스퀘어)로 결정되었습니다. 지금 SK텔레콤 보통주 1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액면분할로 분할 후 존속회사인 SK텔레콤 주식 6.073625주와, 신설회사인 SK스퀘어 주식 3.926375주를 받게 되는 겁니다.


분할비율은 3월말 현재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정해졌는데요. 분할 전 순자산(17조1913억원)에 분할 전 자기주식(2036억원)을 분모로 하고, 분할신설회사에 배분되는 순자산(6조8299억원)을 분자로 합니다.



분모에 분할 전 자기주식이 있는 것은 자기주식에도 분할 신주를 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주식은 자본의 감소항목으로 죽은 주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분할과 함께 살아나게 되는 것이죠. 분할 신설회사의 순자산이 들어가는 분자에 자기주식이 0원인 것은 자기주식을 신설회사에는 배분하지 않고 전량 존속회사에 남겨둔다는 걸 뜻합니다.


결국 존속회사인 SK텔레콤에는 자기주식과 함께 분할신주로 받게 되는 SK스퀘어 주식이 생기죠. 지주회사인 SK㈜의 자회사가 될 SK텔레콤은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으니 SK스퀘어 신주는 향후 처분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분할 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부채의 합은 분할 전의 값과 일치하는데, 순자산(자본총계)의 합은 분할 전에 비해 799억원 많습니다. 분할 전 자기주식이 존속회사 주식과 신설회사 주식으로 분할되면서 존속회사가 받게 되는 신설회사 SK스퀘어의 주식은 엄연한 타법인 주식이기 때문에 자산으로 재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액면분할과 인적분할 전후의 주식 수 변화를 요약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액면분할 전 SK텔레콤의 발행주식 수가 7206만주인데, 액면분할로 3억6030만주가 되고, 인적분할로 존속회사인 SK텔레콤 주식 2억1883만주와 신설회사인 SK스퀘어 주식 1억4147만주로 나뉘게 됩니다. 이때 존속회사인 SK텔레콤 주식이 3억6030만주에서 2억1883만주로 줄어들기 때문에, 자본감소의 절차를 거치게 되고요. 그 만큼이 신설회사의 자본이 됩니다.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이 30일 현재 20조9335억원입니다. 대략 21조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에 통신사업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뉴ICT사업이 기여하는 비중이 분할비율과 같다면(즉 순자산 장부가액 비중과 같다면), 인적분할 이후 주주의 부는 변화가 없을 겁니다. 물론 분할과 무관한 개별적인 주가 변화를 제외하고요.


시가총액을 순자산 장부가액의 비율로 나누면, 존속회사 SK텔레콤 몫은 12조7142억원(20조9335억원의 약 60.7%), 신설회사 SK스퀘어 몫은 8조2193억원(20조9335억원의 약 39.3%)이 됩니다. 그런데 오는 11월 재상장 후 시가총액이 이렇게 나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에 통신사업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뉴ICT사업의 비중이 순자산 장부가액의 비율인 60.7% 대 39.3%와 같을 리가 없으니까요.


순자산 장부가액 비율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SK하이닉스의 장부가액입니다. SK텔레콤이 20.1%의 지분을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장부가액은 3조3747억원입니다. SK텔레콤 자산총액 32조원의 약 11%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3조3747억원은 지난 2012년 2월에 SK텔레콤이 구주 매수와 신주인수 방식으로 사들인 SK하이닉스 주식의 평균 가격입니다. 취득원가라는 말입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그 동안 크게 올라 3월말(분할비율을 1분기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구했으므로) 현재 시장가격이 19조3582억원에 이릅니다. SK텔레콤의 장부에는 SK하이닉스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는 관계회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지분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인수 이후 증가한 SK하이닉스의 순자산을 지분율 만큼 장부에 반영해야 하죠. 그런데 여전히 취득원가로 기재하고 있는 이유는 SK텔레콤이 연결재무제표에서 지분법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결재무제표에서 관계회사를 지분법으로 평가하면, 개별 재무제표에서는 원가법을 써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연결재무제표에는 SK하이닉스 지분의 장부가액이 12조3480억원입니다. 개별재무제표 장부가액의 거의 4배에 달합니다. 종속회사를 포함한 SK텔레콤 연결자산이 총 48조원 정도인데, SK하이닉스 지분의 비중이 4분의 1이 넘습니다. SK텔레콤에는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해 총 18개의 종속기업이 있는데, 종속기업의 순자산을 전부 합해도 5조2300억원 정도입니다. SK하이닉스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만 하죠.


분할은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SK텔레콤의 개별 재무제표에는 가장 비중이 큰 자산인 SK하이닉스가 제대로 평가되어 있지 않죠. 당연히 분할비율에 왜곡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SK하이닉스 지분을 개별재무제표에서 지분법으로 평가하고 있다면 분할비율이 어떻게 바뀔까요. 다른 자산은 무시하고 SK하이닉스의 장부가액만 지분법으로 바꾸어 계산해 보겠습니다.


SK텔레콤이 개별재무제표에서도 SK하이닉스의 순자산 증가를 반영해 지분법으로 평가를 했다면, 분할 전 SK텔레콤의 순자산은 3월말 현재 17조1913억원이 아닌 26조1646억원이 됩니다. SK스퀘어로 배분되는 순자산도 6조9269억원이 아니라 15조8031억원으로 완전히 바뀝니다.



SK하이닉스를 원가법으로 평가한 분할비율은 0.3926375였습니다. 그런데 지분법으로 평가했다고 가정하고 순자산 장부가액대로 분할을 하면, 신설회사의 분할비율은 0.599324가 나옵니다. 순자산의 약 40%만 존속회사인 SK텔레콤에 남고 SK하이닉스 지분을 포함한 약 60%가 신설회사인 SK스퀘어로 갑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다른 지분들도 개별 재무제표에서 원가법으로 평가하고 있을 테니, SK하이닉스만 지분법으로 바꾼다고 해서 분할비율이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SK텔레콤이 발표한 것보다는 훨씬 공정할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한 분할 후 존속기업과 신설기업의 재무구조도 훨씬 실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SK하이닉스를 지분법으로 평가했다고 가정하고 인적분할을 했을 경우 존속회사인 SK텔레콤의 재무구조는 순자산이 약간 증가한 정도에 그치지만, SK스퀘어는 부채 971억원에 순자산(자본총계)이 15조8031억원인 회사로 바뀌게 되죠.



만약 0.599324의 분할비율이 적용됐다면, 주식 수는 어떻게 바뀔까요. 액면분할로 3억6030만주가 된 주식의 약 60%가 신설회사인 SK스퀘어의 발행주식 수가 될 테니 2억1594만주가 됩니다. 기존 분할신주보다 7447만주 늘어납니다.


분할 후 주가는 이를 반영해 움직일 겁니다. SK하이닉스의 지분가치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분할비율에 근거해 발행된 주식은 제값을 찾아가겠죠. 그 값이 얼마가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이 순자산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 20조9335억원에 대한 분할자산의 기여분은 59.9324%인 12조5459억원이 되고 이를 SK스퀘어의 발행 주식 수인 1억4147만주로 나누면 주당 8만8684원이 됩니다. 액면분할 전으로 하면 44만원 정도 되죠.


SK텔레콤의 시가총액에서 SK하이닉스와 뉴ICT사업이 차지하는 실제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SK텔레콤의 분할비율에 근접한 40%? 아니면 SK하이닉스를 지분법으로 평가한 분할비율에 근접한 60%?, 아니면 40% 미만이거나 60% 이상일까요?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그 기여도에 따라 존속회사인 SK텔레콤과 신설회사인 SK스퀘어의 재상장 후 주가가 크게 바뀔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