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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카일룸이 상지건설이던 시절부터 경영진이나 주주 명단에 꾸준히 등장하는 이름이 한종희입니다. 상지건설의 창립멤버이자 2대주주였던 한종희씨는 상지카일룸의 최대 주주가 중앙디앤엠으로 변경되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종희씨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최대 주주 변경이 상지카일룸의 과거 소유관계와 단절을 의미하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룩스(현 KH필룩스)는 2016년 7월 상지건설의 지분31.58%(35억원 상당)의 지분을 인수합니다. 이에 더해 계열사인 바이필룩스에 자금일 대여해 상지건설의 구주 44.3%를 총 58억9200만원에 인수해 총 75.88%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당시 인수한 주식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섞은 것으로 액면가의 두 배인 주당 1만원에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상지건설의 주주는 유지호(62.29%), 한종희(5.88%), 유지홍(4.51%), 배정수(4.37%)와 기타(22.95%)였는데 주요 주주 중 유지홍씨를 제외하고 지분을 필룩스그룹에 넘깁니다. 이 거래를 실행한 사람은 당시 상지건설의 대표이사일 텐데, 그 분이 바로 한종희씨입니다. 한종희씨는 지분 매각 이후에도 상지건설의 대표이사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는데요. 이듬해인 2017년 3월 필룩스의 배기복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그 자리에 오릅니다. 피인수회사의 주주 겸 대표이사가 인수회사의 대표이사가 되다니 매우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상지건설을 인수하기 직전 필룩스도 최대 주주가 바뀌었습니다. 케이티롤이 3월에 17%의 지분을 취득해 1대 주주가 되고, 5월에 그 지분을 블루커넬이 그대로 넘겨받습니다. 케이티롤과 블루커넬은 회사가 다르지만 실체는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의 주주가 서로 겹치고, 이 분들이 필룩스의 경영진을 구성하게 되거든요.
필룩스를 차지한 블루커넬 세력과 상지건설의 대표였던 한종희씨는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블루커넬(케이티롤 포함)이 필룩스를 인수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필룩스가 상지건설 지분을 인수한 셈이니 필룩스 인수부터 상지건설 인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전에 조율이 되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블루커넬의 주주는 진용주, 배기복, 최태림, 구안나, 구광범, 배주형 등 6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진용주씨와 이주석씨가 각자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블루커넬의 주주구성은 여러 차례 바뀌는데요. 필룩스의 경영진 변동과 연계됐던 것 같습니다. 2016년말까지 구광범씨가 20%로 블루커넬 최대 주주였는데, 2017년 3월말에는 주주명단에 없었던 이주석 대표가 20%로 최대 주주가 되고요. 필룩스에서 배기복 대표가 물러나고 한종희씨가 취임한 후인 2017년 6월말 공시를 보면, 한종희씨가 블루커넬의 25%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됩니다. 한종희씨는 상지건설 대표에서 필룩스의 대표 겸 필룩스 최대 주주인 블루커넬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이죠.
블루커넬이 필룩스를 인수하고 필룩스가 상지건설을 인수한 후 5개월이 지난 2016년말 누적된 손실과 자본잠식으로 고전하던 전기 및 기계공사 업체 르네코의 최대 주주가 바뀝니다. 씨지아이홀딩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96%의 지분을 확보해 기존 최대 주주인 이제이레저를 2대 주주로 밀어냅니다.
씨지아이홀딩스는 나순화라는 분이 3억원의 자본금(자본총계도 같음)으로 설립한 1인 주주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르네코의 인수 주체가 나순화씨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0억원의 인수대금 중 17억원을 임원차입금으로 채웠는데, 해당 임원이 대표이사인 나순화씨인지, 다른 임원이 또 있었는지 알 수 없거든요.
최대 주주가 바뀌었으니 경영진도 바뀌겠죠. 2017년 2월말 주주총회가 열리고 새 이사회가 구성되었는데, 대표이사 신동걸씨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상지건설을 필룩스에 팔고 대표이사를 유지한 한종희씨와 같은 경우입니다.
신동걸씨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르네코의 최대 주주이던 이제이레저의 모회사가 더슈퍼클래스젯이라는 곳인데,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에프오옵티컬이라는 곳이고, 신동걸씨는 에프오옵티컬과 더슈퍼클래스젯의 대표였습니다. 아마 에프오옵티컬과 더슈퍼클래스젯의 지배주주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더슈퍼클래스젯은 42억원을 현대에스티라는 회사에서 차입해 르네코의 최대 주주가 되었는데, 반대매매로 지분을 거의 다 잃었는데요. 이제이레저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다시 최대 주주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이레저는 더슈퍼클래스젯이 1000만원의 자본으로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씨지아이홀딩스가 경영권을 확보한 후 르네코는 2017년 6월말 9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이때 유상증자에 참여한 곳이 씨지아이홀딩스(35억원), 액티브밸류아시아파트너스(30억원),케플러밸류투자자문(25억원)이었고, 씨지아이홀딩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35억원은 액티브밸류아시아파트너스와 케플러밸류투자자문이 대여해 줍니다.
또 액티브밸류아시아파트너스와 케플러밸류투자자문(자신이 출자한 기가레인의 이름으로 인수)은 각각 20억원의 르네코 전환사채를 인수해 잠재 지분율을 높입니다. 액티브밸류아시아파트너스는 이후 씨지아이홀딩스와 공동보유 약정을 맺고 르네코에 대한 공동 경영에 나서게 되죠.
씨지아이홀딩스는 2017년 8월 이제이레저가 보유하던 지분 100만여주를 모두 인수해 지분율을 높이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보면 나순화씨가 출자한 씨지아이홀딩스가 우호세력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 이제이레저가 갖고 있던 르네코 경영권을 확실히 넘겨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2017년 8월3일 씨지아이홀딩스의 최대 출자자는 나순화씨로 변함이 없지만, 대표이사가 나순화씨가 아닌 신동걸씨로 바뀌고, 다시 2008년 1월 최대주주도 신동걸씨(100%)로 변경됩니다. 결국 르네코의 최대주주는 이제이레저에서 씨지아이홀딩스로 바뀌었지만, 그 뒤에는 모두 신동걸씨가 있었던 셈입니다.
신동걸씨의 우호세력 역할을 한 액티브밸류아시아파트너스는 이름을 스카디홀딩스로 바꾸게 됩니다. 올해 중앙디앤엠에 지분을 매각할 당시 2대주주죠. 스카디홀딩스 역시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가 출자한 건 2억4500만원이고 르네코 투자자금의 나머지 대부분을 차입을 통해 마련했죠.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는 3억원의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인데, 송현주라는 분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강민수씨가 대표이사였습니다. 그리고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의 업무집행은 오지피인베스트먼트㈜에서 하고 있었고, 이 곳의 대표이사는 신은섭씨입니다.
신동걸씨 중심으로 지분관계가 정리되자 르네코는 2017년 8월 1일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겠다며 사명을 포워드컴퍼니스로 바꾸고 같은 날 필룩스가 최대 주주이고, 한종희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상지건설 지분 인수를 결정합니다.
포워드컴퍼니스는 우선 필룩스에 지분을 넘기지 않은 유지홍씨 등 35인의 지분 18.53%를 약 23억원에 인수하고, 곧바로 필룩스가 보유한 31.58%의 지분도 약 39억원에 취득해 과반의 지분율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아주 신박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포워드컴퍼니스가 타법인 지분 취득을 위해 제3자배정으로 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인수자가 필룩스였고, 포워드컴퍼니스가 그 돈으로 취득한 지분은 바로 필룩스의 자회사 바이필룩스가 보유한 상지건설 지분 44.3%였습니다. 59억원의 인수자금 중 50억원이 필룩스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필룩스는 이 거래로 포워드컴퍼니스의 11.91%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되었고요.필룩스가 포워드컴퍼니스의 구세주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포워드컴퍼니스는 상지건설을 인수한 직후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다시 지금의 이름인 상지카일룸으로 바꿉니다. 신동걸씨는 사내 이사를 유지하고 대표이사직을 한종희씨에게 넘기죠.한종희씨는 필룩스의 최대 주주인 블루커넬의 대표이자, 필룩스의 대표이자 상지카일룸의 대표가 된 겁니다.
한종희씨는 2018년 8월말까지 대표이사를 지내다 맥쿼리증권 출신의 최기보씨가 영입되면서 자리를 넘겨 줍니다. 2019년 인터뷰 기사를 보니 최기보씨는 상지카일룸이 '보석 같은 회사'라며 1조원 가치의 건설사로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더군요.

하지만 그 뜻은 불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매출액이 세 배 가까이 급증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 다시 급감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전년 동기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순손실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데다 올 들어서는 손실이 크게 늘면서 차입금 상환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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