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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씨 개인회사 더에이치테크(전 제이앤에이치테크)가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가 된 건 2017년말입니다. 원래 2대주주였는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40만주를 인수해 지분율 7.7%로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 공시에는 더에이치테크가 그해 3월에 에이티세미콘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0억원을 출자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유상증자 공시에는 인수자가 에버라인메디컬그룹㈜로 나옵니다. 에버라인메디컬그룹과 더에이치테크는 같은 회사였군요.


이 당시 더에이치테크는 김형준씨 개인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최대주주는 김진주씨(40%)이고 대표이사가 김형준씨(30%)였죠. 그리고 김진주씨와 김형준씨는 에이티세미콘의 각자 대표이사였습니다. 두 사장님이 손잡고 회사를 인수했네요.


더에이치테크는 처음 지분을 취득한 3월 유상증자 20억원을 차입금으로 마련했고, 연말 유상증자 12억원도 차입으로 조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더에이치테크 설립자본금 외에 두 사장님의 돈이 들어가지 않았죠.


더에이치테크는 이듬해 2월 이전 최대주주 에이티테크놀로지가 보유하고 있던 4.1%의 지분 전량을 약 15억원에 장외매수해 지분율을 11.77%로 끌어올립니다. 평화로운 정권교체로군요. 그런데 그 15억원은 김형준씨가 더에이치테크에 빌려준 돈이었습니다. 김형준씨가 15억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에이티세미콘은 더에이치테크가 인수하기 전부터 사실상 김형준씨 회사였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인 에이티테크놀로지(구,프롬써어티 현,WI)의 최대주주인 머큐리아이피테크의 최대주주가 김형준씨였거든요. 머큐리아이피테크는 강성혁씨가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해 50억원의 차입금을 재원으로 2016년 8월에 에이티테크놀로지의 경영권을 인수하는데요. 그 후 최대주주가 강성혁씨에서 김형준씨로 바뀝니다.


김형준씨는 그 보다 앞선 201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에이티세미콘의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머큐리아이피테크가 에이티테크놀로지를 인수한 후인 그해 9월에 에이티테크놀로지 대표이사는 물론 에이티세미콘 각자 대표이사(김진주 김형준)에 오릅니다.


김진주씨는 2006년부터 에이티세미콘의 대표이사를 여러 차례 역임했습니다. 김형준씨가 에이티세미콘을 인수할 당시에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고요. 뿐만 아니라 2015년까지 주요 주주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최대주주인 임광빈씨와 대표이사인 김진주씨는 에이티세미콘 지분에 대해 공동보유약정을 맺고 있었습니다.


이후 김진주씨가 보유주식을 장외와 장내에서 매도해 보통주를 전혀 갖고 있지 않게 되었지만, 에이티세미콘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김진주씨가 꼭 필요했습니다. 무려 600만주를 확보할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잠재지분율 9.28%에 달했죠.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김진주씨가 공동 경영의 파트너를 에이티테크놀로지에서 더에이치테크로 바꾸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에이치테크가 최대주주가 된 후 김형준씨의 영향력이 높아졌을 겁니다. 에이티테크놀로지의 보유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 15억원이 김형준씨에게서 나온 것은 물론이고 그 후에도 김형준씨 자금이 계속 투입됩니다.


에이티세미콘이 2018년에 한 차례의 전환사채 발행과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데요. 10억원의 전환사채는 더에이치테크가 차입금을 동원해 인수하고,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해 35억원 중 32억원을 출자합니다.


최대주주가 에이티테크놀로지에서 더에이치테크로 바뀌는 과정에서 2017년에 유상증자 두 차례, 2018년까지 전환사채 한 번과 유상증자 두 차례를 포함해 총 77억원이 에이티세미콘에 투입됩니다. 회사 사정이 상당히 안 좋았기 때문이죠.


에이티세미콘은 2016년에 126억원에 달하는 세전 순손실을 기록합니다. 그해 말 자기자본의 60%가 넘는 대규모 적자였죠.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어져 31%의 자본잠식이 발생합니다. 관리종목에 지정됐죠. 2017년에는 흑자로 전환했지만 자본잠식에서 탈피하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도 터졌습니다.


㈜에이티현대플러스라는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20억원어치를 인수했는데, 발행자의 계약위반으로 인수계약을 취소합니다. 20억원을 돌려 받아야 하는데 기일이 지나도록 회수를 못하죠. 이로 인해 2017년 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은 20억원을 그해 말까지 전액 돌려 받기는 합니다.


에이티세미콘은 2017년 3월 6일 더에이치테크를 제3자로 2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그 다음 날인 3월 7일 에이티현대플러스 전환사채를 인수합니다. 더에이치테크에서 납입된 출자금이 고스란히 에이티현대플러스로 넘어갔죠.


그런데 에이티현대플러스는 설립된 지 불과 5일 된 회사였고, 단독주주이자 대표이사가 정윤호씨였습니다. 정윤호씨는 더에이치테크(당시 에버라인메디컬그룹) 대주주였죠. 정씨는 그해 3월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이 예정되어 있었고 지금 현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겁니다. 더에이치테크의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정윤호씨가 에이티현대플러스를 설립하고, 에이티현대플러스는 20억원에 상당하는 모종의 거래를 추진합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에이치테크가 에이티세미콘에 20억원을 출자하고, 에이티세미콘은 이를 에이티현대플러스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데 씁니다.


그냥 에이티현대플러스에 20억원을 출자하면 될 것을 굳이 복잡하게 에이티세미콘을 거칩니다. 왜 그랬을까요? 의도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만, 에이티세미콘의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리스크를 떠넘기기 위한 목적일 수 있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은 최대주주를 변경할 필요가 있었고, 자본확충도 필요했을 겁니다. 더에이치테크가 에이티현대플러스에 직접 출자를 하거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어 회수를 못하게 되면 그 손해는 전부 더에이치테크에게 돌아옵니다. 하지만 에이티세미콘을 끼워 넣으면, 회수 실패로 인한 손해는 에이티세미콘이 보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