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김형준씨가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가 되기까지 과정을 시간 순으로 되짚어 보겠습니다.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출발은 2016년 3월 에이티테크놀러지 주주총회에서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입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는 2009년부터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였습니다. 당시 사명은 프롬써어티였고, 설립자인 임광빈씨가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였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의 대표이사는 김진주씨였는데, 김진주씨는 에이티테크놀러지의 비상근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의 전신인 프롬써어티는 2005년 7월 100% 출자로 노메드테크놀로지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노메드테크놀로지가 비상장사인 반도체 검사업체 아이테스트 지분 55.4%를 취득해 계열 편입합니다. 그리고 2009년 프롬써어티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손자회사였던 아이테스트가 자회사로 승격되죠. 에이티세미콘의 전신입니다.


공고히 유지되던 지배력이 2015년부터 약화됩니다.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에이티테크놀러지에 무상감자가 실행되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임원들은 감자를 앞두고 보유주식을 내다 팝니다. 이 와중에 김진주씨는 아이테스트 주식을 전량 장내매도하고 거꾸로 에이티테크놀러지 주식을 매입하더니 임광빈씨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에 오릅니다.


감자 후 92억원 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했지만, 회사 상황이 개선되기에는 역부족이었던지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던 임광빈씨와 김진주씨가 지분 매각을 시도하고 다시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내다 팝니다.


임광빈씨와 김진주씨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된 정기현씨의 횡령 및 배임 사건도 터집니다. 현금 8억원과 에이티세미콘 주식 70만5000주(당시 종가로 14억원 가량)를 인출한 뒤 반환하지 않았다죠. 이 일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은 해지되죠. 또 에이티세미콘 지분을 매각해 174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계약체결 후 열린 이사회에서 부결되고 맙니다. 아주 보통 난리가 아니였네요.


유동성이 바닥났던 에이티테크놀러지는 에이티세미콘 일부 지분을 팔아야만 했고,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했지만 지분율은 크게 하락하게 됩니다. 운영자금이 없어 소액(10억원)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하죠. 에이티세미콘에서도 일이 터지는데요. 반도체 개발업체인 아토솔루션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미회수 채권의 출자전환과 감자가 이루어지죠. 2015년은 두 회사에게 악몽과도 같았겠습니다.


2016년 들어 최대주주인 임광빈씨는 에이티테크놀로지 지분 매각을 추진하지만 불발됩니다. 3월말 양사 주주총회가 열리는데 아주 시끄러웠을 것 같습니다. 김진주씨는 에이티테크놀러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이사진에서도 이름이 사라집니다. 임광빈씨는 에이티테크놀러지 대표이사에 복귀하고 에이티세미콘 이사 후보에 오르지만 이사회에서 부결됩니다. 이때 에이티세미콘 신임 이사에 등극한 인물이 김형준씨입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는 유동성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그해 5~8월까지 무려 8차례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42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섭니다. 임광빈씨는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보유주식을 담보로 차입에 나서지만, 담보권 실행으로 반대매매를 당해 대부분의 지분을 상실합니다. 그리고 8번째 전환사채(8억원) 인수자이자 32억원의 유상신주를 인수한 머큐리아이피테크가 최대주주가 됩니다. 김형준씨도 10억원의 신주를 이때 취득합니다. 김형준씨는 에이티테크놀러지와 에이티세미콘의 대표이사가 됩니다.


2017년 3월 에이티세미콘이 2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에버라인메디컬그룹이 전액 인수합니다. 지금의 더에이치테크입니다. 이 회사는 에이티세미콘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진주씨와 김형준씨, 그리고 곧 있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이 예정되어 있던 정윤호씨(현재 에이티세미콘 부사장)였습니다. 앞선 글에서 썼다시피 유상증자 대금 20억원은 정윤호씨가 100% 출자해 설립한 에이티현대플러스 전환사채를 인수하는데 전액 쓰입니다. 당시 에이티세미콘은 최근 3년 중 2년에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세전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 지정사유가 발생했는데, 증자대금 20억원은 한 푼도 회사에 남아있지 않았죠. 그리고 전환사채 인수가 취소됐지만 에이티현대플러스는 연말에 가서야 이 돈을 반환했는데요. 그 동안 어디에 썼던 것일까요?


어쨌든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에이티테크놀로지에서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했던 김진주씨와 회사가 난리법석이던 2016년 갑자기 나타난 김형준씨, 그리고 지금의 에이티세미콘 부사장 정윤호씨가 이때 한 팀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한 명이 등장하는데요. 김형준씨와 함께 에이티테크놀러지 사내이사에 선임된 변익성씨입니다. 당시에 머큐리아이피테크의 대표이사이자 54%의 지분을 갖고 있던 분입니다. 별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자본 2억원 중 1억800만원을 부담했다는 얘기니까요. 지분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2017년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습니다. 2016년 시도때도 없이 발행한 전환사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사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에이티테크놀러지는 그에 응하느라 1년 내내 바빴습니다. 9월 80% 무상감자를 실시하는데, 이를 앞두고 풋옵션 행사가 쏟아진 걸 보니 사채권자들은 미리 알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은 반기검토에서 외부감사인이 한정의견을 내면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추가됩니다.


변익성씨는 유상증자 참여와 장내매수로 약 13억원을 들여 홀로 6.9%의 지분을 소유하고 무상감자 후 다시 35억원의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머큐리아이피테크(7.0%)를 지분율에서 크게 앞서는 최대주주(22.27%)에 오르고, 에이티테크놀러지 대표이사가 됩니다. 조연이 아니라 주연인 모양입니다. 변익성씨는 지금도 WI로 사명을 변경한 에이티테크놀러지의 최대주주입니다



2017년에 변익성씨 주도로 투입된 자금은 더 있습니다. 30억원의 전환사채를 에버시버리라는 곳이 인수하는데, 이 회사 최대주주가 변익성씨입니다. 10억원의 전환사채와 1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코럴핑크도 변익성씨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이티테크놀로지 인수에 자금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변익성씨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에이티테크놀러지는 변익성씨 몫으로, 에이티세미콘은 김형준씨 몫으로 교통정리가 되어 있었나 봅니다. 물론 이때까지는 김진주씨와 정윤호씨도 지분이 적지 않았죠. 이중 정윤호씨는 도중에 더에이치테크 주주에서 빠집니다. 2017년말 현재 더에이치테크의 주주는 김진주(40%), 김형준(30%) 이주한(30%)로 구성됩니다. 에이티현대플러스 전환사채 문제 때문일까요? 예정대로 이사에 선임되고 지금까지 부사장으로 근무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