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김형준씨는 2017년 8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에이티테크놀러지(현 WI)를 떠납니다. 머큐리아이피테크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취득한 지분은 이때까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임원이었던 김진주씨는 2015년말 에이티테크놀러지 지분을 7.70%나 소유했는데, 경영권이 표류하면서 회사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보유 지분을 거의 전부 장내외 매도하고 최대주주가 머큐리아이피테크로 바뀐 후 임원직에서도 물러납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는 변익성씨 중심의 지배구조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합니다. 변씨의 배우자인 신은숙씨가 20억원의 자본으로 설립한 코럴핑크가 1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73%의 지분을 취득하고, 변씨는 김형준씨를 이어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변익성씨 취임 후 상당히 눈에 띄는 일이 있는데요. 취임하자마자 12억원의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추가 출자를 하더니 며칠 후 주주총회를 열어 5대 1 무상감자를 의결합니다. 회사 재정상황이 어려운 데다 전환사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잇따르면서 긴급자금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감자를 코 앞에 두고 증자를 하기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감자결정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화장품제조업, 식품제조업 등이 사업목적에 추가되고,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는데요. 성봉두, 강희준 조용준, 안영철씨가 사내이사로, 이중철씨가 감사로 선임됩니다. 변익성씨의 새판짜기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감자 후 유상증자 랠리가 이어집니다. 10월 중 10억원의 유상증자에 신임 이사 중 성봉두, 강희준, 조용준씨가 참여합니다. 변익성씨는 8억원의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합니다. 11월과 12월에도 성봉두씨가 참여하는 5억원의 유상증자와 코럴핑크와 성봉두씨가 참여하는 20억원의 유상증자가 추가로 이루어집니다.



변익성씨 가족 회사로 에버시버리와 코럴핑크가 있는데요.당시 에버시버리는 변익성씨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었고, 코럴핑크는 배우자 신은숙씨가 20억원으로 100% 출자한 회사입니다. 2017년말까지 에버시버리는 9회차 전환사채와 11회차 전환사채 인수로 48억원을 에이티테크놀러지에 투입했고, 코럴핑크는 2회차 전환사채와 세 차례의 유상증자에 31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코럴핑크가 일부 지분을 장외매도해 8억원을 회수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머큐리아이피테크와 변익성씨 개인의 투자금을 더하면 160억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머큐리아이피테크가 처음 에이티테크놀로러지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32억원을 차입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자기자금으로 전환사채와 주식을 취득한 겁니다. 변익성씨 가족은 상당한 재력가였던 것이죠. 그런데 상당한 재력가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사실 모두 자기자금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기사 말미에 밝히기로 하죠.


변익성씨는 증권맨 출신입니다. 신한금융투자에서8년 근무한 후 나와서 1998년 오버넷이란 통신서비스회사를 설립해 2001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내고 이후 회장으로 물러난 모양입니다. 현재 오버넷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신창호씨입니다. 신창호씨가 2001년 이후 쭉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걸 보면, 이 당시에 지분과 경영권 양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버넷은 2001년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말 현재 자산이 330억원 가량이고, 이익잉여금이 270억원 가량입니다. 자산의 대부분을 경영성과를 통해 일구었다는 얘깁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는 2018년에 피엠지파마사이언스로, 2019년에는 현재 이름인 더블유아이(WI)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사업도 완전히 바뀌었죠. 에이티테크놀러지 시절에는 반도체검사장비가 주력사업이었지만, 2020년 기준으로 매출의 7% 정도에 불과하고, 카카오프렌즈 지적재산권(IP)를 바탕으로 휴대폰케이스 등 컨텐츠 사업에서 87%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더블유아이의 변신은 캐릭터사업을 하는 위드모바일 인수합병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8년말에 50억원으로 지분 100%를 취득하는데, 실제로 들어간 돈은 10억원이었습니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실시한 40억원의 유상증자에 위드모바일 대주주 김현식씨가 단독 참여했죠. 김현식씨가 지분을 넘기는 대신 더블유아이(당시는 피엠지파마사이언스)의 주주가 됩니다. 에이티세미콘의 잔여 지분 4.10%를 처분한 것도 2018년입니다. 에이티세미콘과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것이죠.



위드모바일 인수 후 14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변익성씨가 20억원, 에버시버리가 30억원, 코럴핑크가 30억원을 대고, 배우자 신은숙씨도 10억원으로 참여합니다. 최대주주 가족과 가족회사가 80억원을 책임진 것이죠. 40억원을 운영자금에 쓰고 100억원을 신사업 진출에 사용할 예정으로 조달한 것인데요. 곧바로 2018년에 발행했던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전액을 조기 상환하게 되었죠. 타법인지분 취득 용도로 발행한 전환사채였는데, 조기상환됨으로써 결국 유상증자로 전환사채를 상환한 모양이 됐습니다.


2018년까지 더블유아이 경영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과거 전 경영지배인(정기현)의 횡령 및 배임이 소환되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죠. 본업의 매출이 죽을 쑨 것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차입금 조달을 통한 지분투자 실패의 영향도 컸습니다.


2018년말현재 전환사채 135억원을 포함해 금융부채가 177억원이나 되었고 매년 1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이 나갔습니다. 당기손익금융자산평가손실과 종속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으로 2018년에만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생깁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 시절인 2016년 HQ인베스트먼트와 제주도 내비게이션업체 타바를 인수하고 2018년 피엠지파마사이언스 시절에 한국피엠지제약과 루멘파트너스를 인수하는데, 타바와 한국피엠지제약에서 각각 47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하게 되죠. HQ인베스트먼트도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영업활동에서 줄줄 새는 현금을 메운 건 차입과 증자였습니다. 대부분 차입은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증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였는데,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은 변익성씨 일가와 그 가족회사였습니다. 무너져가는 회사를 변익성씨측의 자금투입으로 지켜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위드모바일 인수 후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고 적자행진도 멈추었습니다. 소폭이지만 영업이익을 2년 연속 시현했죠. 더 이상의 유상증자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변익성 일가의 자금투척도 중단됐죠.


그런데 올해 다시 삐걱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수준으로 떨어지고 영업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대규모 금융비용이 발생하면서 순손실이 70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그래선가요. 자금조달도 재개되었습니다. 유상증자는 없지만 올해 두 차례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150억원을 조달했네요.


현재 더블유아이는 에이티세미콘과는 지분이나 임원 등이 겹치지 않는 변익성 일가의 지배체제에 있습니다. 최근 공시를 기준으로 변익성 외 6인이 26.8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영권 인수 당시 주역이었던 머큐리아이피테크는 자본감소를 거치면서 지분율이 의미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고, 머큐리아이피테크 자본으로 설립한 루멘파트너스는 올해 9월 320만주이던 보유주식 대부분을 장내매도해 지분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코럴핑크의 주인은 두 자녀로 교체되었네요.


코럴핑크의 자본은 45억원, 자산은 127억원입니다. 에버시버리는 자본 6억원 가량에 38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죠. 루멘파트너스의 자본은 9억6000만원 정도이고 자산은 156억원에 이릅니다. 모두 자본에 비해 자산규모가 큰데, 자산의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했다는 뜻이죠. 세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더블유아이 지분일 테니, 결국 이 세 회사들은 더블유아이 취득 자금을 대부분 차입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에버시버리와 루멘파트너스는 분명히 그럴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