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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최대주주 변경이 몇 건이나 발생했는지 아십니까. 공시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7건, 코스닥시장에서 185건으로 총252건에 이릅니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한 개 이상의 상장사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최대주주 변경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기존 최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거나 1대 주주와 2대 주주가 지분 경쟁을 해야만 바뀌는 건 아니죠. 대규모 유상증자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하거나 전환사채의 대규모 주식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바뀔 수도 있고, 대주주 지분만 무상감자되면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최대주주가 바뀌었지만 최대주주의 실체는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대주주가 개인회사를 설립한 후에 자기 지분을 개인회사로 넘기는 경우가 그렇지요. 증여나 상속에 의해 지분이 대물림 되는 것도 최대주주 변경의 의미가 희석되겠죠.


반대로 최대주주는 그대로인데, 실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대주주의 최대주주가 바뀔 때입니다. 모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되거나, 최대주주가 명목회사나 조합 같은 단체인데 그 명목회사나 조합의 최대주주가 바뀔 때가 그렇습니다.


이런 사례가 지난해 총 11건이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비케이탑스가 그랬고, 코스닥시장에서 라이트론, 릭스솔루션, 바이온, 앤디포스, 에스엘바이오닉스, 에이비프로바이오, 에이치앤비디자인, 이엠앤아이, 코아시아옵틱스, 해성옵틱스 등 10건이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회사들의 최대주주의 최대주주 변경 내용을 톺아보려고 합니다. 의미가 있는 지는 톺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최근 쓰던 매출액 급증 기업도 병행해서 쓸 예정입니다).


비케이탑스는 과거 동양네트웍스 시절에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잦은 교체로 바람 잘 날 없었습니다. 동양그룹 해체 이후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인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여덟 차례나 최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그 중에는 삼성전자 부회장 출신인 이기태씨가 케이제이프리텍을 통해 지분을 취득(2016년)한 경우도 있고,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이인광씨가 실질적인 주인으로 알려진 메타헬스케어투자조합(2017년)도 거쳐갔습니다. 이기태씨와 이인광씨가 지나간 뒤로 라임자산운용이 잠시 최대주주로 있다가 2020년부터 와이퀸텟이란 회사가 최대주주로 있습니다.


와이퀸텟은 2020년 4월 비케이탑스가 실시한 1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배정자로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와이퀸텟이 70억원을 납입하고 동반 인수자인 베네핏투자조합이 50억원을 댔습니다. 와이퀸텟은 현금 30억원과 연초에 대여해줬던 40억원의 대여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치르면서 25.70%의 지분을 확보했죠.



당시는 비케이탑스의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되었을 때입니다. 반복적인 최대주주 교체와 경영권 분쟁의 여파인지 회사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고 실적도 형편없었습니다. 매년 적자를 보고 있던 와중이었지만 2019년에는 그 규모가 매우 컸고 자본금 잠식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죠. 위 그림과 아래의 그림은 회사의 상황이 2019년을 전후해 얼마나 나빠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주주가 납입한 자본이 2019년 말에 1832억원인데, 장부상 자본총액은 395억원에 불과했죠.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을 갉아먹은 것입니다. 상황의 악화는 2020년을 넘어 이어졌고요. 지난해 역시 크게 개선된 모습은 아닙니다. 누적 결손이 2020년말 1459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970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착시현상입니다. 2020년에 무상감자를 하면서 생긴 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보전한 것이지 회사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니까요.


2019년말 현재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00억원이 넘는데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데다 영업을 통해서도 현금을 벌어들이기는 커녕 150억원 가량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유동성 위기라고 할 수 있었죠. 급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연초부터 와이퀸텟을 배정자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는데, 증자대금 중 40억원을 미리 꿔다 씁니다. 유상증자 납입액 70억원 중 40억원이 대여금의 출자전환인 배경입니다.


와인퀸텟은 당시 대표이사인 김봉겸씨가 100%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입니다. 자기자본 약 42억원에 자산총액이 약 72억원인 크지 않은 회사입니다. 김봉겸씨는 2019년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흥미롭게도 당시 주총에서 임원진이 대거 물갈이 되었습니다. 최대주주가 메타헬스투자조합으로 변동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김봉겸씨는 물갈이 된 임원진 중 한명이였죠.


와인퀸텟은 70억원의 신주인수 납입자금을 자기자금 40억원과 차입금 30억원으로 조달했다고 신고합니다. 자기자금 40억원이 들어갔다는 건 연초에 제공한 대여금 출자전환을 의미할 겁니다. 차입금 30억원은 대표이사(김봉겸)에게서 조달한다고 공시했죠.


그런데 김봉겸씨는 비케이탑스 대표이사가 되기 보름쯤 전에 코스닥 상장사 두올산업(현 디아크)의 사외이사로 선임됩니다. 지난해 반기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곳이죠. 거의 동시에 거래소 상장사의 대표이사 겸 코스닥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된 셈입니다.


두올산업의 당시 최대주주는 위드윈투자조합38호인데, 사실상의 지배주주는 ㈜제이디알에셋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대해 업무상 연락이 필요하면 이진명씨가 대표이사인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라는 곳에 하랍니다. 공시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웬일일까요. 김봉겸씨의 개인회사이자 비케이탑스의 최대주주인 와이퀸텟도 그렇습니다. 업무상 연락처가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로 공시되어 있습니다. 아니, 왜 자기 회사가 아닌 엉뚱한 곳에 연락하라고 하는 거죠?


엘리시온 매니지먼트에 연락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난해 말에 한겨레신문이 쌍용차 인수를 추진 중인 에디슨모터스의 인수자금 조성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 엘리시온 매니지먼트의 법인 등기상 주소지를 찾아가 봤답니다. 그런데 사무실이 없었답니다.


김봉겸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 중에 비엔씨파트너스가 있습니다. 2018년 6월에 코스닥 상장사 중앙오션(현 메디콕스)의 최대주주가 될 뻔한 회사입니다. 당시 최대주주인 마리투자조합 외 3명으로부터 200만주를 100억원에 양수하고 전환사채 100억원도 함께 사들일 예정이었죠. 하지만 이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계약금까지는 치른 것 같은데, 양수인의 지위가 다른 곳으로 넘어가거든요.


비엔씨파트너스가 중앙오션 인수자금 중 일부를 차입한 곳이 지에스알파트너스인데요. 이 곳도 김봉겸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고, 두 회사의 주소지가 같았습니다. 지에스알파트너스의 최대주주는 김광재 우진기전 대표였죠.


우진기전은 2023년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산업용 전력기자재 플랫폼업체인데 실적이 꽤 괜찮아서 매년 IPO 후보에 오르는 회사입니다. 비케이탑스도 지분을 투자하고 있죠. 김봉겸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몇 달 전인 2019년 4월 에이스우진사모투자합자회사에 450억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비케이탑스는 그해 3월에 에이치큐인베스트먼트와 우진기전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요. 우진기전의 100% 모회사는 에이스우진이었고, 에이스우진의 100% 모회사가 에이스우진사모투자합자회사였습니다.


비케이탑스는 우진기전 투자를 결정한 뒤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 2명일 신규로 선임하는데, 바로 우진기전 대표이사 김광재씨와 에이치큐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김용석씨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달 뒤에 다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김봉겸씨가 신임 이사 겸 신임 대표이사로 뽑히게 되죠.


김봉겸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한 일 중에 2020년 7월 참테크 인수가 있습니다. LED조명용 렌즈를 만드는 회사라고 하는데, 사업다각화를 위한 것이라면서 발행주식 전부를 45억원에 인수합니다. 전부 현찰로 산 건 아니고요. 계약금 25억원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잔액 20억원은 비케이탑스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참테크의 100% 주주인 서창수씨였습니다. 참테크 인수 후에 다시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데요. 이때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분이 윤영호씨와 정상용씨입니다. 이 분들이 참테크와 관련이 있어서 이사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웬일인지 김봉겸씨는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 맞추어 사임하고, 정상용씨가 새로운 대표이사가 됩니다. 정상용씨는 대표이사에 오른 후 회사가 발행한 9회차 전환사채 70억원과 10회차 전환사채 50억원을 인수했고, 지난해 8월 전환사채 전부를 유상증자 납입대금과 상계했죠. 뿐만 아니라 김봉겸씨로부터 와이퀸텟의 지분 전부를 넘겨받습니다. 비케이탑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김봉겸씨에서 정상용씨로 바뀌게 되었죠.


정상용씨는 이달 7일 15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할 예정입니다. 혼자서 비케이탑스에 무려 270억원이나 출자를 하는 셈입니다. 와이퀸텟은 얼마에 사들였는지 모르겠군요.


두 차례에 걸친 전환사채 인수자금 120억원은 근로소득으로 만든 자기자금 47억원과 차입금 73억원으로 조성했다고 합니다. 어떤 개인에게서 올해 5월16일까지 아무 담보도 없이 150억원을 빌렸다는 군요. 이달 7일 150억원의 증자대금은 어떻게 마련할 지 궁금하네요. 기존 차입금 150억원 중 77억원이 남았지만, 추가로 73억원이 더 필요한 데 말이죠.


정상용씨는 지난해 3분기 중 비케이탑스에 119억3200만원을 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81억7000만원을 분기 중 돌려받아 37억6200만원이 남았었죠. 도대체 이 분 재산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구글에서 와이퀸텟의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김봉겸씨에서 정상용씨로 바뀌어 있어야 하는데요. 대표자가 서창수씨군요. 참테크를 비케이탑스에 넘기고 현금 25억원과 비케이탑스 전환사채 20억원을 챙긴 그 분이네요. 구글의 이 정보가 언제 적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진기전의 김광재씨, 비케이탑스의 전현직 대표이사 김봉겸씨와 정상용씨, 참테크의 전 주인 서창수씨 사이에 공통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