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註] 상장기업(코스피, 코스닥 포함) 중 매출이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는 기업을 꼽아 봤습니다. 고성장을 질주하던 기업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목적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궁금한 것은 이 기업들의 미래 전망이죠. 재무제표로 기업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코로나를 전후한 실적이 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면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 그 기업이 가게 될 방향을 어렴풋하게는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매년 30% 이상 늘어난 기업으로는 고바이오랩,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카카오페이등 25개사가 있고, 2019년까지 4년 연속 30% 이상 성장하 기업은 샘표, 인스코비, 와이팜 등 12개사가 있습니다. 분석대상기간(2016~2020년) 모두 매출 성장률 30% 이상을 기록한 기업도 있습니다. 뉴트리, 바이오플러스, 프롬바이오, 원티드랩, 클리노믹스, 티앤알바이오팹 등 6개사입니다. 위 기업이 모두 분석대상이 되지는 않으며, 과거 실적을 분석하는 것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하지만 향후 전망을 점치는 것은 독자의 몫임을 밝힙니다.


최근 몇 년의 매출증가율이 수백 퍼센트로 매우 높은 기업은 주로 창업 초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출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서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증가율이 크게 나오죠. 매출 1억원인 회사가 4억원으로 늘면 400%가 되죠. 1,000억원을 판 회사가 100억원을 더 팔면 10% 증가한 것이고요.


와이팜은 휴대폰에 탑재되는 전력증폭기 모듈(PAM)을 만들어 파는 회사입니다. 전력증폭기 모듈은 전력사용의 효율성과 통화시간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입니다. 휴대폰에서 무선으로 통신을 담당하는 영역의 제일 앞단을 RF 프런트 엔드(RF RE)라고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서 휴대폰 송신부의 미약한 신호를 증폭해서 기지국까지 송출하는 전력증폭 역할을 하는, 휴대폰 단말기에 반드시 하나 이상 들어가는 필수 부품입니다. RF 프런트 엔드 모듈(RF FEM)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2006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16년차가 되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게 2007년이죠?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왔고 이 회사는 휴대폰 필수부품을 판매하니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성장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1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2017년부터 4년 연속 역성장했습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고 지난해엔 출하량이 다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설립 10년차인 2015년에야 비로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매출이 매년 늘어나기는 했지만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2013~2014년에는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더 커서 손해보는 장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 와이팜의 매출은 충분히 커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을 한 2017년 이후 오히려 매출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2017년 300억원대에서 2018년 600억원대로 올라서고 2019년에 단숨에 매출 1200억원대를 돌파합니다. 이듬해인 2020년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합니다.



와이팜의 주요 경쟁사는 미국의 Skyworks, Broadcom, Qorvo 3사와 일본의 Murata가 있습니다. 와이팜까지 글로벌 5개사가 과점하는 시장이고 국내 회사 중에는 와이팜이 유일합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 메이저 휴대폰 제조사의 눈에 들어야 하고, 부품업체의 특성상 원가경쟁력도 있어야 해서 추가로 강력한 경쟁사가 당장 등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설립되고 10년이 되도록 매출이 크게 늘지 못했던 건 삼성이나 애플 같은 고객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반대로 2019년 매출이 특히 크게 늘어난 이유는 삼성전자의 확실한 공급업체로 인정을 받아서죠. PAM제품은 2G부터 LTE까지 적용되는 MMMB PAM과 LTE 통신표준에 적용되는 HB PAM으로 나뉘는데, 2019년에 MMMB PAM 공급사가 와이팜과 미국의 Skyworks로 이원화되면서 와이팜이 삼성전자의 메인 전력증폭기 공급사로 격상됩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A 시리즈가 개발도상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와이팜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죠.


와이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99%에 달합니다. 삼성전자가 유일한 고객이라고 해도 될 만하죠. 2019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38%에 이 회사 MMMB PAM이나 HB PAM이 탑재되었습니다. 초우량 고객을 두고 있으니 상당히 든든할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삐끗하거나 삼성전자의 마음이 바뀌면 와이팜의 고객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으니 노심초사할 것도 같습니다. 든든하면서 불안하겠습니다. 삼성전자가 하라고 하면 뭐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와이팜은 코로나 타격을 심각하게 받습니다. 2020년 매출이 고작 374억원으로 70% 감소합니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37억원)를 기록합니다. 거의 절벽에서 떨어진 느낌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9월말까지 416억원을 기록해 다소 회복이 되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과는 격차가 큽니다.



아무리 코로나라도 그렇지, 고객이 삼성전자인데 매출 70%가 날아 가다니요.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이 2억9,700만대(2019년) 2억5,600만대(2020년) 2억7,000만대(2021년추정)입니다. 2020년 출하량이 16% 정도 감소했습니다. 그에 비해 와이팜의 매출 감소 폭은 너무 큽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만, 삼성전자에서 수주에 실패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와이팜이 사업보고서에 공개한 연간 제품별·시장별 매출액과 제품 가격을 비교해 판매량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2019년에 2억550만개, 2020년에 8,250만개, 지난해 9월까지 9,350만개 정도로 나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겠습니다만, 2020년에 60% 줄었습니다.



합리적으로 추론해 보면, 와이팜은 2020년에 주력 제품인 보급형 스마트폰 수주에서 경쟁업체에게 밀린 겁니다. 2019년에 메인 공급사가 됐는데 1년을 못 버틴 거네요. 코로나로 스마트폰 출하가 줄어든 영향에 더해 삼성전자에게서도 낙점을 받지 못했습니다.


와이팜은 경쟁업체에 비해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경쟁우위에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경쟁사는 싱글 엔디드(single-enede) 방식인데 와이팜은 도허티 방식이라는 걸 쓰고 특허도 냈다고 합니다. 기술에서 밀려 수주에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것 같습니다. 납품 가격은 삼성전자와 와이팜이 협의해 결정합니다. 시장가격이 아니라 협의가격인데, 유력한 경쟁사가 있다면 교섭력에서 삼성전자에 굽히고 들어갈 수 밖에 없겠죠. 2019년 이후 삼성전자 납품 단가는 2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환율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도 단가가 떨어졌거든요. 삼성전자는 단말기 출하량이 줄어들자 수익성 유지를 위해 원가를 낮출 필요가 생겼을 것이고, 그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것입니다.


와이팜은 팜리스(farmless) 업체입니다. 생산을 직접 하지 않고 외주를 줍니다. 자체 공장이 있다면 일부 고정비를 손해 보더라도 단가를 더 깎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와이팜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외주업체가 깎아줘야 와이팜도 깎아줄 수 있죠. 삼성전자와 협의한 가격은 물러날 수 없는 마지노선일 겁니다.


판매량보다 매출액이 더 크게 줄어든 건 판매 제품의 구성이 달라져서 입니다. MMMB PAM의 단가(수출용 기준)는 지난해 기준 개당 996원, HB PAM 단가는 개당 382원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MMMB PAM은 2020년에 80% 이상 납품이 줄었고 HB PAM은 50% 가량 줄었습니다. HB PAM은 지난해 납품이 다소 늘고 단가도 올랐지만, MMMB PAM은 지난해 납품이 더 줄고 단가도 더 낮췄습니다.


지난해년 초에 증권사 두 곳에서 와이팜 연간 매출을 전망했는데요. NH투자증권에서는 지난해 17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고, SK증권에서는 1170억원을 내다 봤습니다. 빗나가도 너무 빗나갔네요.


와이팜은 지난해 하반기쯤이면 보급형 스마트폰을 넘어 5G 무선증폭기 공급과 중국 단말기 제조사로의 부품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던 모양입니다. 증권사들의 낙관적이었던 전망은 경쟁사에 넘겨줬던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납품을 상당 부분 되찾아 오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겠죠. 회사와 증권사들의 그 낙관이 지난해 하나도 맞지 않았던 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