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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케이컴퍼니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업과 콘텐츠사업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데요. 배우 고현정, 조인성 소속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M&A 전문가로 유명한 원영식 회장의 W홀딩컴퍼니(현 초록뱀컴퍼니) 계열사였는데, 2020년 9월 쌍방울, 비비안, 나노스 등이 소속된 김성태 회장의 광림그룹에 인수되었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최근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도 그렇고,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도 그렇습니다. 순손익이 아니라 영업손익 기준으로 5년 연속 적자였으면 상장폐지 대상에 들어갔을 텐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격년마다 간발의 차로 약간의 이익을 내주었죠.
매년 적자를 내면 회사 규모(자산)이 쪼그라들고 결손이 커져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게 정상이죠. 그런데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매년 자산이 커지고 부채비율이 낮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적자를 본 이상으로 더 많은 자본을 투입(유상증자)했기 때문이죠. 누출보다 주입이 더 크니 자산도 늘고 자본도 늘어납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자산과 자본의 증가는 광림그룹에 편입된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유독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요. 9월까지 매출액(연결기준, 이하 같음) 161억원을 기록한 회사가 21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는데, 자산은 1728억원으로 21.6% 증가했습니다. 자산의 증가는 자본의 증가로부터 왔습니다. 부채가 453억원에서 133억원으로 320억원 줄고 자본이 968억원에서 1595억원으로 627억원 커졌거든요. 자본 증가율이 64.8%에 달합니다.
크게 적자를 낸 기업의 자본이 커졌으니 외부로부터의 투입, 즉 증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진 것이죠. 219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자본은 627억원이 커졌으니, 증자는 846억원(219억원+627억원)에 달했다는 계산이 됩니다.
그런데 아이오케이컴퍼니는 2020년 이후 한번도 공모 방식이든 사모 방식이든 보통주 유상증자를 실시한 적이 없습니다. 2020년 1월에 200억원 가량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한 적이 있지만, 이 전환우선주는 장부상 금융부채(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부채)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본이 늘어날 수 있었던 걸까요? 그렇습니다.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확히는 전환우선주와 전환사채가 보통주로 전환청구되었습니다.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늘어난 자본이 673억원, 전환사채가 보통주 전환되어 늘어난 자본이 172억원에 달합니다. 부채비율은 2020년말 46.8%에서 지난해 9월말 8.3%로 큰 폭으로 낮아졌습니다.
이 글에서 얘기하려는 핵심은 아닌데, 전환우선주를 왜 금융부채로 처리한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우선주를 부채로 분류하는 경우는 어떤 특정한 조건에 부합하면 상환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길 때입니다. 주주에게 풋옵션이 부여되었다든지(상환우선주), 존속기간 내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상환을 한다든지 하는 조건이 있을 경우입니다. 자본은 상환할 의무가 없는데, 어떤 조건에 의해 상환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죠.
그런데 이 전환우선주는 발행 당시 공시된 바로는 그런 조건이 없더라고요. 주주에게 풋옵션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없었고, 언제든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했고 존속기간(5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보통주로 전환되게 되어 있었습니다. 보통주처럼 의결권이 있어서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었죠. 공시는 되지 않았지만, 회사와 주주 사이에 비밀 약정 같은 게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름은 전환우선주인데 금융부채라면 성격상 전환사채와 유사하다고 할 것입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전환우선주는 의결권이 있고, 이자가 없는 특이한 전환사채라고 봐도 될 것 같군요.
전환사채는 코스닥기업이 애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입니다.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투자자가 선호하기도 하지만, 기업입장 또는 최대주주 입장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단순히 자본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발행을 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상환(만기전취득)을 전제로 발행하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계열사 간에 자금거래하기도 좋습니다. 주식을 주고 받으면 계열간 지분구조가 복잡하고, 자칫하다 법을 위반할 위험(상법상 상호주 금지, 자본시장법상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 제한 등)도 있지만, 전환사채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소위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세력들이 인수한 기업에서 전환사채 발행이 유독 많습니다. 대부분 특정인을 상대로 제3자 배정 방식의 발행을 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지 엄연한 차입금인 전환사채를 거리낌없이 발행합니다. 적자가 지속되는 등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더라도 호재성 재료가 생겨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는 요술을 부려주니 도깨비 방망이와 같지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부채비율이 낮은 코스닥기업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아예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을 할 수 없어서 부채비율이 낮은 곳도 있지만, 넉넉히 발행해 둔 전환사채가 일시적인 주가 상승으로 주식으로 전환되어 부채비율이 낮은 곳도 있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도 전환우선주와 더불어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으로 재무구조가 좋아진 회사 중 하나인 셈이죠.
광림그룹 안에는 전환사채로 부채비율에서 덕을 본 회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쌍방울의 경우 지난해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으로 9월까지 자본이 242억원 늘었고 그 덕에 부채의 급증(545억원)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62.7%에서 74.4%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비비안도 같은 기간에 자본이 210억원 늘었는데, 그 중 113억원이 전환사채 전환으로 생겼습니다. 미래산업도 자본이 208억원 증가했는데, 전환사채 전환이 137억원에 달합니다.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광림의 경우 자기자본이 지난해 초 816억원에서 9월말 1141억원으로 325억원이나 증가했는데요. 전환사채 전환으로 늘어난 자본이 647억원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에 3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죠.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지난해 11월25일 200억원의 18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는데요. 지난해 9월말부채 총액의 1.5배에 달합니다. 당시는 아이오케이컴퍼니가 광림을 포함해 KH필룩스그룹의 IHQ, 서울미라마유한회사 등과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때입니다. 그래서 전환가액도 2171원으로 현재 주가(3일 현재 1130원)에 비해 크게 높죠.
그 전환사채 발행일이 이달 11일입니다.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환가액도 시차를 두고 현 수준까지 하락하게 될 텐데, 이 경우 전환가능 주식 수가 1800만주에 육박하게 되고 이는 최대주주인 인피니티엔티의 보유주식 수(1월7일 현재 1712만주)를 넘어섭니다. 전환사채 최초 인수자가 미래산업(100억원)과 비비안(100억원)이라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주주를 바꿔 놓을 수 있는 물량이죠.
그보다도 주목할 것은 미래산업과 비비안 역시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전환사채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광림이 미래산업과 비비안이 발행한 전환사채 전액을 인수하기로 했죠. 이게 모두 같은 날 이루어진 4개 회사의 이사회 결정입니다.
향후에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미래산업과 비비안은 자신들이 발행한 전환사채가 주식 전환되지 않을 경우 각각 100억원을 광림에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죠. 물론 전환사채를 다른 곳으로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요.
광림도 마찬가지죠. 비비안과 미래산업 전환사채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4일(오늘) 에스제이조합을 상대로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계열사 간에 자금조달이 꼬리를 물고 있죠.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발행하는 전환사채의 향후 주식 전환 또는 상환 여부에 따라 다른 계열사들의 자금사정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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