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註] 상장기업(코스피, 코스닥 포함) 중 매출이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는 기업을 꼽아 봤습니다. 고성장을 질주하던 기업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목적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궁금한 것은 이 기업들의 미래 전망이죠. 재무제표로 기업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코로나를 전후한 실적이 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면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 그 기업이 가게 될 방향을 어렴풋하게는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매년 30% 이상 늘어난 기업으로는 고바이오랩,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카카오페이등 25개사가 있고, 2019년까지 4년 연속 30% 이상 성장하 기업은 샘표, 인스코비, 와이팜 등 12개사가 있습니다. 분석대상기간(2016~2020년) 모두 매출 성장률 30% 이상을 기록한 기업도 있습니다. 뉴트리, 바이오플러스, 프롬바이오, 원티드랩, 클리노믹스, 티앤알바이오팹 등 6개사입니다. 위 기업이 모두 분석대상이 되지는 않으며, 과거 실적을 분석하는 것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하지만 향후 전망을 점치는 것은 독자의 몫임을 밝힙니다.
클리노믹스는 게놈(유전자) 기반의 암/질병 조기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혈액, 타액, 상피세포 등으로부터 유전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해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나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게놈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 환자의 체액(소변, 침, 혈액)을 분석해서 암 등의 질병을 진단하고 그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액체생검 플랫폼, 게놈 은 물론 체내에 존재하는 외유전체, 단백질체 발현체, 대사체 등의 정보를 종합해서 질병의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조기진단하는 다중오믹스 조기진단 등의 사업을 영위합니다. 이 밖에도 병원이나 의원에서 생성된 바이오 및 의료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충청북도 오송에 바이오 빅데이터 센터(BBC)를 구축하고 게놈 분야의 기업이나 기관에게 다양한 게놈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클리노믹스는 코로나19의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히죠.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TrioDX)를 2020년 4월에 헝가리에 50만 세트를 수출했으며, 지난해 2월에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진단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면서 매출이 급성장을 했죠. 지난해 9월까지 연결매출액이 271억원을 기록했는데, 직전년 연간 매출 98억원의 거의 세배에 달합니다. 하지만 클리노믹스의 개별 매출액은 9월까지 34억원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 74억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죠. 결국 자회사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클리노믹스에는 3개의 자회사가 있습니다. 미국 자회사인 클리노믹스 USA, 영국 자회사인 Geromics LTD, 유럽 자회사인 Climomics Europe Kft 유럽입니다. 이중 영국 자회사와 유럽 자회사는 매출이 없습니다. 자산규모가 각각 3억원과 9억6000만원에 그치고, 특히 헝가리에 있는 유럽 자회사는 지난해 3분기 신설된 법인입니다. 아직 존재감이 없습니다.
대박은 미국 자회사에서 터졌죠. 코로나19 진단키트의 미국내 매출이 급증한 겁니다. 2020년 17억5000만원을 기록했던 미국 자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9월까지 237억5488원으로 늘었습니다. 클리노믹스 연결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진단키트의 효과는 이익 면에서도 대단했습니다. 클리노믹스는 2020년까지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었습니다. 매출이 매년 빠르게 늘기는 했지만 손익분기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매출액보다 더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매출보다 인건비와 연구개발비가 더 빨리 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자회사의 매출 대박 덕분에 지난해 9월까지 29억원의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미국 자회사가 116억원의 이익을 내주었죠. 일년 전까지만 해도 클리노믹스 내부에서조차 이런 호실적을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갑자기 효자로 등장했지만, 클리노믹스의 주력은 아니죠. 클리노믹스의 정체성은 게놈에 기반한 암 등의 질병 조기진단 서비스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서비스의 주요 시장은 여전히 국내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전에도 클리노믹스의 매출이 빠르게 성장했는데 10종의 암과 10종의 질환을 예측하는 'Geno-D' 등의 대표 제품이 이끈 것이었죠.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2020년 12월에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요. 아직은 매출이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이 다시 성장의 기반이 되는 선순환에 들어가지는 못했었죠. 이런 기업의 경우 매출이 규모의 경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합니다.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가장 큰 이유도 성장의 가속 페달을 밟을 자금 확보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클리노믹스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었고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도 매년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부담도 있어서 현금흐름 부족 상태가 이어졌죠. 그래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40억원과 225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고, 202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283억원의 보통주 유상증자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흑자 전환이 유력해 보이는 지난해에도 9월까지 40억원 가량의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했어요. 영업이익이 79억원 발생했지만 매출채권이 150억원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 자회사에서 일어났으니 매출채권도 미국 자회사 것이죠. 코로나19진단키트 매출이 외상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매 판매라면 이렇게 대규모 매출채권이 나올 것 같지 않으니 아마도 매출처가 병원이나 약국 같은 곳인가 봅니다. 실제로 전체 매출 중 230억원 이상이 한 고객에게 판매한 것이고, 매출채권은 3개월 이내에 결제가 이루어지게 돼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해 4분기나 올해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테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코로나19 진단키트 대박으로 늘어난 매출이 현금흐름을 개선시키지는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섰는데요. 7월에 3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18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쓰고 120억원은 타법인 증권을 취득하는 데 쓸 목적이었죠.
전환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일단 단기금융상품에 넣어 둔 것 같습니다.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빼서 쓰겠죠. 타법인 취득은 아무래도 신약개발 쪽인 것 같습니다. 클리노믹스는 지난해 ㈜솔트룩스와 공동투자 계약을 맺고 10억원을 출자해 ㈜제로믹스를 신규 설립했습니다. 제로믹스는 2018년에 클리노믹스와 합병한 게놈 분석기업인데, 그 이름을 다시 신설회사 상호로 다시 쓰네요.
신설법인 제로믹스는 항암신약 개발, AI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헬스 사업을 목적으로 합니다. 클리노믹스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죠. 클리노믹스는 현재 진단 전문기업이지만 신약과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시작해서 신약 개발까지 지속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예감이 드는군요.
코로나19 특수로 수혜를 보기는 했는데, 말 그대로 특수는 특수로 그칠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클리노믹스의 주력 사업도 아니니 클리노믹스가 지난해 그리고 어쩌면 올해 흑자를 달성하더라도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선은 본업인 암 및 질병 진단 상품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그로 인해 현금흐름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본업 매출이 오히려 급감(개별 매출 74억원에서 34억원)한 것이 아무래도 걸립니다. 코로나19특수가 끝난 후에 다시 진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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