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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업계에서는 위메이드의 위믹스 유동화에 대해 이상할 게 없다는 공감대가 있는 모양입니다. 위믹스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위믹스를 팔아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고, 생태계에 참여하는 업체들에게 위믹스를 제공할 필요도 있었을 거라고 이해를 하나 봅니다. 백서에도 위믹스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쓰겠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다만,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뭔가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발행하면 실제 돈이 위믹스 투자자에게서 위메이드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위메이드가 보유한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자산 내역에 없습니다. 재무제표 측면에서 보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메이드의 재무제표에는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겁니다.


기업의 자산이 늘면, 그 자산은 채권자의 몫이거나 주주의 몫입니다. 그런데 채권자의 몫이 되려면 늘어난 자산이 채권자에게서 차입한 돈으로 마련한 것이어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 그 만큼 부채가 늘지만,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발행해서 현금을 조달해도 채권자가 없습니다. 채권자의 것이 아니면 주주의 것이죠.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위메이드 주주의 몫이라는 겁니다. 위믹스 생태계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코인 투자자에게서 위메이드 주주에게로 부가 이전됩니다.


위믹스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위믹스의 가치도 올라가겠죠. 회사와 코인투자자가 윈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위믹스 유동화를 지속하게 되면 위믹스의 가치는 하락하겠죠. 그래도 위메이드의 기업가치는 올라갑니다. 위믹스 유동화의 직접적인 효과는 위메이드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의 상승입니다. 위믹스 발행량이 10억개이고, 약 8억개가 남았다고 하는데, 코인값이 5000원이면, 4조원, 코인값이 1만원이 되면 8조원의 기업가치를 위메이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올릴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파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0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했던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흡수합병하기로 했습니다. 게임과 블록체인 사업을 연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자사 게임 뿐 아니라 모든 게임이 돈버는 게임(P2E)으로 바뀔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죠. 합병기일은 이달 1일입니다.


합병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발생한 일이 있습니다. 위메이드트리의 100% 자회사 Wemade Tree Ptd가 1800억원을 출자해 위메이드 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위메이드가 1667억원을 주고 선데이토즈 지분 38.9%를 인수합니다. Wemade Tree 자산총액이 28억원인 소규모 기업입니다. 하지만 18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를 하지도,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위믹스를 팔아 생긴 1800억원이 순자산 증가로 이어졌고, 1800억원의 현금은 위메이드 이노베이션을 통해 선데이토즈 인수에 쓰입니다.



이 거래로 Wemade tree의 순자산이 크게 증가하고, 이는 당연히 위메이드 트리의 순자산 증가로 이어지는데요. 위메이드와 위메이드트리의 합병에는 이런 순자산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위메이드트리의 기업가치 평가와 위메이드와의 합병비율이 이미 정해져 있었죠.


비상장사인 위메이드 트리는 지난 2020년까지 실적과 재무상황을 기준으로만 보면 기업가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2020년말 현재 장부상 연결 순자산은 (-)5억9531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2020년 연간 매출액은 10억원인데, 38억원의 영업손실과 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었죠.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48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판매관리비의 증가로 18억원의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위메이드트리가 미래에 창출할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영업가치)는 1843억원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비영업자산의 가치를 더한 기업가치는 1857억원이 됩니다. 기업가치에서 이자발생부채를 차감하면 수익가치로 본 위메이드트리의 주식가치가 나오는데, 1826억원으로 계산됩니다.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위메이드트리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가정은 향후 매출의 급격한 증가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회사와 회계법인은 위메이드의 매출이 지난해 18억원을 기록해 전년의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3분기까지 매출이 48억원인데, 4분기에 70억원의 매출이 더해질 것으로 내다봤죠. 그리고 올해 매출은 4배 이상 증가한 465억원, 내년 매출은 639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매출 예상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사업계획을 근거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위메이드트리의 매출은 모바일매출과 기타매출로 구성되고, 기타매출은 클레이튼(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노드 운영보상 매출과 위믹스 월릿(WEMIX Wallet) 매출입니다. 이중 핵심은 위믹스 월릿 매출입니다. 위믹스 월릿은 모바일 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상화폐를 보관하고 전송할 수 있는 지갑기능과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게임토큰을 유저간에 거래하는 기능을 제공해 수수료 매출이 발생됩니다.


결국 이용자수와 이용횟수에 의해 매출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데, 위메이드는 지난해 9월 26만명인 이용자가 2025년 12월 400만명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르4의 성공에 이어 지속적으로 흥행 게임이 나오고 타사 게임을 유치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토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앞으로 나올 실적을 지켜보면 될 일입니다.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40% 대 60%로 가중평균하는 본질가치법을 주로 쓰는데, 위메이드트리의 순자산 장부가액은 주당 (-)709원으로 평가됐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싱가포르 자회사 Wemade tree의 가치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수익가치는 1826억원을 주식 수로 나누어 주당 64만9428원이 도출됐습니다.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역시 Wemade tree를 포함한 가치입니다.



이렇게 해서 위메이드는 기준 주가에 따라 주당 12만5725원, 위메이드트리는 본질가치법에 따라 주당 38만9373원으로 보통주 1주의 가치가 결정이 되고 합병비율은 위메이드트리 1주당 위메이드 주식 3.097주를 교부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위메이드트리의 발행주식이 28만1111주인데, 위메이드가 20만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71.15%에 달합니다. 위메이드트리를 흡수할 경우 다른 주주가 보유한 8만1111주에 대해서만 위메이드 주식으로 교환해 주면 됩니다. 총 25만1202주가 됩니다. 기준주가 12만5725원을 적용하면 약 316억원이죠. 위메이드는 316억원에 위메이드트리의 잔여 지분을 사들인 셈입니다.


그런데 위메이드트리의 다른 주주는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위메이드트리의 진정한 가치는 위믹스 월릿이 아니라, 위믹스 보유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싶거든요. 싱가포르 자회사 Wemade tree가 위믹스 유동화가 이루어지는 화수분 같은 곳인데, 위메이드트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에 위믹스 유동화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의 가치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향후 유동화로 창출할 현금의 가치는 고사하고, 합병기일 이전에 이루어진 유동화로 인수한 선데이 토즈의 가치조차 합병비율에 반영되지 않았죠. 위메이드 트리의 다른 주주의 부가 위메이드 주주에게로 이전됐다고 한다면 지나친 지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