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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휴림로봇의 최대주주는 휴림홀딩스입니다. 2020년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1.07%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새롭게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휴림로봇은 원래부터 있던 회사가 아니라 그해 12월에 설립된 신설회사였습니다. 김지영이라는 분이 100% 지분을 홀로 출자했습니다. 순전히 휴림로봇의 지분 취득을 위해 설립된 회사로 볼 수 있습니다.
휴림홀딩스는 휴림로봇 신주를 인수하기 위해 40억원을 썼습니다. 이 중 자기자금은 10억원이었고, ㈜제이앤리더스에서 30억원을 1년간 차입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말 휴림로봇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휴림홀딩스의 100% 최대주주는 김지영씨가 아니라 제이앤리더스로 바뀌어 있고, 김지영씨는 제이앤리더스의 100% 주주 겸 대표이사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김지영씨가 휴림홀딩스를 설립한 다음 또 다른 자신의 회사 제이앤리더스에서 30억원을 빌려 휴림로봇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휴림홀딩스와 제이앤리더스는 장부상 회사로 보입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거든요. 휴림홀딩스야 휴림로봇 인수를 위해 명목상 설립된 곳이니 그렇다 치는데, 제이앤리더스는 2014년에 설립된 곳으로 업력 9년차 회사이고, 주택건설업을 하고 있는데, 사원이 1명입니다. 껍데기만 있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휴림홀딩스를 설립하고 제이앤리더스의 현 최대주주인 김지영씨는 명의만 빌려 주었을 수 있습니다. 이 분이 실제로 전주(錢主)라면 휴림로봇, 나아가 삼부토건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얘기인데, 휴림로봇이나 삼부토건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설사 이분이 제이앤리더스의 실제 주인이라고 해도 자본총액 15억원 회사의 주인이 자산 840억원인 코스닥 상장사와 4,576억원의 중견 건설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기는 참 어렵습니다.

휴림홀딩스의 대표이사는 황만회라는 분입니다. 이 분 역시 휴림로봇의 경영진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의 대표이사인데 말이죠. 구글링을 해 보니, 황만회 대표는 남산배관센타라는 동파이프 회사의 설립자 겸 대표이사더라고요. 남산배관센타는 2014년에 설립된 자본금 1억원짜리 회사인데, 2017년과 2018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 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시사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5년에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기업과 유망중소기업 등 17개 기업이 참여한 쿠바 '아바나국제박람회'에 남산배관센타 이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설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유망중소기업에 뽑혀 한국 동파이프 대표 기업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남산배관센타의 실적이 2019년에서 끊겨 있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어 찾아보니 2020년 10월 7일자로 당좌거래가 정지되었습니다. 부도를 냈다는 뜻입니다. 남산배관센타는 당좌거래 정지 넉달 전인 2020년 6월 코스닥 상장사 이트론의 전환사채 액면 100억원 어치를 장외 매수합니다. 그리고 석 달 뒤인 2020년 9월 전환사채 전액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해 이트론에 되팝니다. 얼마에 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이트론은 이 사채를 액면인 100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공시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산배관센터가 사온 가격도 액면 100억원일 겁니다.
서버회사인 이트론의 최대 주주는 유류 도매업을 하는 코스피 상장사 이아이디입니다. 이아이디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이화전기입니다. 그리고 이화전기의 최대주주는 이트론이죠. 세 회사가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 회사의 지분율에 지난해 좀 변화가 있었네요. 이아이디가 이트론 지분의 상당 부분을 매도해 지분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화전기도 이아이디 보유주식 절반 이상을 매각했다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다시 20% 가까이로 높였네요. 세 회사는 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주가도 마치 삼형제처럼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지난해 초 세 회사 주가가 동시에 급등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위탁생산업체에 투자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죠. 지금은 거의 급등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와 있죠.
세 회사 중 이화전기는 휴림로봇의 주요 주주입니다. 장내 매도 등으로 지난해 9월말 현재 지분율이 3%대로 떨어졌지만, 한때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적도 있습니다. 이화전기는 2018년 이전부터 휴림로봇에 투자한 것으로 보이는데, 수 차례에 걸쳐 주식과 전환사채 등을 인수한 뒤 매각하는 거래를 했습니다. 이화전기가 한때 휴림로봇의 1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과 휴림로봇 최대주주 휴림홀딩스의 대표 황만회씨의 회사 남산배관센타가 이트론 전환사채에 100억원을 투자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황만회씨와 이트론 삼형제의 실질 주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삼부토건의 최대주주는 휴림로봇이지만 왠지 실제 주인이 따로 있는 듯한 정황들이 있음을 지난 글(매물로 나온 삼부토건, 실제 주인은 누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휴림로봇의 최대주주인 휴림홀딩스와 휴림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제이앤리더스도 그 실체가 불분명하단 말이죠. 제이앤리더스의 100% 주주인 김지영씨, 휴림홀딩스의 대표이사인 황만회씨 역시 삼부토건과 휴림로봇의 지배권을 가진 소유자로 보기에 석연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삼부토건과 휴림로봇 뒤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존재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휴림로봇의 과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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