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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휴림로봇이라는 최대주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휴림로봇의 대주주인 휴림홀딩스의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겠죠. 여러 가설이 있는데 삼부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주인인 조남욱 회장 일가가 여전히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고, 조성옥 대교종합건설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일씨가 진짜 주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공시와 재무제표를 토대로 논리적인 추론과 분석을 하는 매체인데, 그것 만으로는 삼부토건의 진짜 주인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팩트를 확인할 수 없는 무리한 추정을 하기 보다는 삼부토건이 거친 과거 주주들을 정리하고 나머지는 독자 나름의 판단에 맡길까 합니다.
조남욱 회장의 형제 자매를 비롯한 일가가 23%의 지분율을 갖고 있던 삼부토건은 대주단 자율협약을 받던 중에 대주단이 대출금의 만기연장 불가 통보를 받고 2015년 8월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합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서는 두 차례의 무상감자와 회생채권의 출자전환 등 재무개선 작업이 진행되죠. 첫 번째 무상감자에서는 최대주주인 조남욱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의 주식은 95%를, 일반주주는 80%를 감자하고 회생채권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진 후에는 90%의 일괄 무상감자가 다시 이루어집니다. 대부분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고 말죠.
그런데 조남욱 회장 일가 중 일부는 사세가 기울어진 2014년부터 첫 번째 무상감자가 이루어진 2016년 3월 4일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보유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 했습니다.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대주주이며 임원인 분들이 가라앉는 배에서 먼저 탈출을 한 셈입니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원 부회장과 조남립씨가 그랬고, 조남욱 회장이 법인 대표자인 장학재단인 숙정재단과 학교법인인 백제학원은 무상감자 직전인 2016년 2월에 보유주식을 전부 장내 매도합니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중 M&A로 새 주인을 찾은 건 2017년 9월입니다. 디에스티로봇(현 휴림로봇)을 위시한 DST컨소시엄이 6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에스비글로벌 파트너쉽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 등이 228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삼부토건은 법정관리를 벗어납니다.
DST컨소시엄에는 디에스티로봇 외 8곳이 참여하는데,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디에스티로봇과 특수관계로 묶여 경영권 지분을 가져가는 그룹에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 사모펀드, 히어로 스카이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전환사채 인수에도 참여한 에스비컨소시엄이 있습니다. 그리고 코스닥 상장사 ㈜이아이디, 동훈인베스트먼트외 2인, 엔케이컨소시엄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죠.
디에스티로봇의 전신은 과거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로봇이었습니다. 동부그룹이 경영위기를 맞으며 와해되다시피 하던 2015년 3월 사실상의 지배주주인 김남호씨(현 DB그룹 회장)와 동부씨엔아이가 보유주식을 중국 자본인 리드 드래곤 컨소시엄에 매각합니다. 이로 인해 중국 휴대폰 매장 체인인 디신통그룹의 관계회사인 베이징 링크선 테크놀러지가 28.2%의 최대주주가 되고 특수관계자인 리드 드래곤 유한공사가 9.40%의 지분을 갖습니다.
동부로봇 매각이 살짝 의아스러운 게, 매각협상 대상자는 리드 드래곤 컨소시엄인데 왜 최대주주가 리드 드래곤이 아닐까요. 리드드래곤은 중국 전자회사로 오너인 리밍 회장은 중국 전자상회 부회장을 맡은 적이 있는 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밍은 홍콩 상장사인 차이나 오션 십빌딩 인더스트리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했죠.
동부로봇이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이니 전자회사인 리드 드래곤이 인수에 관심을 갖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정작 컨소시엄의 중심에는 엉뚱하게 휴대폰 매장 체인인 디신통 계열사가 섰습니다. 게다가 베이징 링크선 테크놀러지는 신규로 설립된 회사였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은 동부로봇을 인수한 후에 휴대폰 매장에 동부로봇의 지능형 로봇을 하나씩 배치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리밍 회장이 거물이라고 하지만 리드 드래곤이 자금이 빵빵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리밍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이고, 당시 총 자산이 883억원 정도였죠. 베이징 링크선은 더 작았습니다. 설립 자본금이 89억원에 불과했고 자산총액은 110억원 남짓이었습니다. 크지 않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디신통그룹이 100%가 아닌 62.6%의 지분을 출자했죠. 김남호 회장이 왜 매각 대상자로 국내 업체도 아닌 중국계 기업, 그것도 휴대폰 파는 회사를 선택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동부로봇에서 상호를 바꾼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 인수에 뛰어들 때 자산 규모가 약 400억원 정도였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유상신주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200억원은 디에스티로봇에 상당히 무리한 금액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또 삼부토건 인수 참여가 최대주주인 베이징 링크선의 뜻이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당시 디에스티로봇은 최대주주와 한국인 경영자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고, 양측이 화해한 후에도 최대주주가 임시주총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대주주와 이사회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의 우군으로 나선 사모펀드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스는 부동산 신탁회사인 무궁화신탁이 조성한 것이었습니다. 삼부토건 소유이던 르네상스호텔 부지의 매각 주관사를 맡았던 곳입니다. 르네상스호텔 부지는 중견 건설사인 VSL코리아가 6900억원에 매입했고, 2018년에 이지스자산운용이 9250억원을 주고 재매입했고 지금은 신세계그룹의 센터필드가 들어서 있죠.
2016년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VSL코리아가 르네상스호텔 부지를 매입하는 데 조남원 삼부토건 부회장의 아들인 조창원씨 역할이 컸던 모양입니다. 조창원씨는 르네상스호텔 옆 빌딩에 주소를 둔 SLI라는 자산관리회사의 고문으로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SLI는 신흥우 VSL코리아 회장의 사위인 이상준씨가 설립한 회사로 르네상스호텔 부지 개발 사업에서 자산관리를 맡고 있었죠. 삼부토건을 아직 조남욱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아마 이런 배경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궁화신탁이 디에스티로봇과 편을 먹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본시장 매체 더벨에 기사가 있습니다. '디에스티로봇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수에 참여했고, 나중에 무궁화신탁과 디에스티로봇이 다른 M&A를 할 때 서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디에스티로봇이 M&A 투자에 나설 계획이 있다는 것과 무궁화신탁의 대주주인 오창석 당시 부회장과 디에스티로봇의 실질 주주사이에 인연이 있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은 삼부토건을 인수한 지 불과 반 년만에 지분 철수를 시도합니다. 삼부토건 노조와 갈등이 극심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은 보유 주식 전부를 코스닥 상장사 ㈜우진에 매각하기로 합니다. 무궁화신탁은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의 지분 전부를 디에스티로봇에 102억원을 받고 처분하고, 디에스티로봇은 이 펀드 지분을 다시 ㈜우진에 넘깁니다. 또 삼부토건 인수 당시 발행했던 전환사채 228억원 중 198억원을 보유하던 에스비글로벌 파트너쉽 기업재무안정 펀드도 전환사채 전량을 우진측에 매각합니다. DST컨소시엄의 일원으로 단순투자 목적으로 참여한 이아이디 역시 보유 지분 전량을 2018년 5월 장내 매도합니다.
DST컨소시엄의 국내 참여자 대부분이 철수에 나섰는데 행보를 달리 한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히어로 스카이 인베스트먼트라는 중국 자본입니다. 삼부토건의 주식 72만주(3.84%)를 보유한 히어로 스카이는 지분을 팔지 않았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의 기존 경영진이나 노조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과 달리 히어로 스카이는 삼부토건 노조와 협조적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더벨의 보도에 따르면 삼부토건 노조는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고, 히어로 스카이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협의를 했습니다. 노조는 히어로 스카이가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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