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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림로봇의 전신 디에스티로봇은 삼부토건을 인수할 당시 자금이 넉넉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2016년말 현재 현금성자산(금융상품 포함)이 약 30억원 정도에 불과했고, 당기순이익은 8억원에 그쳤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7억원이었습니다. 또 천안공장의 토지와 건물은 정부보조금 및 은행차입금에 대해 담보로 제공되어 있었죠.
당시 디에스티로봇의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인 베이징 링크선(7.8%)과 리드 드래곤(4.40%)를 비롯, 베이징 링크선에서 지분을 장외 매수한 대덕뉴비즈1호조합(7.30%), 대덕뉴비즈2호조합(3.30%), 대덕뉴비즈 3호조합(3.80%), 에스알투자조합(3.50%) 등이었습니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중국계 2곳과 역시 정체 불명의 국내 투자조합 4곳입니다.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했습니다. DST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하면서 무궁화신탁 등의 도움을 받았지만 디에스티로봇 자체로 부담할 200억원도 자체적으로는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2017년 9월 삼부토건 지분 인수자금을 납입하기까지 잦은 자금조달이 불가피했습니다.
삼부토건이 기업매각을 위해 주간사를 선정한 게 2017년 4월초인데, 디에스티로봇의 자금조달은 그보다 앞선 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2월에만 4회차(150억원)와 5회차(40억원)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4회차는 유아이투자조합, 케이씨투자조합1호, 케이씨투자조합2호에서 인수하고 5회차는 최대주주인 베이징 링크선이 인수합니다. 5회차는 당초 50억원 규모로 발행해서 베이징 링크선과 리드 드래곤이 각각 30억원과 20억원을 받아갈 예정이었으나 리드 드래곤이 빠지고 베이징 링크선이 홀로 인수하면서 40억원으로 규모가 줄었습니다.
4월에는 디신통컨소시엄 외 1곳을 상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억원을 조달합니다. 디신통 컨소시엄이 40억원의 신주를 인수하죠. 그런데 이 컨소시엄이 베이징 링크선의 모회사인 디신통 그룹을 주체로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말이 컨소시엄이지, 투자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조합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유상증자로 6.70%의 지분을 취득했지만 베이징 링크선과 특수관계로 보고되지도 않았습니다. 디신통그룹이 구성한 컨소시엄이라면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자금조달은 삼부토건 인수자금을 납입하는 9월15일까지 꾸준히 이어집니다. 주요 주주 중 하나인 에스알2호투자조합을 상대로6회차 전환사채 70억원이 발행되고, 제이에이치홀딩스라는 곳을 상대로 30억원의 유상증자와 20억원 규모의 7회차 전환사채가 발행됩니다.
2월~9월까지 조달된 총 370억원의 외부자금 중 200억원이 삼부토건 인수에 쓰였고, 디에셋홀딩스, 디에스티파트너즈라는 종속회사에 각각 10억원의 출자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중해지능장비제조(심천) 유한공사라는 리드 드래곤 리밍 회장이 대표를 맡은 신설 법인에 합작투자(30%)로 150만 위안(약 25억원)를 출자하고, 베이징 링크선에서 빌린 차입금 20억원을 갚습니다.
삼부토건 인수 전 발행된 전환사채는 대부분 2018~2019년 중에 보통주로 전환됩니다. 유아이투자조합 등 3개 투자조합이 인수한 4회차(150억원)와 베이징 링크선이 인수한 5회차(40억원)은 2018년 상반기 중, 에스알2호투자조합이 인수한 6회차 70억원 중 50억원은 2019년 1월과 4월에, 제이에이치홀딩스가 인수한 7회차(20억원)는 2019년 4월에 각각 주식 전환되죠. 그런데 6회차 10억원과 7회차 20억원이 보통주로 전환된 날이 같군요.

하지만 삼부토건 인수를 앞두고 디에스티로봇의 자금조달에 참여했던 곳 중 주요 주주로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했으면 대부분 주요 주주로 남을 정도의 물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유아이투자조합 외 2곳은 물론 7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에스알2호투자조합도 주요주주 명단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삼부토건 인수 직전 6.7%의 지분을 보유했던 디신통컨소시엄과 대덕뉴비즈1호 조합 역시 명단에서 사라지죠.
대덕뉴비즈1호는 2017년 8월 조합을 해산합니다. 보유지분은 조합원들에게 분배되었을 것이고, 조합원들은 장내·외에서 매각했을 겁니다. 다른 조합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디신통컨소시엄은 2018년중 디에스티로봇 지분 전량을 매도했습니다. 제이에이치홀딩스와 에스알2호투자조합은 2017년말까지 각각 20억원과 50억원의 전환사채를 보유 중이었으나 2018년 중 전량 매각했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간에 삼부토건 인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등장했던 주요 주주나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들이 지분과 사채를 처분하고 사라진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이들이 디에스티로봇의 전략적 투자자는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디에스티로봇의 삼부토건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동원되거나 섭외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고 떠났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이 투자 지분을 현금화하는데도 활용이 되었겠구요. 대부분 삼부토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집한 재무적 투자자인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성격이 다른 곳으로 제이에이치홀딩스, 그리고 제이에이치홀딩스가 참여한 조합으로 추정되는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이 있습니다. 제이에이치홀딩스와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은 2017년 중 디에스티로봇의 지분을 취득한 뒤 2018년에 지분을 추가로 늘렸고, 2019년말까지도 일부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은 2017년에 4억원, 2018년에 4억원을 제이에이치홀딩스에 대여했다가 2018년에 전액 회수했고, 반대로 2018년 중 제이에이치홀딩스에서 11억4000만원을 차입했다 상환합니다. 제이에이치홀딩스는 베이징 링크선과 꽤 관련이 깊은 곳일 수 있습니다. 중국계 회사인 베이징 링크선의 국내 배경이 되는 자본과 연결이 되었을 지 모르죠. 하지만 아쉽게도 공시를 통해 그 정체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당한 규모의 자금거래를 디에스티로봇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유 지분율이 5% 미만이어서 재무구조나 출자주주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거든요.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은 다른 상장사 지분 거래에도 등장합니다. 2021년 10월 에스씨엔지니어링이 세원이앤씨 지분 24.06%를 디지털킹덤홀딩스 외 5인에게 403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때 6인의 양수인 중 하나입니다. 또 같은해 9월에는 코스닥 상장사 대한그린파워가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 55억원을 재매각하는데,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이 25억원어치를 매입합니다.
2020년 5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엔플러스가 100억원어치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하는데, 이때 인수 예정자가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엔플러스의 전환사채 발행은 2021년 3월이 돼서야 이루어지고 인수자는 상상인저축은행으로 교체됩니다. 2018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비보존헬스케어가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배정자가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이었습니다.
이 거래들에서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의 일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2019년말 현재 자본금과 자산이 고작 2000만원짜리이고, 대표자인 윤봉현이 50%의 출자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디에스티로봇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조합의 규모로는 볼 수 없죠. 같은 이름의 다른 투자조합은 아닐테고, 2000만원짜리 투자조합이 차입금을 조달해 상장사 지분이나 전환사채에 투자해 차익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이에이치투자조합이 2019년에 나노메딕스(현 이엔플러스) 전환사채를 담보로 리더스기술투자로부터 18억원을 차입한 기록이 있습니다.
제이에이치투자조합과 사실상 운영주체가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제이에이치홀딩스는 삼부토건과도 관계를 맺습니다. 2018년 3월 에스비글로벌파트너쉽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에스비글로벌파트너쉽PEF)가 삼부토건 전환사채권 230만주를 212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하는데, 이때 거래 상대가 제이에이치홀딩스였습니다. 매매대금 완납 예정일은 5월31일이었죠. 에스비글로벌파트너쉽PEF는 디에스티로봇과 함께 DST컨소시엄을 이루어 삼부토건 인수에 나선 곳 중 하나이고, 2018년 5월은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을 ㈜우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때입니다.

에스비글로벌파트너쉽 PEF는 5월23일 삼부토건 전환사채를 우진인베스트PEF에 매각하기로 다시 계약을 하고, 제이에이치홀딩스와 맺은 계약은 해지됩니다. 우진인베스트PEF는 DST컨소시엄 중 하나인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가 바뀐 이름이고, 무궁화신탁이 지분을 가진 곳이었는데, 그 지분을 디에스티로봇에 매각하고, 디에스티로봇은 다시 ㈜우진에 매각하죠. 삼부토건의 경영권 지분을 ㈜우진으로 넘기려고 한 겁니다. 이때 에스비글로벌파트너쉽PEF가 보유한 전환사채는 제이에이치홀딩스가 받아가기로 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진인베스트PEF로 바뀌었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이 보유한 삼부토건 주식도 우진인베스트PEF로 매각하기로 했죠.
2018년은 디에스티로봇과 삼부토건에게 모두 중요한 해입니다. 두 회사의 주주 구성에 큰 변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 지분 매각에 나서는 해이기도 하니까요. 최초 삼부토건 인수에 참여했던 DST컨소시엄이 사실상 해체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리드 드래곤이 보유한 디에스티로봇 지분을 넘겨 받았던 리밍 회장은 2018년 4월부터 연말까지 장내에서 꾸준히 지분을 매각한 뒤 베이징 링크선과 특수관계에서도 벗어납니다. 베이징 링크선은 2017년초 인수한 디에스티로봇의 전환사채 40억원을 2018년에 매각한 뒤 이 중 절반인 20억원을 같은 가격에 재취득합니다.
리밍 회장이 디에스티로봇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한 직후인 2018년 5월 디에스티로봇은 삼부토건 지분 양도를 위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죠. 그러자 삼부토건 인수를 위한 DST컨소시엄의 일원인 히어로 스카이 인베스트먼트(HEROSKYINVESTMENTSLIMITED)도 삼부토건 매각계약이 체결되자마자 장내매도를 통해 보유지분을 처분합니다. 디에스티로봇의 특수관계자로 묶였던 지분인데, 매매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죠.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 지분 매각에 나서자, 컨소시엄을 이루었던 조력자들도 각자 지분을 처분한 것은 물론이고, 디에스티로봇 인수에 참여했던 베이징 링크선의 파트너도 투자 회수에 나선 것은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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