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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림로봇(전 디에스티로봇)은 2017년 삼부토건을 인수한 후 경영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대표이사이던 최명규씨와 고문이던 송현웅씨, 그리고 금호리조트 대표이사를 지낸 박상배씨를 삼부토건의 2018년 3월 주주총회에 사내이사 후보에 올리죠. 최명규씨가 사임한 디에스티로봇 대표 자리에는 손영석씨가 취임하죠. 곧이어 디신통그룹측 인물인 천징이 임기만료로 이사직을 그만두면서 손영석씨가 단독 대표이사가 됩니다.


최명규씨는 2016년 10월 주주총회에서 손영석씨, 리밍(리드 드래곤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곧바로 천징과 각자 대표이사에 오른 분입니다. 그리고 이때는 강석희 대표가 해임되면서 최대주주인 베이징 링크선과 디에스티로봇 경영진 사이에 1차 분쟁이 발생하는 때이기도 하죠.


그런데 최명규 씨가 주총을 앞두고 삼부토건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합니다. 그리고 주주총회도 열리지 못합니다. 개회와 의사진행에 장애가 생겼다고 공시한 걸 보니 대판 싸움이 벌어지면서 파행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바람에 삼부토건의 2017년 재무제표에 대한 승인 결의가 무려 2018년 11월 23일 임시 주총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휴림로봇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3월 21일 이사회는 사임하는 최명규 대표 대신 손영석씨를 새루운 대표로 선임하고, 최명규 대표는 의장으로 마지막 이사회를 진행하는데, 같은 날 두 차례의 주주총회 개최를 결의합니다. 3월30일 재무제표 승인을 위한 정기주주총회를, 5월 4일 정관 변경과 새로운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건은 정해지지 않죠.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대부분이 참석을 하고 날인을 합니다. 이사진 전체의 동의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이사와 정관변경은 회사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고, 정기 주주총회가 아닌 임시 주총을 구체적인 내용 없이 2개월 후로 정했다는 건 경영권과 관련한 중대한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4월18일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된 임시주총 의안은 별게 없더라고요. 4명이 이사 후보로 올랐는데, 화인컴일렉스라는 회사의 이사인 김동노씨와 교보증권 출신의 미국 공인회계사 신시준씨가 새로운 인물이고 류둥하이와 천징 등 2명의 중국인 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이었습니다. 4월30일 이사 후보가 바뀝니다. 류둥하이와 천징이 이사 후보에서 사라지고 금호리조트 대표를 지내고 고문으로 있던 박상배씨가 새로운 이사 후보로 등장합니다. 박상배씨는 3월 30일 열릴 예정이던 삼부토건 정기주주총회에도 최명규씨와 함께 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린 분이었습니다.


3월21일 임시주총 결의에는 대부분 이사가 참석했지만, 4월 두 차례의 이사회는 달랐습니다. 류둥하이, 천징, 리밍 중 중국인 이사들이 불참하고 한국인 이사들만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사회에서 특별한 안건이 결정되는데, 주주총회 소집 결의가 적대적 기업인수나 합병을 위한 것으로 이사회가 확인한 경우 주총 결의를 출석 주주 의결권의 90%, 전체 의결권의 70% 이상으로 하는 경영권 안정화 조항을 정관에 신설하기로 한 겁니다.


한국인 이사들은 또 무궁화신탁의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 지분 양수일을 6월 27일에서 9월 15일로 연기하고, 디에스티로봇의 키스톤금융산업제1호 PEF 지분 양도일도 같은 날로 연기하는 결정을 합니다. 실제 거래는 지불할 돈 102억원과 받을 돈 70억원의 차액인 30억원을 결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죠.


디에스티로봇과 무궁화신탁의 PEF 지분 맞교환의 배경은 알고 계실 겁니다. 2017년에 무궁화신탁은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 PEF에 주요 LP로 약 100억원을 출자해 삼부토건 인수를 도왔죠. 디에스티로봇도 단기차입으로 70억원을 조달해 무궁화신탁이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하는 데 일조합니다.


무궁화신탁은 2017년 11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이하 키스톤PE)가 설립한 프로젝트펀드인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에 주요 유한책임사원(LP)로 참여해 현대자산운용을 550억원에 인수하는데요. 이때 세화아이엠씨가 100억원, 오릭스가 100억원 그리고 디에스티로봇이 70억원을 보탭니다. 무궁화신탁은 다른 LP들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현대자산운용 100% 주주가 됩니다.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을, 무궁화신탁이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하는데 성공한 이후 두 회사는 서로 지분을 맞교환하게 됩니다. 삼부토건 인수에 참여한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PEF에 대한 무궁화신탁의 출자분을 디에스티로봇이 가져오고,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나선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에 대한 디에스티로봇 출자분을 무궁화신탁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이 시기가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을 ㈜우진에 매각하려던 때와 절묘하게 겹칩니다.


디에스티로봇은 2018년 4월 10일 이사회에서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PEF에 대한 무궁화신탁 출자지분을 양수하기로 결정합니다. ㈜우진에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기 전이죠. 디에스티로봇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6월21일과 27일 각각 20억원과 52억원 지급하고, 잔금 30억원은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에 대한 디에스티로봇의 LP 지분이 무궁화신탁으로 이전되면 치르기로 합니다. 말 그대로 맞교환입니다.


그런데 4월30일 이사회에서 류둥하이와 천징을 새로운 이사 후보 명단에서 제외한 직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집니다. 최대주주인 베이징 링크선이 회계장부 및 서류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하고, 검사인을 선임해 임시주총의 적법성을 조사해 달라고 합니다. 이사 후보 교체와 경영권 안정화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변경을 최대주주가 문제 삼은 겁니다. 한국인 이사들이 최대주주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봐야겠죠.


휴림로봇의 임시 주총도 파행이 됩니다. 주총이 열리기는 했지만, 위임장이 겹치는 270만주가 나와 출석주 산정에 이견이 생겼고 결국 의결 의안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은 주총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임시주총은 결국 철회됩니다.


이 와중에 디에스티로봇이 ㈜우진과 삼부토건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합니다. 파행으로 귀결된 임시주총일 이틀 후인 5월23일이었죠. 우진과 거래를 추진한 건 베이징 링크선 등 최대주주측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은 5월 23일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PEF 지분 매각 계약금으로 20억원을 받고, 6월 21일 52억원을 추가로 받습니다. 이 돈은 고스란히 무궁화신탁으로부터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PEF의 지분을 사오는 데 지불됩니다. 무궁화신탁은 그 돈으로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 지분을 디에스티로봇에서 양수하면 되었죠. ㈜우진이 중간에 끼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돈이 오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때 삼부토건 매각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면 디에스티로봇은 삼부토건에서도 철수하고,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 70억원도 회수하게 되었을 겁니다. 완전히 손을 터는 거죠. 삼부토건 지분을 주당 6940원에 인수해서 ㈜우진에 9350원에 매각하기로 했으니 상당한 차익을 누리면서 말입니다. 한국인 경영진이 원했던 건 완전한 엑시트(EXIT) 였던 모양입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후에는 디에스티로봇의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격렬한 경영권 분쟁에 돌입합니다. 최대주주는 류둥하이와 천징을 사내이사로 하는 임시주총 소집을 할 것을 법원에 신청하고, 회사는 새로운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고자 하죠. 결국 양측의 의안이 합해진 주총을 열기로 하죠.


그런데 8월 열기로 했던 임시주총이 이런 저런 사유로 10월로 연기되는 동안 이번에는 국내 경영진에게서 입장의 변화가 생깁니다. 10월 17일 주총을 앞두고 회사측 사내이사 후보가 박상배 전 금호리조트 대표를 빼고 전부 바뀝니다. 바뀐 인물 중에 눈에 확 띄는 분이 있는데 바로 인 엔터테인먼트(In entertainment) 이사로 소개된 정광원씨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왔죠.



임시주총은 국내파의 완벽한 승리로 끝납니다. 유병선, 박상배, 이홍관(이상 사내이사), 정광원, 사토우 마사히로(이상 사외이사) 등 국내파가 내세운 후보들이 모두 선임에 성공하고, 류둥하이와 천징 등 베이징 링크선이 추천한 후보들은 모두 낙마합니다.


정광원씨는 지난 3월에 올린 '휴림로봇의 파라텍 인수에 배관업체들이 왜 나와?' 기사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태영산업이라는 회사를 다녔는데, 2018년 임시주총에서 디에스티로봇 사외이사가 되고, 1년 후인 2019년 10월에는 디에스티로봇의 대표이사에 선임됩니다. 상당히 이채로운 이력이죠. 2020년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휴림로봇과 휴림로봇의 계열사 파라텍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다가 지금은 김봉관씨에게 휴림로봇 대표를 물려주고 파라텍 대표만 맡고 있습니다.


무슨 연유로 회사측 이사 후보들이 바뀐 걸까요. 당시 주주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의 우호 지분들은 철수하는 중이었습니다. 디신통컨소시엄이 이미 4월에 조합자산을 분배하고 해산했고 마지막 동지인 2018년말까지 지속적으로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했죠. 베이징 링크선의 지분은 7%대 초반으로 떨어집니다.


반면 새로 등장한 주주가 있으니 그 이름도 고약하게 긴 글로벌엑스로보틱스앤아티피셜인텔리전스이티에프(GLOBAL X ROBOTICS & ARTIFICIAL INTELLIGENCE ETF)라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와 이트론, 이아이디와 삼각 순환출자 관계에 있는 이화전기입니다.글로벌엑스 ETF는 92억원을 들여 장내 매수로 휴림로봇 지분을 6.96% 취득하고 이화전기는 4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잠재주주가 됩니다. 글로벌엑스 ETF는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가 100억원 가량을 출자해 설립했고 펀드 운용규모는 10조원이 넘었습니다. 이화전기의 최대주주는 이트론인데, 이트론이 2020년 6월 발행한 전환사채 100억원을 남산배관센터가 인수하는데, 남산배관센터의 주인은 황만회씨로 휴림로봇의 최대주주 휴림홀딩스의 대표이사입니다.



임시주총을 통해 구성된 디에스티로봇의 이사진은 2019년 6월 50억원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이를 전량 인수한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는 디에스티로봇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정광원씨는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가 최대주주가 되고 난 후 디에스티로봇의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됩니다. 결국 임시주총을 통해 구성된 새로운 이사진이 모셔온 최대주주가 에이치엔티였던 셈이고, 에이치엔티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 정광원씨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휴림로봇의 최대주주는 현재 휴림홀딩스로 바뀌었습니다만, 황만회씨나 정광원씨 등은 건재합니다. 에이치엔티와 휴림홀딩스가 전혀 남남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되죠. 하지만 휴림로봇과 삼부토건은 지분 소유 이상의 관계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휴림로봇의 국내파 경영진이 삼부토건 매각을 추진한 것이 거의 확실하고, ㈜우진으로의 매각이 미완성으로 끝난 이후에도 보유 지분 매각을 계속 추진할 뿐 아니라 삼부토건 경영에 참여한 흔적이 거의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