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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한 지난 2년이 게임업체에게 기회의 시간이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상장 게임업체의 매출액과 이익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확실히 늘어났거든요. 상장 게임업체 중 14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을 합산해 보니 2019년 4.6조원에서 지난해 7.8조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최근 2년 연속 1.4조원을 기록해 코로나 이전 1조원 내외에서 40% 가량이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장 게임업체가 호시절을 보낸 것은 아닙니다. 다른 업종과 달리 게임업종은 업체별 희비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확보한 업체는 개발에 투입한 노력과 자금을 큰 수확으로 보상 받지만, 인기있는 신작을 내지 못했거나 기존 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실적은 급격하게 악화되는 것이 게임업종의 속성이죠. 코로나19라는 양질의 환경 하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 상장 게임사의 매출 증가를 이끈 주역은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등이었습니다. 크래프톤의 매출(개별 기준)은 2019년 121억원에서 지난해 1조8284억원으로 무려 151배가 늘었고 위메이드는 12배(172억원 → 2112억원), 카카오게임즈는 2.5배(3224억원 → 7931억원) 증가했습니다. 반면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이 266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40% 이상 줄었고 드래곤플라이와 한빛소프트의 실적도 부진했습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여서 크래프톤이 지난해 무려 6964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해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거의 절반을 홀로 해냈고 카카오게임즈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60% 가까운 영업이익 증가를 보여줬습니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는 2020년 8700억원에 육박했던 영업이익이 반토막도 되지 않는 34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넷마블과 컴투스의 영업이익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드래곤플라이 한빛소프트 넥슨게임즈 룽투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게임업체의 실적이 이처럼 부침이 심한 것은 게임이 마치 대중가요처럼 유행을 타기 때문이죠. 출시한 게임이 크게 흥행을 하면 큰 돈을 벌지만, 인기가 시들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입이 뚝 끊기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처럼 장수 게임이 있다는 것은 게임회사에 큰 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출이 크게 늘었다 크게 줄었다 하면 아무래도 불안하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믿기 어려워집니다. 한때 게임이 대박이 나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동안 번 돈을 거의 까먹고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장 게임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기관투자가들이 게임업체를 편입하지 않는 경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당장의 호실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실적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은 일은 어느 업체나 중요하지만, 게임업체에게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크게 흥행해 뭉칫돈이 들어오면 유능한 개발회사를 인수해 게임 라인업을 다원화하는 데 목숨을 걸거나 다른 업종에 투자해 다각화를 시도하고는 하죠. 대형화와 수익원의 다원화가 게임회사의 장수 비결인 셈입니다.
최근 눈에 들어온 회사가 있습니다. 더블유카지노, 더블다운카지노 등 소셜카지노 게임으로 유명한 더블유게임즈입니다. 규모면에서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이른바 3N이나 지난해 화려하게 날아 오른 크래프톤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마치 계단을 오르든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블유게임즈의 연결기준 자산은 2017년에 약 1조원을, 지난해 약 1조4000억원으로 크게 도약합니다. 종속회사를 제외한 개별기준 자산은 매년 1000억원 이상씩 늘어나고 있죠. 개별기준 매출은 그다지 큰 폭의 증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종속회사를 포함한 매출은 2017년에 크게 한번 증가했고, 최근 2년에는 연 6000억원대의 매출을 시현했습니다.
자산과 매출액의 변화를 보면, 종속회사가 쑥쑥 크고 있거나, 공격적인 M&A로 계열사를 늘여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종속회사에서 발생하고 있고, 자회사의 성장이 모회사 자산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죠.
더블유게임즈에는 더블다운인터액티브라는 자회사가 있습니다. 원래 타이디㈜라는 회사였는데 2016년 5월 자회사로 편입해 디에이트게임즈로 사명을 바꾸고 2017년 4월 나머지 지분마저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든 후 2019년 지금의 더블다운인터액티브로 다시 상호변경합니다. 더블다운인터액티브는 지난 2017년 더블유게임즈의 유상증자 참여,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그리고 인수금융을 동원해 소셜카지노게임에서 더블유게임즈의 경쟁사인 미국법인 DoubleDown Interactive LLC(이하 DDI)를 인수합니다.
DDI 인수가 더블유게임즈에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더블유게임즈 매출을 2017년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6000억원대로 키운 일등공신은 DDI였습니다. DDI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DoubleU Diamond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8년 2936억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4224억원으로 껑충 뜁니다. 지난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4000억원대를 유지했습니다.
DDI 인수 전에는 더블유게임즈 매출의 90% 이상이 더블유카지노에서 발생했죠. 그런데 지난해에는 더블유게임즈 본사의 더블유카지노가 31%, DDI의 더블다운카지노가 64%의 매출을 담당했습니다. 당연히 게임 하나가 매출을 책임지는 것보다는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회사 매출이 더 크고 더 빨리 늘어나는 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더블유게임즈 매출은 전액 해외(대부분 북미지역)에서 발생합니다. 소셜카지노라고 해도 사행성 게임의 성격을 갖고 있어 국내 출시가 불가능할 겁니다.
과거 경쟁업체에서 모자회사로 바뀌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도 있습니다. 서로 게임 개발의 장점을 공유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고, 경쟁비용이 사라져 마진율이 높아집니다. 지난해 더블유게임즈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563억원으로 매출액의 25%에 달합니다. DDI 인수 당시인 2017년에는 11.16%였죠.
코로나19 팬데믹의 특수를 누렸으니 코로나19 엔데믹의 역풍을 피해 가기는 어렵겠죠. 지난해 본사와 자회사의 동반 매출 감소는 그 전조일 겁니다. 2019년 당시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은 56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연평균 5%씩 성장해 2023년 68억 달러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죠. 그런데 지난해 시장 규모는 76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2년간 무려 36%나 커진 겁니다. 더블유게임즈는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이 향후 4년 동안 연평균 2.7%씩 성장해 2025년 85억 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회사의 예상은 빗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 첫해라고 할 수 있는 올해는 그 위험이 가장 크죠.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년전 3월 미국에서는 30여개 카지노가 정부에 의해 강제로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그 문이 다시 열리면 게임을 여는 고객과 빈도는 단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업체보다는 걱정이 덜할 것 같습니다. 소셜카지노 게임의 핵심 고객이 40대 이상이기 때문이죠. 40대 이상 게임 유저들은 다른 게임으로 이탈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높은 로열티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젊은 유저들에 비해 여유시간이 많아 게임에 자주 접속하고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어 한번 결제 유저가 되면 점점 결제액이 늘어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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