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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은 대규모 설비(공장이나 기계 등)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비용이나 인건비를 보상하고 남을 만큼 매출이 잘 되면 현금흐름도 잘 나오게 마련입니다. 감가상각비가 적고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등의 운전자본도 별로 없어서 다른 업종에 비해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죠.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더블유게임즈 역시 현금흐름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약 1500억원(연결기준, 이하 같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연간 약 2000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했습니다. 설비투자 부담이 거의 없고 배당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창출한 현금흐름은 대부분 잉여로 남습니다. DoubleDown Interactive LLC(이하 DDI)를 인수한 2017년 이후 5년동안 영업활동에서 약 8000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는데 유무형자산 매입에 약 130억원, 배당금 지급에 약 340억원을 쓰고 7500억원 가량이 남았습니다.
2017년에 DDI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현금지출이 발생했습니다. 무려 9400억원 가량이 인수비용으로 더블유게임즈(연결)에서 나갔습니다. 대부분 인수자금은 재무적 투자자를 통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습니다. 전환사채 21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 900억원(이하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다이아몬드 유한회사 인수), 삼성증권 등으로부터의 차입금 2700억원 등입니다. 인수 차입금은 모두 갚았고, 전환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더블유게임즈가 매입한 후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인수금융을 활용하면서 자금유출을 최소화시켰지만, 더블유게임즈는 DDI 인수 이후 현금이 바닥나고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증자를 하지는 않았죠. 자회사가 증자를 하기는 했지만, 본사가 신주의 100%를 인수한 것이어서 외부자금이 유입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을 성공적으로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은 영업활동에서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었기 때문이죠. 2020년말 더블유게임즈의 연결기준 차입금은 218억원, 현금 및 금융상품은 1266억원으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됩니다. DDI 인수로 인한 재무적인 부담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더블유게임즈가 대규모 외부자금을 조달합니다. 본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500억원, 기업어음을 발행해 5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조달하고 자회사인 더블다운인터액티브가 ADR 형태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신주를 상장해 추가로 1100억원을 확보합니다. 현금성자산(현금 및 금융상품)은 총 4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죠.
갚을 빚도 별로 없고 빚을 갚고도 남을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왜 외부자금을 조달했을까요. 본사와 미국 자회사의 소셜카지노게임 매출이 크게 줄지 않는다면 더블유게임즈 연결실체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큰 변화없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와중에 이루어진 대규모 조달은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더블유게임즈 본사가 회사채를 발행한 목적은 뜻밖에도 운영자금 용도였습니다. 더블유카지노 등 기존 게임과 신규 게임인 언데드 월드(Undead World:Hero survival) 및 프로젝트 G, 프로젝트 N의 개발과 마케팅 비용으로 내년까지 사용하겠다는 겁니다. 영업활동에서 상당한 현금이 유입되는데 운영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건, 현금을 써야 할 다른 용도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더블유게임즈는 더블다운인터액티브의 2대주주인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다이아몬드(유)가 보유한 지분 중 일부를 취득하는 데 약 680억원을 사용합니다. 이로써 ADR 신주 상장으로 낮아졌던 지분율을 다시 67% 수준으로 높입니다. 양사간에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더블다운인터액티브가 신주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목적은 타법인 지분 인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1100억원 중 800억원이 타법인 인수에 쓰일 용도였습니다. 지난해 더블유게임즈(연결)의 외부자금 조달은 M&A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겁니다.
더블유게임즈는 왜 2017년 이후 5년만에 다시 M&A를 준비하는 걸까요. DDI 인수 부담에서 벗어나 실탄에 여유가 생기자 성장 욕구가 다시 발동했다고 치부할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도 게임회사의 숙명인 수입원 다각화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소셜카지노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고객의 충성도와 구매력이 높다고 해도 뛰어난 경쟁자들이 이미 존재하고(더블유게임즈 글로벌 점유율 7%), 게임의 인기가 언제 뚝 떨어질 지 알 수 없습니다. 더블유카지노와 더블다운카지노라는 두 개의 수익원이 있지만, 엔씨소프트 등 선두업체와 비교하면 다변화 수준이 여전히 크게 부족합니다.
넷마블은 많은 히트 게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코웨이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라는 스테디셀러를 확보하고 있지만, 리니지 신작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주가가 수직 하락하는 충격을 맞봐야 했죠.
상대적으로 흥행 게임이 부족하고 소셜카지노 게임으로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더블유게임즈에게 다변화는 더욱 절실한 과제일 겁니다. 게임이 아닌 다른 사업보다는 게임산업 내에서의 인수합병으로 방향을 잡을 것 같습니다. 다각화 이전에 게임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게 우선이고, 더블유게임즈가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린 적이 없으니까요. 회사 스스로도 게임업 외에 신규사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사업보고서(2021년)에 적시했더라고요.
라인업 다변화의 가장 빠른 방법이 개발능력이 뛰어난 개발회사나 이미 훌륭한 게임을 보유한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것이죠. 회사는 중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해 M&A를 통한 장르 및 유저 풀(pool)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공표했습니다. 특히 북미 중심의 타깃 시장을 유럽 및 호주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P2E 스킬 게임에 진출할 뜻을 비쳤습니다. P2E 스킬 게임은 유저간 대결을 통해 승부를 결정하고 승자가 현금 등 보상을 얻습니다. 빙고, 솔리테어 등 캐주얼 게임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본사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말 현재 약 1700억원입니다. 연결실체로는 4500억원에 이릅니다.. 본사가 아닌 자회사, 즉 더블다운인터액티브와 미국 법인에 대부분 현금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본사에서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은 연간 600억~70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연결실체로는 1800억원에 달합니다. 자회사인 더블다운인터액티브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입니다. 대부분 잉여현금흐름이 미국 법인에서 발생한다는 뜻이죠.
아무래도 M&A에 나서는 주체는 본사보다 자회사가 될 것 같습니다. 보유 현금도 충분하고 현금창출능력도 본사보다 낫습니다. 더구나 목표로 하는 시장이 유럽과 호주 시장이고, 진출하고자 하는 장르가 캐주얼 게임이라고 하잖아요. 캐주얼게임은 미국과 영국 등 유럽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핵심 시장은 미국입니다. DDI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유망한 캐주얼 게임회사를 인수해 라인업 다변화와 유럽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45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 시기를 마냥 미루고 있지는 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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