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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범 회장 일가가 가족회사들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비와이씨지분은 올해 3월말 현재 보통주 기준으로 63.04%에 달합니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47.03%가 되죠. 실질적으로 최대 지분을 가진 사람은 한승우 상무입니다. 한승우 상무가 지분을 확보한 가장 큰 수단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신한에디피스를 통한 지분매입이고, 경영권 지분 승계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신한방의 인적분할로 설립한 한승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죠.
하나의 기업이 인적분할로 두개의 기업이 되면, 그 두 기업의 주주는 동일합니다. 분할 전 기업의 주주가 분할 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모두의 주주가 되는 거죠. 분할 전 신한방의 주주가 한석범 회장 1인이었기 때문에 분할 후 신한방과 한승홀딩스의 100% 지분을 가진 주주도 한석범 회장이죠. 그런데 현재 한승홀딩스의 100% 지분을 가진 사람은 한 회장의 아들 한승우 상무입니다. 부자사이에 지분 이동이 있었던 것인데, 증여를 통한 이동이었는지, 매매가 이루어진 것인지는 공시를 통해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부자간에 매매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증여를 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잖아요.
신한방에서 분할된 자산은 비와이씨와 비와이씨마트 주식 그리고 관계회사인 한영봉제와 신한봉제 지분입니다.분할기일 당시인 지난해 2월24일 기준 장부가액이 총 395억원이었죠. 한승홀딩스로 승계된 부채는 없었기 때문에 분할 당시 자본총액도 395억원이었습니다. 이중 비와이씨 주식은 6만6090주로 10.55%에 달했고, 장부가액은 330억원이었습니다.
한승우 상무는 한승홀딩스 지분 100%를 매입하는 대가로 아버지 한석범 회장에게 얼마를 지불했을까요. 순자산 395억원짜리 회사이니 395억원을 치렀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산을 양수도 하는 거래라면 양수하는 각 자산의 공정가액대로 사면 되겠지만, 자산이 아닌 지분을 인수할 때는 기업가치를 계산해야 하잖아요.
비와이씨와 세 비상장기업 주식이 신한방 장부에 395억원으로 돼 있다고 해서 그 주식만으로 이루어진 기업인 한승홀딩스 기업가치가 395억원이 되는 건 아닙니다. 상장주식이라면 시장에서 매일 가격이 매겨지니 그 가격대로 하면 되지만,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본질가치법으로 한다면 자산가치의 40%와 수익가치의 60%를 더해 계산하는데, 자산이 주식만 있으니 수익창출의 방법이 배당금 뿐이잖아요. 수익가치가 자산가치 만큼 나올 리가 없으니 주식가치는 훨씬 싸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계산한다면 그 보다도 낮은 가치가 나올 겁니다. 자산가치(비와이씨 등의 주식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배당금수익만으로 가격을 산정하게 될 테니까요.
한석범 회장 부자는 왜 신한방 지분을 사고 팔거나 신한방이 보유한 비와이씨 주식을 매매대상으로 하지 않고, 신한방이 가진 비와이씨 주식 등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를 사고 팔았을까요. 그 이유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그렇게 했다면 매수인 입장인 한승우 상무의 부담이 매우 컸을 겁니다. 신한방은 부채가 거의 없이 자산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이었거든요.
어쨌든 한승우 상무는 3월말 현재 개인 지분 3.63%, 신한에디피스 18.43%, 한승홀딩스 10.55%를 더해 비와이씨 지분 32.6%를 직접 통제할 수 있습니다. 19일 현재 종가 44만8000원을 적용하면 시가로 약 910억원에 달합니다. 한승우 상무의 돈은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한승홀딩스 지분을 아버지에게서 얼마에 취득했는지 모르니까요.
신한에디피스는 지난해 말 현재 한승우 상무가 58.34%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부모와 누나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4년 설립시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고 한 차례 유상증자로 1억5000만원이 되었습니다. 자본잉여금은 없습니다. 주주가 납입한 자본은 1억5000만원이 전부라는 겁니다.
이 회사의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646억원,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은 378억원에 달합니다. 1억5000만원이 약 20년 동안 100배 이상 불어난 셈입니다.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비와이씨 주식을 11만5140주 보유하고 있고, 취득가액으로 284억원이 들었습니다. 장부에는 시가로 계상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현재 519억원에 달합니다. 자산의 거의 전부가 비와이씨 주식이죠. 어떻게 돈을 벌어 비와이씨 주식을 샀을까요.
신한에디피스는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의류, 메리야스, 잡화 등을 판매합니다. 비와이씨가 내부거래가 많다고 했으니, 의류나 메리야스를 비와이씨에 팔아서 돈을 벌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니 메리야스를 만들어 비와이씨에 납품할 수 없죠.
오히려 비와이씨에서 의류나 메리야스를 매입해 왔습니다. 지난해 약 20억원, 2020년에는 약 22억원을 매입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100% 지분을 가진 신한방에 팔았습니다. 지난해 19억원, 2020년 22억원을 신한방에 판매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품매입의 83%를 비와이씨에, 상품매출의 약 절반을 신한방에 의존합니다.
한승우 상무가 최대주주인 신한에디피스는 아버지 회사인 신한방과 남호섬유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습니다. 2020년 147억5000만원을 신한방에서 빌렸고, 지난해말 기준 16억원이 미상환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남호섬유에서는 지난해 53억원을 빌렸습니다. 홍콩 신한은행에서 빌린 85억원에 대해서는 신한방이 지급보증을 섰습니다.
신한에디피스 주소가 서울시 영등포구 신풍로 118(신길동 신한에디피스빌딩)인데, 신한방과 한승홀딩스 역시 같은 주소를 씁니다. 신한에디피스에 세 들어 살고 있죠. 신한에디피스 빌딩에 주소를 둔 계열사는 매우 많습니다. 한석범 회장의 또 다른 회사 남호섬유를 비롯해 두 딸의 회사인 제원기업(한지원), 일관(한서원), 인화식품(한서원), 내의 임가공업체인 한영봉제와 신영봉제도 이곳에 있습니다. 캐나다 국적인 한승우 상무의 모친 장은숙씨와 누나 한지원씨의 국내 주소도 이곳입니다. 한석범 회장의 직계와 그들의 회사가 거의 모두 한 곳에 주소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신한방은 현재 임대사업만을 주된 영업부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1972년 설립 이후 섬유류 제조 및 임가공 사업을 해 왔지만 2019년에 방적 및 외식사업을 중단하고 지난해 초 투자부문을 분할해서 남은 게 임대사업 뿐이죠. 비와이씨와 내부거래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전에는 달랐죠.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40억원~60억원의 매출이 비와이씨로부터 발생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수백억원의 매출을 비와이씨로부터 일으켰죠. 비와이씨와 거래로 상당한 수익을 누적시켰을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남호섬유는 설비가 없는 회사였더군요. 한승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장부상 회사 같습니다. 아들의 회사 신한에디피스와 한승홀딩스가 아버지 회사 신한방과 남호섬유를 상당히 닮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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