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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이치큐의 최대주주가 중국계 자본인 SMV홀딩스와 WSD홀딩스에서 휴림로봇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휴림로봇은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100억원에, 더에이치테크의 제3자배정 유상신주를 150억원에 각각 취득해 오는 8월 2일 최대주주에 등극할 예정입니다.


구주 매매가격은 주당 1만2500원. 양수도 계약에 대한 공시가 나온 6월22일 종가(6780원)의 2배에 가깝고, 주가 급등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말(2570원)과 비교하면 거의 5배에 달합니다. 150억원 신주는 주당 2533원에 발행됩니다. 경영권을 포함한다는 이유만으로 구주와 신주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나도 되는 걸까요.


더에이치큐의 최대주주 중 지분을 매각하는 쪽은 우성덕씨가 실질 주인인 SMV홀딩스와 WSD홀딩스입니다. 우성덕씨가 과거 감마누를 인수하기 전 원래 주인이었던 김상기씨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습니다. 뿌리는 그대로 있고 중국인 인바운드 여행업을 들고 왔던 세력만 빠져나갑니다.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흔적을 남겨 둡니다.



SMV홀딩스와 WSD홀딩스가 보유한 더에이치큐 주식은 총 1014만3134주(27.40%)인데요. WSD홀딩스는 보유지분 전량을 팔고, SMV홀딩스는 270만주를 남겨두고 팝니다. 매각대상 주식이 총 744만3134주인데 이 중 80만주만 휴림로봇이 100억원에 삽니다. 나머지 664만3134주를 받아가는 건 석림관광개발(약 150만주, 약 58억원), 썬라이즈(181만5000주, 약 70억원), 베스트라인(약 178만주, 약 69억원), 시애틀(약 155만주, 약 60억원) 등 4개사입니다.


더에이치큐는 경영권 지분 양수도계약에 대해 지난 22일 최초 공시를 하고 다음 날 정정공시를 했는데요. 석림관광개발 등 4인이 휴림로봇과 특수관계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휴림로봇과의 거래와는 별개가 되고 석림관광개발 등 4인은 단순투자자가 됩니다. 지분율이 모두 5% 미만이라서 향후 지분 변동에 대한 공시 의무도 지지 않습니다.


휴림로봇이 주당 1만2500원에 구주를 매입한 것과 달리 석림관광개발 등 4인은 주당 3871원에 구주를 취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SMV홀딩스와 WSD홀딩스가 매각한 총 주식의 평균 단가는 주당 4798원인데, 휴림로봇에 판 주식과 가격을 제외하면 그렇게 계산이 됩니다. 현재 주가가 4800원대에 있으니 석림관광개발 등은 잔금 납입을 하기도 전에 이미 평가차익을 얻고 있는 셈입니다.


석림관광개발 등 4인은 인수합병 등의 거래에서 대상기업의 주식이나 전환사채 등에 투자하거나 기업에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재무적 투자자로 보입니다. 더에이치큐 경영권 지분 매각 거래에 참여해 단기간에 자본이득을 얻을 기회를 잡았네요. 물론 주가 향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요.


석림관광개발은 제주도 소재 파크사이드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로 추정됩니다. 하필 또 제주도 호텔이네요. 코스닥 상장사인 투비소프트에 무려 20%에 달하는 고금리로 5억원을 대여하고 있고,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이브이첨단소재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아시아미래투자 제2호라는 투자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때 석림관광개발과 함께 참여한 조합원 중에 조호걸씨도 보이는 군요.


휴림로봇이 경영권 지분을 획득하는 것에 더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더에이치큐에는 신규 자금 150억원이 유입될 예정입니다. 더에이티큐는 최근 2년동안 영업활동에서 무려 188억원(연결 기준) 가량의 현금을 잃었고, 올해 1분기에도 56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해 보유 현금이 18억원 정도에 그칩니다. 유동성 사정이 매우 빠듯해 보이는데 새로운 주주가 뭉칫돈을 들고 오네요.


그런데 더에이치큐가 확보하게 되는 유동성은 150억원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할 때, 이사회는 제5회차와 제6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함께 의결했거든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이 팩키지인 셈이죠. 당시에는 유상증자 납입자는 제이티제이파트너스라는 곳이었는데, 납입자가 휴림로봇으로 바뀌었습니다.


제이티제이파트너스는 2018년 8월에 5억원의 자본금으로 신규 설립된 곳인데요. 상상인저축은행에서 100억원을 차입해 코스닥 상장사 더이앤엠 전환사채에 투자한 이력이 있습니다. 2019년 조기상환을 받으면서 13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었군요. 2019년말 현재 자본총액이 8700만원으로 자본금이 거의 잠식된 상태였습니다. 제이티제이파트너스가 납입능력이 없어 교체된 것인지, 처음부터 휴림로봇의 들러리였던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더에이치큐는 지난 5월 6일 5회차 전환사채 100억원과 6회차 전환사채 150억원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최초 전환가액은 둘 다 2912원입니다. 5회차는 별에어조합1호라는 곳이, 6회차는 로보틱스컨소시엄이라는 곳이 인수하고, 다음달 29일 납입 예정입니다. 2개월 20여일의 여유가 있는데, 아마도 투자조합들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조합의 투자자들은 휴림로봇과 무관한 단순 투자자들이거나 휴림로봇에 우호적인 곳들로 꾸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려 250억원이나 되는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부 전환될 경우 까딱하면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물량이니 새로운 주인으로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하겠죠.


휴림로봇은 더에이치큐의 경영권과 함께 400억원에 달하는 현금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어디에 쓰게 될까요.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휴림로봇이 더에이치큐를 로봇산업의 대표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하는군요. 더에이치큐는 이동통신용 안테나를 만들던 회사에서 졸지에 로봇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더에이치큐의 안테나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팜 내 로봇의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되고, 배송로봇 등 새로운 서비스로봇의 기술 발전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데, 말이 되는 것도 같고 억지로 끼워 맞춘 것도 같고…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