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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림로봇이 더에이치큐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에서 연재를 했지만 휴림로봇도 과거가 복잡한 회사지요. 최대주주도 여러 차례 교체되었고 회사 이름도 동부로봇에서 디에스티로봇으로 다시 휴림로봇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계 회사로 인수되었다가 지금은 휴림홀딩스라는 곳이 최대주주인데, 지분율이 6.34%(3월말 현재) 밖에 되지 않습니다. 휴림홀딩스는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자본총계가 10억원도 되지 않는 실체가 수상한 회사이고, 휴림홀딩스의 100% 지분을 가진 주주는 제이앤리더스라는 사실상 장부상 회사이죠. 제이앤리더스는 김지영이라는 분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고 직원이 1명으로 공시되어 있습니다.


실제 주인이 불분명한 휴림로봇은 올해 3월 보유 자산 중 가장 알짜라고 할 수 있는 삼부토건 지분 전량을 427억원에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뒤 곧바로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의 경영권을 인수하는데요. 그 하나가 250억원이 투입되는 더에이치큐이고, 다른 하나는 디아크라는 회사입니다. 휴림로봇은 지난 5월 디아크의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확보합니다.


더에이치큐는 이동통신용 안테나를 만드는 회사이고, 디아크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자동차용 카페트를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휴림로봇이 인수하기 전 최대주주는 42명의 출자자로 구성된 위드윈투자조합 38호(이하 위드윈38호)라는 곳이고 경상남도 밀양시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인 우성덕씨가 실질 주주이고 서울에 본사를 둔 더에이치큐와는 영위하는 사업도 다르고 서식지(?)와 주주도 다르죠. 휴림로봇의 잇딴 인수는 별개 거래로 보입니다.


그런데 더에이치큐와 디아크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의 접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디아크는 지난 2년 간 두 차례 상호가 변경되었는데요. 지난해 디아크로 바뀌었고, 2020년에는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제약회사 이름 같죠?)로 바뀌었는데, 그 전에 쓰던 상호가 두올산업이었습니다.


우성덕씨는 WSD홀딩스와 SMV홀딩스로 더에이치큐(구, 감마누)를 인수한 뒤 제주도의 중국 전문 여행사들에 출자해 중국인 대상 인바운드 여행업에 진출하는 한편, 세미콘라이트와 제이스테판의 도움을 받아 NHT컨소시엄을 조성해 카지노업체인 마제스타를 인수하죠. 그런데 마제스타가 2019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게 되자, 비 상장사인 반도체 유통회사 제이테크놀로지를 225억원에 인수 후 합병하고 카지노사업을 물적분할해 매각하기로 하죠. 결국 제이테크놀로지가 우회상장되는 형국인데요. 제이테크놀로지를 마제스타에 매각한 곳이 바로 놀랍게도 두올산업, 현 디아크입니다.



과거가 워낙 복잡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서준성씨가 현대디지탈테크를 인수해 제이비어뮤즈먼트로 상호를 바꾸고, 제이비어뮤즈먼트가 마제스타를 인수한 뒤 마제스타로 상호를 바꾸고, 2016년 11월 마제스타의 최대주주가 된 NHT컨소시엄은 마제스타로 하여금 제이테크놀로지를 인수하게 한 뒤 상호를 다시 제이테크놀로지로 바꾸죠. 현재 이 회사 상호는 글로앤웰입니다.


두올산업과 마제스타의 관계는 제이테크놀로지 양수도 거래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마제스타는 제이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두올산업과 경영 위임 계약을 체결합니다. 상장폐지를 면하고 카지노사업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회사 경영과 관련된 모든 권리와 의무를 두올산업에 넘깁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죠. 마제스타에서 이름이 바뀐 제이테크놀로지는 2019년 12월 상장폐지되고 카지노사업부문 매각 계약이 체결되죠. 그리고 2020년에는 반도체 유통사업 영업권마저 매각해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이제 2019년 제이테크놀로지를 마제스타에 매각하고 위탁 경영까지 한 두올산업, 현 디아크의 과거를 파헤쳐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올산업은 2018년 10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위드윈38호로 바뀝니다. 위드윈38호는 당시 38명이 출자한 조합이었는데, 대표조합원은 변태웅씨로 두올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되고, 업무집행조합원은 위드인인베스트먼트(대표 변태웅)이고, 최대 출자자는 ㈜청풩(15.46%)이라는 중국풍 이름의 회사였는데, 2018년 6월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신설법인이었습니다.


청풩은 1965년생 성룡이라는 분이 100% 지분을 출자했는데, 이 분은 2017년에 보험 대리 및 중개업 회사 ㈜보만을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고, 2018년에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중앙운영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된 기록이 있습니다. 또 2019년 3월에는 엠케이전자 사외이사 후보에 오르는데요. 이때 이력에 연길시2중고등학교 출신으로 나옵니다. 아마도 연길시제2중학교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어쨌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시에 소재한 학교일 테니 성룡이란 분은 조선족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성룡씨는 두올산업의 2019년초 변태웅씨의 뒤를 이어 두올산업의 대표이사가 됩니다.


사족이지만 엠케이전자는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을 자회사로 두고 있죠. 차정훈 회장이 신성건설을 창립한 이후 엠케이전자,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등을 차례로 인수해 지그에 이르렀죠. 당시에는 해동씨앤에이-신성건설-오션비홀딩스-엠케이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였습니다. 성룡이라는 분이 차정훈 회장과 연이 닿아 있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성룡씨는 엠케이전자 사외이사가 되지는 않습니다. 후보를 사퇴했더라고요.


두올산업을 인수한 위드윈38호의 출자자 중에 해라즈인베스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금은 가우스캐피탈매니지먼트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지난해 8억원의 조합 출자금 전액을 감액 손실로 털어냈더군요. 이 회사 대표가 최해선이라는 분인데, 여러 상장사에 주주로 등장하는 분입니다.


성룡씨는 두올산업 대표이사를 두달 남짓 하다가 사임하고, 뒤를 이어 이창현 대표이사가 취임합니다. 그런데 이 분은 ㈜현대디지탈테크에서 팀장까지 지내다가 2013년에 퇴사했습니다. 현대디지탈테크는 서준성씨가 인수해 제이비어뮤즈먼트로 상호를 바꾼 그 회사, 즉 마제스타의 전전신인 회사죠.


마제스타가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두올산업에서 제이테크놀로지를 인수해 합병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이테크놀로지는 원래 윤혁주와 곽혜영이라는 2명의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연매출 400억원 정도에 장부상 순자산이 180억원이었는데, 두올산업이 2019년 4월 8일 220억원에 인수해서 불과 나흘만인 4월 12일 225억원에 마제스타에 매각합니다. 두올산업의 자회사라기 보다는 두올산업을 거쳐서 마제스타가 인수한 셈이죠.



전액 현금으로 인수했던 것은 아닙니다. 두올산업은 185억원의 현금과 35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가를 지급했고요. 마제스타는 145억원의 현금과 8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두올산업에 치렀습니다. 마제스타가 친정인 이창현 대표이사가 이 일을 진행했겠죠. 이 거래가 끝난 후 두올산업 이창현 대표이사는 마제스타(제이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까지 겸임하게 되죠.


두올산업의 최대주주인 위드윈38호의 주요 출자자 중 하나인 해라즈인베스터(후, 가우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대표 최해선씨가 여러 상장사에 투자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장사 중 한 곳이 감마누, 즉 현재의 더에이치큐였습니다.


최해선씨는 2017년 10월에 감마누가 발행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각 10억원과 30억원어치 장외매수합니다. 2018년에도 10억원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추가 매입하죠. 하지만 감마누가 2019년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일부를 상환 받고 2020년 추가로 상환을 받습니다.


위드윈38호가 경영권을 쥔 디아크의 경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대규모 자금조달로 캐나다 제약업체 온코퀘스트에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을 거금을 주고 양수했지만, 2020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지난 5월 3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6월2일까지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는데, 휴림로봇이 1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개선기간이 내년 6월2일까지로 1년 연장되었습니다.


휴림로봇과 더에이치큐(구 감마누) 그리고 디아크(구, 두올산업)는 이미 오래 전부터 깊은 관련이 있었다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3개사 모두 중국계로 보이는 자본이 들어와 경영권을 장악했고, 동일한 투자자가 주식과 전환사채권자로 참여했죠. 감마누와 관련이 깊은 마제스타의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두올산업이 다리를 놔 제이테크놀로지를 인수한 것과 비슷하게, 올해에는 휴림로봇이 디아크를 인수해 상장을 최소한 1년 유지시켰습니다. 휴림로봇이 디아크에 이어 더에이치큐까지 잇따라 인수한 것을 우연으로 볼 수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