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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코디엠의 최대주주가 지난 5월 개인 정희석에서 이석산업개발 주식회사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석산업개발은 전환사채의 전환청구(25억원)로 5.07%의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석산업개발은 명목회사(장부상 회사)일 뿐이지만 지분인수 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혔고,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로써 코디엠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무려 4차례나 최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2018년 3월 7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된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2020년 4월 담보제공된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4.3%의 지분을 보유한 블루베리엔에프티(당시 경남바이오파마)가 최대주주가 되었지만, 블루베리엔에프티는 보유주식을 장내 매도해 버렸죠.


그러니까 코디엠은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반대매매로 지분을 잃은 이후에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이렇다 할 최대주주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블루베리엔에프티를 포함해 천순영씨, 정희석씨 등 이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홀로는 경영진에 변화를 줄 수 있는(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이석산업개발이 전환사채의 전환청구로 최대주주에 등극하면서,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 이후 2년 만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등장한 셈입니다. 그런데 새 최대주주가 또 장부상 회사라니 이 회사의 운명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새 주인이 장부상 회사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이석산업개발이 우연히 등장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회사 이미 2년 전부터 코디엠과 인연이 있는 회사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코디엠은 삼부토건의 명목상 최상위 지배회사였습니다. 코디엠이 지배하는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가 삼부토건을 회생절차 중 인수한 휴림로봇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면서 코디엠을 사실상 지배했던 조성옥씨가 삼부토건 회장으로 군림했죠.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최대주주가 된 코디엠은 2018년 7월과 8월 각각 80억원과 122억원을 이엔케이컨소시엄(지분율 99.99%)에 출자합니다. 이엔케이컨소시엄을 통해 처음 투자한 회사는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도, 삼부토건도 아닙니다. 이에스에이라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죠.


코디엠은 이엔케이컨소시엄에 출자한 202억원을 재원으로 이에스에이 경영권을 확보한 뒤 곧 바로 원영식씨가 실질 소유자인 초록뱀미디어로부터 ㈜김종학프로덕션의 주식 100%를 150억원에 사들이죠. 하지만 1년 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경과하자 2019년 10월 이에스에이 주식 전량을 300억원에 선우프로듀스 외 4인에게 매각합니다. 최대주주가 바뀐 이에스에이는 김종학프로덕션 주식 전부를 처분하는데 매입가격보다 30% 가량 싼 105억원에 팝니다.


코디엠은 202억원을 들여 약 1년 간 투자한 후 1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셈이고, 이에스에이는 김종학프로덕션을 150억원에 사서 50억원을 잃었죠. 이에스에이 주가는 이후 급락했고 차입금을 동원해 지분을 취득했던 선우프로듀스 소유 주식은 전량 반대매매를 당했습니다. 올해 5월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된 세영디앤씨가 바로 그 기구한 운명의 회사입니다.


코디엠은 이에스에이에서 큰 수익을 얻었지만, 이에스에이에서 회수한 돈을 전부 쏟아 부은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에서 쪽박을 찹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총 347억원어치의 주식을 장내매수하고 추가로 24억5000만원어치를 장외매수(상대방 한국전자)하는 등 372억원을 에이치엔티 지분 매입에 썼는데요.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는 주된 영업이 정지되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3억원 미만이 되었고, 지난달 상장폐지되었습니다. 코디엠은 이엔케이컨소시엄을 통해 약 1532만주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데,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었죠.


코디엠 전에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최대주주는 한국전자였습니다. 한국전자가 ㈜일이에서 주식담보 대출로 180억원을 차입해 에이치일렉트로닉스 주식 300만주를 양수하죠. 그런데 사실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한국전자를 통해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전자가 ㈜일이에서 180억원을 차입해 에이치엔티 주식을 양수한 날이 2019년 5월29일입니다. 이날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은 한국전자를 위해 상상인증권에 코디엠 주식 819만주를 담보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7월17일에 역시 상상인증권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코디엠 주식 870만주를 추가로 제공합니다. 그 870만주는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크레센(루트원플러스의 최대주주)에서 35억원을 차입하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것입니다. 크레센은 담보로 받은 주식을 한국전자로 이관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전자가 상상인증권에서 차입한 게 80억원이고, 여기에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담보로 제공한 코디엠 주식이 1689만주, 소유주식의 80% 정도입니다. 그리고 한국전자는 코디엠이 99.99%의 지분율로 설립한 이엔케이컨소시엄으로부터 180억원을 차입합니다. 한국전자가 에이치엔티 주식 300만주(나중에 주식분할로 1500만주가 됨)를 양수하기 위해 ㈜일이에서 차입한 것과 금액이 같습니다.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한국전자에 아무 이유 없이 담보를 제공해 준 것은 아닙니다. 한국전자가 소유한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주식을 2020년 3월말까지 코디엠 또는 이엔케이컨소시엄이 매수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을 받았죠. 한국전자 소유의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지분은 코디엠 또는 이엔케이컨소시엄으로 넘어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예정대로 되지 않았죠.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은 한국전자를 위해 코디엠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던 계약을 2019년 12월 해지했습니다. 한국전자가 차입금을 갚았다는 것이겠죠. 대신 한국전자는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소유주식을 담보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라이브저축은행에서 139억원을 차입합니다. 그리고 2020년 2월에 1500만주 중 100만주만을 이엔케이컨소시엄에 양도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줍니다.


이엔케이컨소시엄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1년 간의 보호예수에 묶이게 되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직후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는 2019년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를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립니다. 코디엠은 이엔케이컨소시엄이 소유한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주식 중 400만주를 동양물산기업(현 TYM)에 경영권 포함 96억원을 받고 매각할 예정이었습니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동양물산기업측 인사들을 경영진에 선임까지 했죠. 하지만 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바람에 매각이 이루어지지 못했죠.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는 이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나오고,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3분기 매출이 3억원 미만으로 확인되면서 다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고 올해 4월 결국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코디엠은 이엔케이컨소시엄을 통해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주식 1532만주를 그대로 소유 중입니다. 매입한 주식을 단 1주도 팔지 않았죠. 그리고 한국전자 역시 이엔케이컨소시엄에 넘긴 100만주를 제외한 1400만주를 여전히 소유 중입니다.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는 바람에 추가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라이브저축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네요.


코디엠으로 하여금 이엔케이컨소시엄을 설립하게 하고,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주식을 매입하게 한 건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일텐데요. 코디엠컨소시엄은 한국전자를 위해 체결했던 주식담보 계약을 2019년말 해지하지만, 이듬해 1월 다시 약 2000만주 중 910만주를 크로스트리조합에 담보로 제공합니다. 크로스트리조합에 빚이 있어서 담보로 준 게 아니고, 크로스트리조합에 대여를 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크로스트리조합이 자금을 차입하는 데 담보가 필요해 빌려준 것 같습니다. 크로스트리에 대여한 주식은 947만주까지 늘어납니다.


크로스트리조합이 어떤 곳이냐면, 바로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지분 290만주(3.4%)를 보유한 곳이었습니다. 올해 3월말 현재 290만주를 아직 보유 중입니다. 올해 3월20일 크로스트리조합에 대여했던 947만주는 조합원들에게 분배되었다고 하네요. 대여했던 주식이 조합원에게 분배되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 지 아리송합니다.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보유한 주식의 47%나 되는 많은 양인데, 별개의 다른 조합에 빌려주었다가 회수한 후 조합원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크로스트리조합이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의 47% 출자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머지 주식은 1065만주인데요. 이 중 767만주가 2020년 4월 9일 반대매매 당합니다.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이 빚이 있었고, 코디엠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가 주가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이 필요비율에 미달하는 등 기한이익상실에 처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이로 인해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은 코디엠의 최대주주 자리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은 코디엠의 대표이사였던 문용배씨가 50% 지분을 가진 곳으로 공시되어 있습니다. 자산총액이 총 120억원인데 모두 자기자본으로 조달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제3자인 크로스트리조합을 위해 주식을 빌려 주기는 했지만, 반대매매를 당할 당시에 직접 담보차입을 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공시는 되지 않았지만 사실은 자기자본이 아니라 차입금으로 주식을 사놓고 거짓 신고를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전자나 크로스트리조합에게 한 것처럼 또 어딘가를 위해 담보용으로 대여를 했다가 반대매매를 당했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네요. 아니면 문용배씨 등이 자금을 차입해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에 출자를 했고, 차입의 담보로 코디엠 주식을 제공했는 지도 모르죠. 다른 가능한 경우가 있을까요?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은 코디엠이 최대주주가 되고 나서 이엔케이컨소시엄을 설립해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었죠. 별개 법인이지만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의 2대 주주인 한국전자에게 지분매입 자금을 조달해 준 특별한 관계였던 것이 분명하고요. 게다가 크로스트리조합에 주식을 대여해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의 지분을 매입하게 했네요. 왜 이렇게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에 집착을 했던 것인지….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엔케이컨소시엄하고 이름이 상당히 비슷한 아이케이컨소시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2019년 8월에 코디엠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11월에도 추가로 전환사채를 매입하죠. 아이케이컨소시엄이 코디엠이 발행하는 전환사채의 최초 인수자인 적은 없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매입했거나, 코디엠이 만기전 취득한 자기 전환사채를 아이케이컨소시엄에 재매각했겠죠.


전환사채 취득 당시 아이케이컨소시엄은 공시에 최대출자자가 신유철(50%)로 신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의 사업보고서에는 아이엔케이컨소시엄이 99%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로 나옵니다. 2019년말 현재 자산총액 90억원이고 자기자본도 90억원이죠.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가 90억원을 출자해 만든 곳이라는 소립니다. 코디엠이 실질 최대주주인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가 코디엠의 전환사채를 90억원어치 매입했던 것이죠. 아이엔케이컨소시엄은 2020년 청산했습니다.


이렇다 할 주인 없이 표류하던 코디엠에 지난 5월 이석산업개발이 최대주주로 등장을 했는데요. 25억원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5.34%의 지분을 확보했죠. 이후 다시 10억원의 전환사채를 추가로 주식 전환해 지분율을 7.10%로 높였습니다.


이 전환사채는 2020년 9월 발행된 제7회차 인데요. 75억원 규모로 발행(전환가액 258원)되었고, 주식회사 지에스엠홀딩스라는 곳이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발행 후 한달 만에 코디엠이 전환사채 전량을 취득(조기상환)해 자기사채로 보유하다가 올해 5월 4일 25억원을 이석산업개발에 매각했고, 이석산업개발은 매입 후 곧바로 전환권(171원)을 행사했습니다. 코디엠은 5월20일 추가로 25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이석산업개발에 매각했고 대금을 8월20일까지 나누어 받습니다. 이석산업개발은 그 중 1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율을 늘린 것이죠.


이석산업개발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올해 3월 게재한 '매물로 나온 삼부토건, 실제 주인은 누구?'편에 등장한 회사입니다. 삼부토건이 2019년 11월에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약 1년이 지난 2020년 8월 전량 인수한 곳이 이석산업개발이죠. 인수 당시 설립한 지 2개월 된 신설법인이었습니다.



이석산업개발은 이창용(50%)과 임형모(50%, 대표이사)가 공동 설립한 곳인데 부동산 개발과 경영컨설팅을 영업으로 한다고 되어 있지만 명목상 회사(장부상 회사)입니다. 자본금은 1000만원, 납입자본도 1000만원이니, 두 분이 각 500만원씩 출자했네요. 웰컴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에서 금리 7%로 250억원을 차입해 삼부토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했고, 지난해말 현재 여전히 보유 중입니다.


또 지난해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HB저축은행(전 라이브저축은행)에서 무려 17%의 금리에 52억5000만원을 차입했네요. 인수할 채권의 권면이 75억원입니다. 아마도 이 돈이 코디엠 전환사채 인수 재원이 아닌가 싶네요. 이석산업개발이 상당한 고금리로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에 투자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코디엠 최대주주가 되면서 명목회사이기 때문에 1년 간의 보호예수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그 이상 얼마나 지분을 보유할 수 있을 지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