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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 종결 이후 지독한 지배구조 풍파를 겪고 있는 상장건설사 삼부토건의 최대주주가 오는 8월 또 바뀝니다. 이전 최대주주 휴림로봇이 보유 지분을 장내 매각한 이후 명목상으로는 휴스토리가 현 최대주주이지만 지분율(3.17%)이 매우 낮고, 이석산업개발 등 5개사와 함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죠. 이 지분을 양수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곳은 코스닥 상장사로 화장품 유통사업을 하는 디와이디입니다. 디와이디는 계열사인 씨엔아이와 대양디엔에이와 함께 총 700억원을 들여 주당 4000원에 삼부토건 보통주 1,750만주(9.32%)를 취득할 예정입니다. 8월16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일에 잔금 지급이 완료되면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입니다. 이전 최대주주인 휴림로봇도 자산총액 약 1023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 이하 같음)으로 삼부토건(5770억원)에 비해 작은 회사였지만, 디와이디는 3월말 현재 117억원의 중소기업입니다. 삼부토건의 한해 매출이 3,600억원 가량 되는데, 디와이디의 2021년 매출은 140억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올해 3월에는 50% 이상의 자본잠식과 대규모 적자 지속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었죠.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사업연도에서 세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이 됩니다. 디와이디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7.2%에 이르고 세전계속사업손실이 2020년에 자기자본의 64.3%, 지난해 1164.5%에 달했죠. 지난해 무려 397억원(개별재무제표 기준)의 세전 순손실을 기록해 이익잉여금을 모두 까먹고 381억원의 결손이 쌓여 자기자본이 34억원으로 전년보다 80%나 줄었습니다.
누가 봐도 부실기업인데 자신보다 몸집이 50배나 큰 삼부토건을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최대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죠. 대양산업개발이라는 회사의 이일준 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규모 자본확충이 이루어졌죠. 거의 망해가던 회사에 큰 돈이 들어왔는데, 사업을 재건하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상장 건설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디와이디는 올해 1월 이일준씨를 제3자로 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50억원의 자본 확충을 했고, 지난 6월에도 10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됐습니다. 게다가 2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자본잠식에서 확실히 확실하게 벗어났습니다. 디와이디의 전환권 행사는 단순히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현금 유입을 동반합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를 특정인(와이즈******)에게 매각하면서 매각대금이 순차적으로 유입되고, 전환권이 행사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인수가 순탄하게 이루어질 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몇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디와이디는 기타 특수관계법인인 대양디엔아이, 씨엔아이와 함께 삼부토건 지분을 양수하는데, 대양디엔아이가 320억원(800만주, 4.26%), 대양디엔아이가 200억원(500만주, 2.66%), 씨엔아이가 180억원(450만주, 2.40%)을 납입해야 합니다. 당초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가 각각 200억원씩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씨엔아이 부담분 중 20억원을 디와이디가 가져왔습니다.
이달 19일 변경된 계약서에 따르면, 디와이디 등 매수인들은 4차례에 걸쳐 대금을 지급하게 되는데요. 디와이디가 지금까지 300억원을 지급했고, 잔금 20억원을 남겨두고 있어 큰 부담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200억원과 180억원을 부담해야 할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좀 다릅니다. 대양디엔아이는 씨엔아이의 100% 자회사인데, 2021년말 현재 자산 111억원에 부채 437억원의 결손기업입니다. 200억원의 매입대금을 자력으로 지불할 능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씨엔아이는 2021년말 현재 자산총액 246억원에 부채가 155억원이니 순자산이 90억원 정도 되는 셈인데 역시 충분한 현금동원능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부상 회사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동산업을 영위한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투자회사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재무제표 상으로 씨엔아이 자산이 121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71억원이 관계기업(아마도 대양디엔아이?)에 대한 대여금이었고, 20억원이 유가증권 상장사 웰바이오텍 주식이었습니다.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웰바이오텍 지분을 각각 6.01%와 1.92%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7월29일 종가 기준으로 약 85억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웰바이오텍 주식을 매각해 삼부토건 인수자금에 보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매각한다고 해도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두 회사가 합해 약 8%에 불과한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듬뿍 받고 팔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또 보유 주식 거의 전부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데, 대출금액이 39억원을 갚고 나면 손에 쥐는 현금은 크게 줄어 듭니다.
사실 웰바이오텍을 매각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가 최대주주가 된 후 웰바이오텍의 실적은 매우 부진합니다. 매출이 감소하고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취득가에 비해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죠. 올해 1분기에 매출이 크게 늘면서 영업흑자로 돌아섰는데, 과거 실적이 급등락한 이력이 있어 실적 개선이 지속될 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왕 말이 나와서 한 마디 보태자면, 웰바이오텍의 실적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재무제표 수정도 없었는데 과거년도 매출이 크게 달라져 있고(2019년 손익계산서 개별 매출 291억원, 2021년 손익계산서의 2019년 개별매출 158억원 등), 사업보고서의 부문별 매출이 서로 뒤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사업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한 해는 본사 중심으로 작성되었다가 다른 해엔 연결실체 중심으로 기록되는 등 왔다 갔다 하기도 합니다.
일부 자회사 주식을 처분하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지분을 희석시키고 있는 상황도 어쩌면 매각의 수순일지도 모르죠. 웰바이오텍은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가 최대주주가 된 후 취득한 크린룸 기계 제조업체 금영이엔지(지분율 100%, 장부가액 778억원)를 올해 2월 매수한 가격 그대로인 35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씨앤에이에이전시 지분(51%)와 청도영창인특피혁유한공사 지분(100%), 바이오제닉스코리아 지분(11.16%, 추정)도 매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6월 KH필룩스를 대상으로 30억원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아트마투자조합, 신오전자)가 8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9월에도 5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가 발행됩니다. 최대주주 변경이 얼마든지 가능한 발행 규모입니다.
웰바이오텍을 매각하면 삼부토건 인수대금 마련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여전히 자체 자금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고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실제로 대양이엔아이와 씨엔아이는 차입금을 조달해 인수대금을 치를 예정이라고 신고를 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수대상 목적물인 삼부토건 지분이 담보로 제공될 수 밖에 없겠죠. 웰바이오텍 지분이 저축은행 담보로 잡혔듯이 삼부토건 지분도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웰바이오텍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의 연 이자율이 무려 14~15%에 달하는 군요. 디와이디가 최대주주가 되면 삼부토건의 지배구조와 경영이 과연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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