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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대양금속이 지난달 제지업체 영풍제지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6월에 영풍제지의 기존 최대주주인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와 1289억원에 50.55%의 경영권 지분에 대한 주식양수도 계약을 했고 11월14일 잔금 지급을 완료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대양금속은 이와 별도로 영풍제지 이관형 대표이사가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교부 받은 9만5000주의 보통주도 약 11억원에 매입해 50.76%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대양금속은 약 1300억원의 인수자금을 신규 조달로 마련하기로 했었죠. 하지만 이사회가 영풍제지 인수를 결정할 즈음부터 잔금 지급을 완료할 때까지 대양금속이 조달한 신규 자금은 금융기관 차입금 20억원, 금융기관 외 차입금 210억원 등 230억원의 단기차입금과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이 전부입니다. 영풍제지 인수 목적을 명시적으로 밝힌 조달자금은 이것 뿐입니다.


대양금속은 9월말 현재 현금성자산이 약 20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정도였습니다. 보유 현금 전부를 인수자금으로 썼을 리 없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영풍제지 지분 취득자금을 채우는 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공시로 드러나지 않은 다른 인수자금이 더 있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대양금속과 영풍제지의 거래는 단발성 경영권 지분 취득이 아닌 모양입니다. 대양금속의 최대주주가 2년 전 두 차례에 걸쳐 교체되었고, 새로운 최대주주는 정체성이 좀 불확실합니다. 또 경영권 지분 취득 후 대양금속과 영풍제지 사이에 추가로 금전거래가 이루어지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대양금속이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 인수자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전량을 넘겼더라고요. 뭔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양금속은 자기자금 439억원과 차입금 861억원으로 1300억원의 인수자금을 조성했습니다. 자기자금에는 조달에 대한 공시가 이루어진 전환사채 150억원과 230억원의 단기차입이 포함되어 있죠. 원래부터 통장에 들어 있던 자기자금은 60억원 정도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는 60억원의 자기자금과 1240억원의 차입금으로 이루어진 사실상 무자본 M&A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기차입금의 차입처는 공개되지 않았고 전환사채 150억원은 비피에이치조합이 인수했습니다.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조합으로 이번이 첫 투자입니다. 인수자로  선정된 후 조합원 모집에 나섰을 겁니다.



인수차입금 861억원은 10곳에서 나누어 제공했는데요. 761억원은 인수대상인 영풍제지 보통주를 담보로 잡혔고 나머지 100억원은 담보없이 최단 7일, 최장 1개월로 초단기차입을 했습니다. 담보도 없이 빌린 돈이니 잠깐 쓰고 갚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대양금속은 이달 13일 170억원 규모의 23차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70억원은 운영자금 용도이고, 1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 용도입니다.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한 돈을 갚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곳이 다름 아닌 피인수기업 영풍제지입니다. 영풍제지를 인수하느라 생긴 차입금과 빈 곳간을 영풍제지에서 빌려 갚고 채우는 셈입니다.



또 대양금속은 인수한 영풍제지 지분 일부를 매각합니다. 295만주로 지분율로는 13.23%에 달하는 물량인데 306억8000만원에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이하 LJH)에 팔죠. 잔금 226억여원은 현금으로 받을 예정이지만, 계약금과 중도금 80억6800만원은 기존에 LHJ에서 빌린 100억원 중 일부의 상환에 갈음하기로 했습니다. 인수자금 중 단기차입으로 마련한 230억원 중 100억원의 출처가 LJH였나 봅니다.


LJH는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데 자금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네요. 100억원을 단기대여했고, 100억원을 영풍제지 주식담보대출(인수차입금)로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대양금속이 인수한 영풍제지 지분 중 4분의 1이 넘는 13.23%를 덜어가는 것까지요.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데 쓴 돈은 1300억원에 달하지만, 영풍제지를 상대로 한 전환사채 발행(170억원)과 LJH로의 일부 지분 매각으로 차입금 상환 부담을 한결 덜게 됐습니다. 상환 후 남는 차입금은 약 835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전환사채 150억원을 제외한 차입금 중 담보가 잡혀 있지 않은 것과 만기가 짧은 주식담보대출이 우선 상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LJH는 지난 9월 신설 법인인 ㈜우진바이오가 50%의 최다출자자로 조성된 조합인데요. 우진바이오 외에 힉스조합, 이창용(대표조합원), 이상영 등이 출자자로 돼 있습니다. 물론 조합원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LJH의 재무상황에 대한 공시가 나와 있기는 한데, 공시에 오류라 있는 것 같습니다. 자본금 100억원과 부채 100억원으로 조성했다고 돼 있는데, 자산총액이 200억원이 아닌 100억원으로 나와 있더라고요. 9월 설립 법인이 만든 조합인데 불과 2개월여 만에 100억원을 손해보지는 않았을 테니, 조합의 자산 규모는 200억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대양금속에 인수자금을 댄 곳 중 눈에 띄는 곳이 조광ILI와 앤디포스입니다. 대양금속이 인수자금 마련 용도로 발행한 전환사채 150억원을 인수한 비피에이치조합은 하루만에 전부를 매각하는데, 전환사채를 받아간 곳은 코스닥 상장사 앤디포스였습니다. 조광ILI는 인수차입금 중 50억원을 대양금속에 무담보로 1개월간 빌려 주었죠.


그런데 앤디포스의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대유의 최대주주가 조광ILI(22.06%)입니다. 조광ILI는 앤디포스의 지분 4.42%를 직접 소유하고 있기도 하죠. 조광ILI의 최대주주는 김우동씨(특수관계자 포함 19.31%)인데, 김우동씨는 조광ILI와 대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앤디포스의 등기이사 중 한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세 회사 모두를 실질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