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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가 상장할 때 일정기간 처분이 불가능한 보호예수 물량이 약 3억4677만주, 지분율로 72.90%에 달했습니다.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2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그룹(각각 약 1억2953만주, 지분율 각 27.26%), 국민은행(약 3810만주, 8.02%), 넷마블(약 762만주, 1.60%), 텐센트의 100% 자회사 스카이블루 럭셔리 인베스트먼트(이하 스카이블루 럭셔리, 약 762만주, 1.60%) 등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과 우리사주(약 1274만여주, 2.68%) 등입니다. 이중 넷마블과 스카이블루 럭셔리는 보유 주식의 절반, 나머지 주주는 보유주식 전부에 해당했습니다.


의무보유 기간은 넷마블과 스카이블루 럭셔리가 3개월로 가장 짧고 우리사주조합이 1년으로 가장 길었으며, 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그룹 및 국민은행은 6개월이었습니다. 카카오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주주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으로는 의무보유예탁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의무보유를 약속했습니다. 지금은 상장한 지 1년이 지나 모든 물량이 보호예수에서 해제되었지요.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 직후 드라마틱하게 올랐지만, 이후로는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상장 첫날 6만9800원을 기록한 주가는 9만4400원(장중)까지 올랐지만 이달 29일 현재 2만4300원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한때 1만6000원선이 무너지기도 했죠. 상장 3개월 후 5만7200원, 6개월 후 4만2100원, 1년 후 3만2300원이었습니다. 우리사주조합이 매입한 가격은 공모가인 3만9000원이었으니 보호예수가 풀렸을 때는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이후 공모가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습니다.



주요 주주 중에는 우정사업본부과 상장 직후 보유주식(1524만주) 전부를 처분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고, 넷마블이 의무보유에서 제외된 절반의 물량을 처분(약 762만주)를 상장 직후 처분했습니다. 텐센트 자회사 스카이블루 럭셔리는 약 400만주를 지난해 처분하고 올해 상반기 나머지를 전부 매각했습니다. 이베이도 상장 직후 1524만주 중 150만주만 매각하고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가 올해 들어서야 832만주 가량을 상반기 중 처분했습니다. 서울보증보험은 의무보유를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한 주도 팔지 않았고 예스24 역시 상장 직후 약 194만주를 팔았을 뿐 약 568만주를 여전히 보유 중입니다.


그런데 의무보유예탁 대상자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카카오뱅크가 Pre-IPO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한 2020년말 재무적 투자자(FI)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홍콩 사모펀드 회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와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TPG캐피탈입니다. 앵커 PE는 100% 자회사인 IPB.ltd를 통해, TPG캐피탈은 관계회사인 keto Holdings,L.P.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2500억원(주당 2만3500원)을 투자했습니다. 회사의 성격상 IPB.ltd는 유한회사, Keto Holdings,L.P.는 합자회사에 해당하겠지만 그냥 사모펀드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IPB.ltd와 Keto Holdings.L.P는 각각 1064만주의 보통주를 인수했는데 올해 2월 최대주주 카카오와 함께 보호예수에서 해제되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이들의 보호예수가 풀린다며, 그렇지 않아도 내리막길에 있는 주가에 물량 폭탄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쏟아 냈지요.하지만 두 사모펀드는 지금까지 단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영참여 목적인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제외하면, 상장 전 주요 주주 중 단 한주도 팔지 않고 있는 곳은 서울보증보험과 이들 두 외국계 사모펀드 뿐입니다. 보호예수가 풀렸을 때 바로 매각을 했으면 그래도 주당 2만원 가까운 수익이 났을 겁니다. 각각 약 2000억원 가량의 차익이 생겼을 것이고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두둑한 수익을 배분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웬 일인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앵커PE는 지난해말 자본구조재조정(리캡, Recapitalization)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캡이란 인수 후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서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켜 인수구조를 변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앵커PE의 자회사 IPB.ltd가 카카오뱅크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해 초기 투자금을 대체했다는 겁니다. 더벨 보도로는 그 액수가 3400억원으로 지분 매입액인 2500억원을 넘는다고 하고, 한국투자증권이 주식담보로 1000억원을 대출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앵커PE가 리캡에 나섰을 당시 보유한 카카오뱅크 주식가치는 대략 60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3400억원을 리캡했으면 펀드 투자자들은 원금을 전부 회수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러고도 여전히 절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겠죠. 보호예수가 풀린 직후 매각했으면 차입금을 갚고도 남았겠지만, 지금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차입금을 갚는데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앵커PE(정확히는 IPB.ltd)에게 리캡 자금을 빌려준 건 다름 아닌 국내 투자자들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플러스자산운용의 개인용 MMF(89억원)도 있었고, 어쩌면 기업이나 개인들도 있었을 겁니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입니다. 한때 카카오뱅크 주가가 2만원 아래로 떨어져 담보가치가 대출 원금을 크게 밑돌기도 했지만, 갚으라고 요구한 곳은 없었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거든요. IPE가 갚지 못하면 대신 갚아줄 한국투자증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앵커PE는 지난해 11월 리캡을 위해 대주들과 3400억원 한도의 대출약정을 체결합니다. 트랜치A로 3100억원, 트랜치B로 300억원이었고 실제로 트랜치A로 2620억원을 차입합니다. 2620억원을 빌려준 곳은 장부상 회사(SPC)인 키스플러스제칠차㈜로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은 유동화 회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키스플러스제칠차㈜로 하여금 263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전자단기유동화사채, 이하 ABSTB)를 발행하게 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해 판매합니다. 그 중 2620억원이 카카오뱅크 주식을 담보로 IPE.ltd에 대출됩니다. 카카오뱅크 주식을 담보로 잡은 키스플러스제칠차㈜가 IPB.ltd에 대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사채(ABSTB)를 발행해 국내 불특정 투자자들에게 팔아 넘긴 셈이죠.


이 사채는 만기 3개월 짜리인데 만기가 되면 다시 같은 만기로 반복해서 차환발행이 됩니다. 첫 발행 후 1년이 지난 올해 11월 9일 사채는 7번째 발행이 이루어졌고, 발행규모는 27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IPB.ltd에 대한 대출 만기가 2024년 11월이니 앞으로 7차례의 차환발행을 더 해야 합니다.


물론 2024년까지 가지 않고 IPB.ltd가 원리금을 상환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대출금 전액을 갚을 수 있고, 3개월마다 일부를 상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조기상환할 때는 카카오뱅크 주식의 처분은 물론 배당으로 받은 현금 전부를 조기상환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주식을 처분하고 처분액 일부만으로 조기상환을 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IPB.ltd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당시 카카오뱅크 주가는 5만7000원 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의무보유기간이 끝났을 때는 4만2000원대로 떨어진 후였죠. 리캡으로 조기 회수한 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남은 게 있지 않았다면, 아마 담보주식을 처분해도 이미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의무보유는 풀렸지만 매각할 기회는 없었던 셈이죠.


 지금은 한풀 꺾인 것 같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유동화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부동산PF 유동화 중에는 차환 발행이 되지 않아 보증을 선 건설사가 채무를 떠안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기사화는 많이 되지 않더군요). 그걸 보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살이 떨렸을 겁니다. IPB.ltd에 대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유동화사채도 차환발행에 실패할 수 있으니까요.


키스플러스제칠차㈜가 발행한 사채가 차환발행되지 않으면 한국투자증권은 그 사채를 인수하고, 인수대금을 키스플러스제칠차㈜에 지급해야 합니다. IPB가 카카오뱅크 주식을 처분해 차입 원리금을 전부 갚지 못할 경우에도 그 부족한 금액을 한국투자증권이 채워 넣어야 합니다. 키스플러스에 제공한 사모사채 인수확약 27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지급보증 중에서 단일 규모로 최대액에 해당합니다.


3400억원의 한도대출 중 300억원의 트랜치B 대출을 제공하는 곳도 한국투자증권입니다. 지난 9월말 현재 실제 대출액은 143억원 정도입니다. 앞으로 더 늘거나 줄 수 있습니다. 이 대출금은 2700억원의 트랜치A 원리금이 전액 상환된 후에야 받을 수 있습니다. 떼일 위험이 더 높습니다.


다른 재무적 투자자인 TPG캐피탈의 keto Holdings,L.P 역시 같은 시기에 2550억원 규모의 리캡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차입금을 조달해 초기 투자자의 출자금을 대체했을 텐데요. 이 역시 IPB.ltd의 대출채권처럼 유동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TPG캐피탈과 관련된 유동화 프로그램을 찾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