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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회장이 구속되면서 쌍방울 그룹 계열사들이 동시에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광림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고 쌍방울과 아이오케이컴퍼니는 감자를 해야 할 처지입니다. 제이준코스메틱, SBW생명과학 등 다른 계열사들도 서둘러 자산매각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죠.
쌍방울 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영업력이 약하고 재무구조가 부실해서 개별적으로는 생존능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 동안 유동성이 필요한 계열사에 다른 계열사들의 자금을 출자와 대여의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유지해 왔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쌍방울의 사례는 순환출자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순환출자란 A사가 B사를 지배하고, B사가 C사를 지배하고, 다시 C사가 A사를 지배하며 자본이 돌고 도는 구조를 말하는데요. 이런 구조에서는 각 사의 자본합계가 실제보다 부풀려지게 됩니다. 가령 모자회사간 지분율이 50%이고 각사의 납입자본이 100억원이라고 하면, ABC 3사의 자본합계는 300억원이지만 실제 납입한 자본은 절반인 150억원에 불과합니다. 또 ABC 3사가 각각 부채를 100억원씩 안고 있다면, 각사 부채비율은 100%로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3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200%로 두배로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한 회사가 재무적인 곤경에 처하게 되면 다른 회사로 위기가 이전될 위험이 커서 계열사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죠. 과거 외환위기 때 국내 대기업들이 연쇄 도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계열사간에 매출-매입거래나 자금거래가 많을 경우 위험은 배가 됩니다. 특정 계열사의 위기로 그룹 전체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계열사 간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돼서 동시에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도 있죠. 상황이 이렇게 되면 대주주가 사재를 털어 넣지 않는 이상 자산 매각 외에는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반 주주를 상대로 한 증자나 금융기관 차입도 불가능해지니까요.
쌍방울 그룹은 순환출자와 무자본 M&A로 외형을 키워 온 회사입니다. 광림-쌍방울-비비안-디모아(전 인피니티엔티)-아이오케이컴퍼니-제이준코스메틱-광림으로 출자고리가 순환되어 있었습니다.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 별로 없었고, 전환사채 등을 통해 조달한 현금이 다른 회사 주식 등을 취득하는데 주로 쓰였죠. 현금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 주식입니다.
기업활동에 필수인 설비(유형자산, 무형자산)는 사업을 접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팔 수 없을 겁니다. 김성태 회장이 나중에 재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는 남아 있어야 하니까요. 김성태 회장이 옥중에 있는 이상 쌍방울 그룹의 무자본 M&A 행진은 멈출 것이고 추진 중이거나 진행 중인 거래도 중단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투자를 회수해 현금을 확보하는 데 시급한 과제지요.
김성태 회장이 실질적인 주인으로 알려진 쌍방울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 칼라스홀딩스는 현재 그룹과 출자 관계가 끊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 보유 중이던 광림 지분 전부(16.17%)를 제이준코스메틱에 매각했죠. 이 거래로 칼라스홀딩스는 225억원을 회수했습니다. 칼라스홀딩스가 지분을 보유했던 계열사는 2021년말 현재 광림이 유일했습니다. 쌍방울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도 없었습니다. 김성태 회장과 쌍방울 그룹의 지분 관계가 최소한 겉으로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이준코스메틱이 쌍방울 그룹에 편입된 건 지난해 8월초였습니다. 쌍방울 그룹이 직접 지분을 인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앰버캐피탈코리아라는 곳이 제이준코스메틱 경영권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아이오케이컴퍼니에서 275억원을 빌렸는데, 불과 9일만에 대차거래 계약의 기한이익 상실로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담보권을 실행해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가 되었죠.
제이준코스메틱의 전 최대주주는 ㈜이도헬스케어라는 곳인데, 제이준코스메틱의 경영권을 매각한 직후 제이준코스메틱이 보유하던 ㈜알에프텍 지분을 35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후 칼라스홀딩스가 광림 지분을 제이준코스메틱에 매각했죠. 아이오케이컴퍼니에 있던 돈이 이도헬스케어를 거쳐, 제이준코스메틱을 거쳐, 칼라스홀딩스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뜻하지 않게 인수한 제이준코스메틱을 곧바로 매각할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초 제이준코스메틱 양수 지분 전부를 ㈜쏘어에 35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쏘어가 계약금 20억원을 입금하지 않아 거래가 깨졌죠. 만약 당시에 제이준코스메틱 매각에 성공했다면, 칼라스홀딩스는 광림 지분을 아이오케이컴퍼니에 팔았을 것 같습니다. 특장차 회사인 광림이 화장품 회사 자회사가 되거나, 연예기획사 자회사가 되거나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광림 지분을 살 수 있는 자금이 어디에 있는지가 관건이었겠죠.
아이오케이컴퍼니는 결손법인입니다. 특히 지난해 59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결손이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만 1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불과 1년 3개월만에 결손금이 두배가 되었습니다.
현금흐름도 매우 나빴습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기는커녕 최근 5년간 41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회사 주식 등 영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투자에 700억원 이상을 썼습니다. 그 돈은 유상증자(2018년 220억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의 차입(630억원)을 통해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말까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유지했습니다. 주가 상승기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었고 500억원 이상의 현금과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이준코스메틱 인수에 275억원을 쓰고 난 후에는 현금 잔고도 크게 낮아졌죠. 올해 3월말 현재 56억원이 있을 뿐입니다.
갚아야 할 차입금은 사실상 전액 전환사채입니다. 지난해 4월 비비안과 미래산업을 대상자로 총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올해 3월말 현재 미상환 상태로 비비안과 미래산업이 여전히 보유 중입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주가는 가끔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하락세입니다. 최근 1년 동안에는 거의 10분의 1토막이 나서 현재 액면가(500원)를 크게 밑도는 200원대 주식이 되었죠. 결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정도로 회사 사정이 나쁜데 발행된 전환사채들이 주가 급등기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주식 수는 크게 늘었으니 주가 하락 폭이 더욱 컸습니다.
비비안과 미래산업도 사정이 녹록치가 않습니다. 비비안은 매년 적자 행진이고 보유 현금도 크게 줄었습니다. 미래산업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영업적자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죠.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빌려준 각각 100억원이 절실할텐데, 아이오케이컴퍼니 주가가 전환가격(500원)을 크게 밑돌고 있으니 시장에서 현금화하기도 어렵고, 아이오케이컴퍼니가 현금으로 상환할 사정도 되지 않으니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사실 계열사간 지분 및 자금 거래는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칼라스홀딩스로부터 광림을 인수했으니,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제이준코스메틱의 매각을 재추진하기도 애매해졌습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을 매각할 수만 있으면 미래산업과 비비안이 보유한 전환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칼라스홀딩스는 광림을 팔아 현금을 챙겼지만, 쌍방울 계열사들의 자금흐름은 꼬여버린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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