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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전인 2013년말에 효성그룹의 오너일가는 그룹의 지주회사 ㈜효성의 지분 30.27%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는 55.92%(동양학원 보유분 1.39% 포함)에 달합니다.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효성의 인적분할이고 다른 하나는 오너 일가의 꾸준한 지분매입입니다.
효성그룹은 201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효성을 인적분할했고, 이때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이 설립되었습니다. 오너 3세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신설된 회사들의 지분을 ㈜효성이 실시한 공개매수에 응해 현물출자했고, 그로 인해 지분율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로써 ㈜효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해 2019년 1월 1일로 지주회사 전환이 이루어졌죠. (조현준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금의 지분율을 갖는 과정은 재무제표가 읽는 사람들이 올린 이전 기사 '조현준•현상 형제는 어떻게 효성그룹 최대주주 되었나'를 참고 바랍니다)
인적분할 이전에 오너 일가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효성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높였습니다. 그 저네도 매입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집중적으로 지분을 늘렸는데요. 둘째인 조현문씨가 시간외 매매로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하면서 후계 구도에서 이탈한 후입니다. 이후 조현준 회장은 무려 2344억원, 조현상 부회장은 1252억원을 효성 주식 매입에 지출했습니다. 두 형제뿐 아니라 어머니인 송광자씨도 약 88억원을 들여 효성 주식을 장내매수했죠.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은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조현준 회장의 자제인 조인영(여, 2002년생), 조인서(여, 2006년생), 조재현(남, 2012년생), 조현상 부회장의 자제인 조인희(여, 2010년생), 조수인(여, 2012년생), 조재하(남, 2015년생) 등 4세들 역시 장내매수에 동참했는데요. 2013년이후 조인영, 조인서씨가 각각 12억7000만원, 다른 4세들은 각 10억4700만원씩의 효성 주식을 샀습니다. 2020년 3월이후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은 중단됐습니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4세들의 경우 부모의 증여자금이 시작이었고, 이후 배당금도 재원이 되었습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등은 기존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활용해 증권사 등에서 차입하는 방식을 주로 썼습니다. 조석래 명예회장 부부와 조현준, 조현상 형제가 보유한 주식이 1134만주인데, 2020년 3월 현재 담보로 제공된 주식이 957만주에 달합니다. 3년이 지났지만 담보계약의 변경에 대한 후속 공시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보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그룹과 달리 효성그룹의 오너 일가는 계열사 지분도 많이 보유하고 있죠.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조현상 부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 부부가 합산 23.3%를 갖고 있고, 효성중공업은 명예회장 부부와 조현준•현상 형제가 22%의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효성화학 지분도 23% 이상에 달합니다. 조현준 회장이 효성ITX 지분을 37.91%, 효성티앤씨 지분을 14.59%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 뿐이 아니죠. 조현준 회장은 효성그룹과 별도로 갤럭시아그룹을 사실상 개인 소유하고 있고, 그룹을 일구는 과정에서 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을 효성ITX에서 321억원에 인수하는 등 개인 자금이 투입됐습니다('조현준 회장은 갤럭시아그룹을 어떻게 일구었나' 참고). 조현상 부회장 역시 알짜회사인 더클래스효성 등 수입차 딜러 회사를 ASC라는 개인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데. 효성의 자회사였던 더클래스효성을 갖기까지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습니다('1억원짜리 페이퍼컴퍼니 ASC, 자동차딜러 지주회사로' 참고).
두 형제가 효성과 계열사 지분 그리고 각자의 개인회사를 갖기까지 효성과 계열사들의 배당금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지분 취득자금의 원천으로 그룹에서 받은 임금과 배당금이라고 보고하기도 했거니와 주식담보대출 역시 배당금이 상환재원이 되었을 테니까요.
효성그룹 주식은 배당의 계절이 올 때마다 증권사 추천종목에 단골로 오릅니다. ㈜효성을 필두로 효성중공업, 효성ITX, 효성티앤씨 등이죠. 지난해 2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했던 효성티앤씨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예년보다 훨씬 많은 400억원 이상의 배당을 했습니다.
대장은 역시 지주회사인 ㈜효성인데요. 3세 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2016년 이후 배당 규모가 부쩍 커졌습니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배당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이후로는 지난해까지 5년간 5986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3919억원입니다. 영업활동에서 번 현금을 전액 배당을 하더라도 2000억원 정도 부족했던 셈이죠.

인적분할이 이루어졌던 2018년에 ㈜효성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137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63억원의 배당을 실시했고 설비투자 등의 지출까지 더해져 4000억원 가까운 현금부족이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자회사 지분 취득과 장기대여로 4600억원가량을 썼습니다.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했죠. 효성은 그해에 무려 1조5000억원을 순차입했고, 분할로 신설된 자회사들에게 6800억원의 현금을 이전했습니다.
2018년을 제외하면 이후 지급한 배당금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범위 내에 있습니다. 특히 최근 2년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배당금 지급액을 크게 상회합니다. 1000억원을 밑돌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021년에 1692억원, 지난해 1866억원으로 크게 늘었거든요.
㈜효성의 주수입원은 역시 자회사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입니다. 그런데 지난해를 제외하고 효성의 배당금 수취액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을 밑돕니다.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에 다른 수입까지 보태 주주에게 배당한 셈입니다.
효성의 자회사 효성화학은 연결 기준으로 5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입니다. 지난해 4000억원 넘는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8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죠. 부채비율이 3월말 현재 무려 9941%에 달합니다. 순차입금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회사의 현금 유동성은 3000억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유동성 보강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죠.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죠. 증자를 한다면 ㈜효성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겁니다. 하지만 효성화학은 ㈜효성에서 분할 신설된 이후 증자를 한 적이 없고, 올해 역시 증자를 검토했다가 철회하고 대신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유상증자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효성의 자금 여력 부족이 거론됩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고, 만기가 도래하면 발행 당시와 같은 조건으로 연장이 가능해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를 합니다. 하지만 일반 사채보다 높은 이자를 내야 하고, 통상 5년이나 10년이 지난 후에는 이자를 높여 주거나 조기상환을 해야 하는 조건으로 발행됩니다. 유동성 보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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