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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그룹 소속의 반도체 장비업체였던 미래산업의 주인이 바뀐 지 두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공작기계업체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광림에 아주 후한 프리미엄을 얹어서 미래산업 지분 10.59%를 245억원에 매입했죠. 뿐만 아니라 미래산업이 발행한 8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50억원의 현금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제 미래산업과 쌍방울그룹의 연결 고리는 사실상 없습니다. 광림이 보유하고 있던 미래산업의 7회차 전환사채 100억원 중 매각 당시 조기상환된 5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0억원 정도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 100억원도 전액 액면가에 상환받았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지만, 미래산업을 인수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도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온성준, 온영두 형제의 지배아래 있는 회사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 스튜디오산타클로스(9.72%) ← 에스엘에너지(12.57%) ← 에스엘홀딩스컴퍼니(15.42%) ← 온영두(100%)의 소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실질적인 주인은 온성준씨로 알려져 있는데, 성준씨는 지분를 직접 소유하거나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온씨 형제의 지배 아래 있는 기업 중 주식시장에서 아주 핫했던 곳이 하나 있죠. 바로 이브이첨단소재입니다. 연성회로기판(FPCB) 회사인데, 리튬을 신사업으로 낙점하면서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죠. 지난 4월 수산화리튬 공급이 확정됐다는 소식으로 1000원대이던 주가가 무려 1만7780원까지 수직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4000원대(9월 4일 현재 4715원)로 주저 앉아 있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미래산업을 인수한 자금은 이브이첨단소재 지분 매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브이첨단소재 3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233억원을 수령한 게 지난 6월 26일이고, 미래산업 지분 매각 잔금(165억원)을 지급한 게 7월 12일이었습니다. 물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미래산업 8회차 전환사채 150억원을 인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브이첨단소재는 그 뿐 아니라 미래산업의 9회차 전환사채 50억원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과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 매각으로 미래산업에는 현금이 쌓이게 되었겠죠.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마련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래산업의 새로운 경영진이 한 의사결정은 '대신-Y2HC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에 130억원을 출자하는 것이었습니다.
700억원으로 조성되는 투자조합에는 미래산업 외에도 넥스턴바이오(120억원), 이브이첨단소재(70억원) 등 온씨 형제의 회사들이 총 320억원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이 투자조합은 지난 2013년 차바이오텍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차헬스케어에 투자할 목적으로 결성되었습니다. 차헬스케어 지분 16.25%를 인수하기로 한 겁니다. 차헬스케어 기업가치를 약 4000억원으로 본 셈이죠. 미래산업 등이 차헬스케어의 프리 IPO에 투자자로 참여한 셈입니다. 2025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네요.
차헬스케어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병원 전문 운영기업입니다.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병원을 인수한 뒤 직접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물적분할 당시에는 자산규모 1505억원(2013년말, 개별 기준)이었으나 지난해말 연결 재무제표상 총 자산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벌크업이 되었습니다.
매출액도 매년 증가해 2019년 3849억원에서 지난해말 6485억원이 되었습니다. 아직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갖추지는 못했죠.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영업상으로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비용 부담이 크고, 지난해에는 투자지분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지주회사격인 국내의 차헬스케어는 매출액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자회사들로부터 배당을 받거나 브랜드사용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을 받고 있지 않다는 얘기지요. 아직은 사세 확장을 위한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해외병원 운영에서 아직 안정적인 이익을 내거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병원 개발 등에 적지 않은 지출이 발생하고 있어 차헬스케어는 항상 자금문제에 시달려 왔습니다.
대부분 자금조달(주로 차입)이 해외에서 직접 발생하고 있지만, 차헬스케어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죠.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야 하고, 그래야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해외 법인에 증자 등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할 입장이고 본사를 운영하는 자금도 필요하니 외부조달이 불가피합니다. 아마 그래서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나 봅니다. 지금 본사에는 투자재원이 거의 없거든요.
차헬스케어가 기업공개를 하면 몸값이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합니다. 프리 IPO에 참여한 미래산업 등 3사가 적지 않은 차익을 얻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온성준, 온영두씨가 이끄는 회사들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상황이 아닙니다. 미래산업과 이브이첨단소재는 결손기업이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역시 적자 지속으로 매년 누적 결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계열사 중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오히려 매년 현금 부족이라 외부 차입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전환사채 발행이 잦고 유상증자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차헬스케어 투자를 앞두고 3사는 일제히 자금조달에 나섰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두 차례에 걸쳐 70억원과 8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10억원 규모의 소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지난 4월에 자기전환사채 50억원중 43억원어치를 169억원에 재매각했습니다. 살 때는 거의 액면가에 샀는데(52억원), 팔 때는 엄청 비싸게 팔았죠. 마침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미래산업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100억원짜리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를 광림에 매각하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150억원을 마련(11월 입금 예정)하기로 했죠. 그 전에는 이브이첨단소재를 상대로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요.
경영이 부실하고 담보가 부족하면 상장기업이라고 해도 차입이 어렵습니다. 코스닥의 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에 의존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전환사채나 신주를 발행하려면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전에 자주 호재가 등장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 때문입니다.
미래산업은 지난달 설립한 자회사 미래에스피씨를 통해 100억원을 니켈광물 신사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타이어 금형회사인 ㈜다이나믹디자인의 전환사채(발행액 130억원)를 중 10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죠. 다이나믹디자인은 4일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보유법인(PT. BUMI NICKLE PRATAMA)의 구주 지분 4.0%를 약 53억원에 취득했습니다. 이 회사 지분투자에 90억원을 쓰기로 했으니 추가 지분 취득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이나믹디자인의 최대주주는 이브이첨단소재(23.38%)입니다.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으로 이브이첨단소재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 4월, 다이나믹디자인이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죠. 이브이첨단소재의 주가 상승을 견인한 주역 중 하나가 다이나믹디자인이었던 셈입니다. 당시 다이나믹디자인의 주가도 상한가를 내달렸으니까요.
이브이첨단소재와 다이나믹디자인의 리튬 및 니켈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실적으로 나타난 게 전혀 없거든요. 이브이첨단소재의 리튬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업보고서에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FPCB사업과 투명 디스플레이사업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리튬 및 니켈 사업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저급 탄산리튬을 초고순도 수산화리튬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리튬플러스 전환사채 2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뿐입니다.
리튬플러스는 2021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여러 차례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및 전환사채 발행과 금융권 차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코스닥 상장사인 하이드로리튬 지분을 취득하는 등 투자로 자산이 1000억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약 18억원)했고 2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리튬플러스는 150억원에 하이드로리튬 지분 20.48%를 취득했는데, 지난해말 현재 장부가액은 147억원이지만 공정가액으로는 1047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이드로리튬의 현재(9월 4일) 시가총액이 4246억원이니 현 시세로는 850억원쯤 되려나 봅니다. 하이드로리튬은 원래 코리아에스이라는 토목업체였는데, 리튬플러스에 인수된 날인 지난해 10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명을 변경했고 주가가 15배가량 상승했죠. 하이드로리튬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86.5% 증가한 128억원이지만 약 47억원의 반기 적자를 기록했죠. 매출 증가는 기존사업인 토목공사에서 주로 이루어졌죠. 수산화리튬 및 탄산리튬 생산을 위한 새만금공장 착공식을 올해 7월에 했으니 리튬 매출의 가시화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브이첨단소재는 리튬플러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5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가 25억원을 돌려주고 나머지 25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액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500만주를 갖게 되는데요. 리튬플러스가 지난해까지 발행한 전환사채(1~3회)는 총 220억원에 달하고 그로 인해 발행가능한 주식은 3400만주에 이릅니다.
또 올해 1월에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코스닥 상장사 리튬포어스(구, 어반리튬)를 상대로 발행했습니다. 전환사채 전환으로 발행가능한 최대 주식 수가 8400만주로 늘었죠. 리튬포어스의 최대주주는 리튬인사이트이고, 리튬인사이트의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리튬플러스의 최대주주이자 하이드로리튬의 대표이사인 전웅(35% 보유)씨입니다. 여기에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경우 6600만주가 추가로 발행될 수 있으니 25억원의 전환사채를 보유한 이브이첨단소재가 주요 주주가 될 가능성은 현재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산업이 전환사채에 투자한 다이나믹디자인이 지분을 인수한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보유법인(PT. BUMI NICKLE PRATAMA)은 올해가 설립 4년차인데 현재까지 매출은 물론 영업활동 자체가 없었습니다. 올해 3월에 니켈 광물 생산판매 라이선스(IUP-OP)를 취득했으니 얼마나 활발히 영업이 이루어지는지 머지 않아 확인할 수 있겠죠. 다이나믹디자인은 이와 별도로 니켈 광물 운송판매 법인인 PT.TIRTA ALAM MINERAL이라는 기업의 지분 67%를 올해 취득했는데요. 지분 취득에 들어간 돈은 2억9000만원에 불과합니다. 아주 작은 회사 아니면 부실기업,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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