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영풍제지에서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습니다. 최대주주 회사인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부터 주가조작이 계획됐고, 대양금속의 실소유자가 주가조작의 핵심이고, 사채업자인 이모씨와 명동의 큰손 투자자들이 개입했다고 검찰이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에 대해 시리즈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대양금속이 현재의 소유주로 넘어간 거래부터,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무자본 인수한 거래, 그리고 그 거래에 참여한 투자자들까지 자세히 썼습니다.
대양금속의 최대주주는 대양홀딩스컴퍼니이고, 대양홀딩스컴퍼니는 이옥순씨가 96%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양홀딩스컴퍼니의 설립자는 현재 대양금속과 영풍제지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성종씨입니다. 조성종씨는 대양홀딩스컴퍼니의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가조작이 사실이고, 대양홀딩스컴퍼니의 실소유주가 이옥순씨라면 주가조작의 핵심은 이옥순씨이고, 조성종씨를 포함한 대양금속과 영풍제지의 현 경영진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풍제지는 회사 내에는 주가조작으로 체포된 사람이 없다고 했다는군요.
조성종씨 외에 대양금속과 영풍제지의 주요 경영진으로는 양사의 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정순규씨, 양사 모두 사내이사로 있는 신동협씨, 대양금속 사내이사 문동주씨, 영풍제지 사내이사이며 자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상윤씨 등이 있습니다. 이옥순씨는 대양금속의 사내이사(비상근)로 있습니다.
특히 이옥순씨는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인 공갑상씨가 대양금속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아들 공선필씨도 대양홀딩스컴퍼니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고 대양금속에서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공선필씨는 대양금속에서 27만9900주를 주당 2415원에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고 있기도 합니다.
또 공현철, 공지윤, 공광상씨 등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에스에프씨, 에스에프씨인베스트먼트, 해동파트너스, 해동운수, 제이에스앤파트너스, 지앤씨파트너스, 파워리퍼블릭 얼라이언스 등 여러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은 대양금속, 네오디안테크놀로지, 판타지오, 에스에프씨, 연이비앤티, 크로바하이텍 등의 상장사 인수에 활용되었습니다. 대부분 무자본 M&A에 해당하는 거래였고, 여러 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옥순씨 가족 전체가 하나의 세력이었던 셈입니다.
대양금속 인수세력들은 인수한 주식과 전환사채 등을 매각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12월31일 에프앤디 컨소시엄이 채권금융기관의 출자지분과 채권(BW)을 973억원에 인수하는데요. 이때 에프앤디조합은 보통주, 우선주,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취득자금으로 659억원을 지출하면서 대양금속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에프인디조합은 진정한 인수자가 아니었어요. 4개월 뒤 이옥순씨가 60억원을 출자한 대양홀딩스컴퍼니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의 신주를 인수하면서 대양금속의 최대주주는 다시 바뀝니다.
에프앤디 컨소시엄에는 시재건설, 지엔씨파트너스, 정인석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에드앤디조합에는 지알컨소시엄, 플러스조합, 엠제이투자조합 등이 출자를 했습니다. 이 조합원들은 대양금속 인수가 이루어지자마자 조합을 탈퇴해 대부분의 주식을 장내 매도하거나 자신의 조합원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가령 에프앤디조합에 98억원을 출자한 엠제이투자조합의 경우 보통주 58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 40억원을 들고 나와 약 26억원어치를 조합원들에게 나누어지고 나머지 22억원어치 주식을 장내매도해 43억원을 회수하죠. 조합원들이 가져간 26억원어치의 주식 역시 비슷한 시점에 시세차익을 얻고 처분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대양금속 인수 당일 보통주로 전환되는데, 한달 안에 전량 매도해 47억원을 회수합니다. 대충 따져봐도 불과 한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50%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알컨소시엄 역시 대양금속 인수 당일 에프앤디조합을 탈퇴해 총 170억원어치의 보통주와 우선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받아갔는데, 이중 보통주 전량(53억원에 취득)을 장내 매도해 1주일 안에 72억원을 회수합니다. 플러스조합 등 다른 투자자들 역시 비슷한 행보를 걷습니다.
이옥순, 조상종씨가 이끄는 대양금속이 영풍제지 인수에 나선 건 지난해 6월인데요. 영풍제지의 창업주 이무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배우자 노미정 부회장(노성현으로 개명)이 2013년 자신의 지분을 장부상회사인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회사에 넘긴 뒤, 지난해 대양금속과 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면서 완전히 엑시트를 하죠. 노 부회장은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해 약 850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죠.
대양금속은 단기차입금 230억원과 앤디포스가 최종 인수처인 전환사채 발행으로 150억원, 여기에 보유 현금 60억원을 보탠 자기자금 439억원과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한 인수차입금 861억원 등 총 1300억원으로 영풍제지 지분 50.76%를 확보하죠. 명백한 무자본 M&A 사례입니다.
인수차입금 중 가장 많은 500억원은 증권사가 주관을 해 마련해 주었고, 지난해 9월 설립된 우진바이오라는 회사가 50% 출자한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 조광ILI등이 나머지를 댔습니다. 이때 대양홀딩스컴퍼니도 대양금속에 41억원을 1개월간 빌려주죠.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인수를 완료한 대양금속은 곧바로 일부 지분 매각과 영풍제지를 상대로 한17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수차입금 부담을 줄이는데요. 일부 지분을 받아간 곳은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 에스제이투자조합, 다온투자조합, 제이케이투자조합 등 4개의 조합이었죠.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과는 인수차입금 100억원을 양도대금과 상계하고 추가 현금 10억원을 받고 106만주를, 나머지 3개조합으로부터는 현금 196억8000만원을 받고 주식 189만여주를 넘겼습니다. 대양제지가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 주당 1만1488원을 책정했는데, 4개 조합에 팔 때는 1만400원으로 더 싸게 넘겼습니다.
4개 투자조합과 지분 양수도 거래는 올해 3월에야 완결되었습니다. 일부 지분 매각 후에도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한 대양금속의 인수차입금은 현재 560억원에 이르고 담보주식의 지분율은 31.72%에 달합니다.
이 거래가 끝나자마자 영풍제지는 150% 무상증자를 실시해 발행주식 수를 크게 늘렸죠. 당시 매도가격 1만400원은 현재 주식 수로 환산하면 4160원이 됩니다. 거래정지 전 하한가를 맞은 영풍제지 주가가 3만3900원이니 아직 보유하고 있다면 700%가량의 수익이 난 셈이고, 이미 팔았다면 10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풍제지 주가가 지난달 최고 5만4200원까지 올랐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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