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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는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의 원조 3인방을 중심으로 인수단이 꾸려지고 아시아나항공(2.81%)과 금호생명보험이 거드는 구도였습니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는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3.98%의 지분을 책임지는 주포(?)로 등장합니다. 대한통운이 4조1040억원 규모의 유상 신주를 발행하고, 이걸 금호그룹이 인수하는 형식인데요. 23.98%면 1조6457억원입니다. 인수대금의 80% 이상을 두 회사가 책임진 것이죠.


대한통운 인수로 아시아나항공이 자금 문제에 봉착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색동날개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인수보다 대한통운 인수가 훨씬 더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이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한통운 지분율 23.98%는 전부 신주로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유상 신주 인수로만 보면 대우건설보다 145만주 가량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분율이 똑같은가 하면 말이죠. 대한통운 인수가 결정되기 직전에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던 145만주를 아시아나항공에 넘겼기 때문이죠.


금호산업 보유 분과 유상신주 분을 합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지분을 매입하는데 쓴 돈은 약 1조5450억원입니다. 대한통운 신주를 인수하는데 약 1조3980억원을 지출합니다. 금호산업 보유 분을 사는데 1469억원을 씁니다.


대한통운 지분을 아시아나항공에 넘기는 대신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던 금호리조트 지분 28.6%를 가져옵니다. 대우건설 인수 후에 부족한 현금을 보충하기 위해 계열사에 팔았던 금호리조트 지분 일부를 도로 가져온 거죠. 약 735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줍니다.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주식 145만주를 1469억원에 아시아나항공에 넘겼으니, 딱 절반입니다. 그럼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지분 매입에 쓴 돈의 순액은 1조4700억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한통운 인수 자금은 거의 전부 차입금으로 마련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때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설립 후 이를 키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었고 자금여력도 그리 풍부하지 않았습니다. 현금을 모두 긁어 모아도 1500억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대한통운 지분에 1조5000억원 이상을 쓸 여유가 없었죠. 그러니 당연히 외부 차입을 끌어다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한통운 인수자금은 거의 다 차입으로 채워집니다. 대한통운 주식을 교환주식으로 하는 교환사채 5600억원을 발행하는 등 2008년 1분기에만 무려 1조4400억원을 외부에서 순차입합니다. 금호리조트 지분을 금호산업에 팔아서 받은 돈을 제외하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쓰인 내부자금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덕분에(?) 아시아나항공은 졸지에 주식 부자가 됩니다. 대한통운을 관계회사로 거느리게 되면서 종속회사 및 관계회사 주식 보유가액이 2조원을 넘어서게 되지요. 2조원 남짓이던 차입금이 4조원을 뚫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까요.


재무구조는 망가지고 실적은 적자에 빠집니다.


대우건설 인수 후 '사실상 LBO'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우건설이 본사로 쓰고 있던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매각한 것이었습니다. 대우그룹 해체 전에는 ㈜대우의 본사였던 이 빌딩을 금호그룹은 2008년까지는 팔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2007년에 당시로는 사상 최고가인 9600억원을 받고 모건스탠리 부동산 펀드에 매각합니다. 그리고 그 돈을 대우건설 유상감자에 씁니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일부 자금을 돌려 준 것이죠.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대한통운 역시 유상감자를 합니다. 금호그룹 인수 후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인수가격과 동일한 주당 17만1000원에 43.22%의 감자를 단행합니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인수 대가의 43.22%를 돌려 받았겠죠? 그게 약 1조5000억원 가량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그다지 좋아지지 않습니다. 4조원을 넘겼던 차입금은 아주 약간 줄어드는데 그치게 됩니다. 회사가 점점 맛이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차입금이 급증했으니 이자부담도 엄청 커졌겠죠. 게다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차입금의 금리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5600억원의 교환사채의 경우 사실상 주식담보대출과 마찬가지인 것인데, 대한통운 주식이라는 담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율이 무려 9.5%나 되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 인수하자마자 적자를 내기 시작합니다. 때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2009년에는 적자의 골이 더욱 깊어집니다.



금호산업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금호산업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말할 것도 없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대한통운 43% 감자도 그룹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죠. 가장 큰 문제는 대우건설 풋백 옵션이었습니다. 신한은행 등 17개 재무적 투자자가 댄 대우건설 인수자금 3조5000억원은 대우건설 주가가 2009년 12월15일까지 3만1500원 이하일 경우 차액만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풋백 옵션 조건이었거든요. 그런데 대우건설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금호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줄곧 떨어지기만 했습니다. 2009년 여름에는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풋백옵션이 행사되면 부담해야 하는 돈이 무려 4조원에 달했죠.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인 2008년 7월 금호그룹은 대규모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합니다. 금호생명 매각, 대한통운 감자(1조5000억원), 화물터미널과 금호오토리스 등 매각(6000억원) 등이었죠. 하지만 금호생명 매각은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금호그룹은 결국 대우건설 매각을 발표(2009년 7월)합니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풋백 옵션 비용을 2009년 결산에 반영하면서 무려 2조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게 되고요.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등과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러니 금호산업은 돈 되는 자산을 모두 내다팔 수 밖에요. 금호고속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우건설 지분 등을 분리해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도 이때입니다.


그리고 계열 내에서 금호산업에 현금 공급책 역할을 해 준 곳이 바로 대한통운입니다. 금호산업뿐 아니라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도 대한통운에게서 유동성을 지원 받습니다.


금호터미널의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



2009년 대한통운이 인수한 타법인 주식들입니다. 금호산업은 금호렌터카 지분 100%와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대한통운에 넘기고 현금 3400억원 가량을 받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자회사인 아스항공과 아시아나공항개발을 대한통운에 매각해 약 900억원을 확보하죠.


그리고 2006년 금호리조트와 함께 금호산업에서 분할된 금호터미널도 이때 대한통운에 넘어갑니다. 대우건설 인수로 파국에 이른 금호산업을 구하기 위한 용도로. 이때부터 금호터미널의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