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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2일 최대주주가 사라진 케이블 방송업체 씨씨에스충북방송(이하 씨씨에스)에 새로운 주인이 생겼습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5000만원어치의 신주를 주당 882원에 인수, 14.01%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사실상 경제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겹치고, 씨씨에스 인수가 존재이유이거든요. 그리고 씨씨에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이미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멤버인 정평영, 김영우(이상 씨씨에스 공동대표이사), 권영완, 김지훈(이상 씨씨에스 사내이사) 등입니다.
#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 씨씨에스 최대주주로
그린비티에스는 원래 농소락 주식회사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농업회사였습니다. 정평영씨 등이 인수해 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렸고, 지난해 9월 정평영, 권영완, 김지훈 3인이 사내이사로 들어옵니다. 농소락 시절 이사인 한향숙, 정근원, 김혜연씨도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평영씨가 40%, 권영완씨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씨씨에스를 동반 인수한 퀀텀포트와 정평영씨의 다른 회사인 메토모스도 각각 10%의 지분이 있습니다. 정평영씨와 권영완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자본금 3억원인 퀀텀포트는 지난해 8월 설립된 신설법인입니다. 권영완씨가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3명의 주주가 나머지 30%의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권영완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정평영씨는 사내이사로 있습니다. 두 회사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지식산업센터에 함께 입주해 있습니다.
정평영씨에게는 여러 회사가 있습니다. 신두리, 메토모스, 큐지엠글로벌 등입니다. 신두리는 운동용품 도매업을 하는 곳이고, 메토모스는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고 있습니다. 큐지엠글로벌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데,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건설정보, 공간정보 서비스를 했거나 하려던 회사로 추정됩니다. 신두리는 정평영씨의 주소지인 충청남도 태안에 있고, 메토모스와 큐지엠글로벌은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있는 등촌동 지식산업센터가 소재지입니다. 큐지엠글로벌도 충남 태안에 있던 곳인데 등촌동으로 옮겼고, 지난해 12월이전에는 메톰 주식회사라는 상호를 썼습니다.
권영완씨와 김지훈씨는 지난해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꿈의 물질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LK-99'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들로 권영완씨는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 교수, 김지훈씨는 퀀텀에너지연구소 리서치디렉터 출신이죠. 논문의 저자들은 이석배 대표가 이끄는 퀀텀에너지연구소측과 권영완•김지훈으로 나뉘어 기여도 갈등을 벌였고, 특허권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보도가 아주 많이 되었으니 여기서 더 언급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 인수자금 80.5억원 전액이 차입금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씨씨에스 신주 인수자금 전액을 차입했습니다. 100% 무자본 M&A였죠. 두 회사의 자본금을 전부 합해도 8억원이니 차입은 불가피했습니다. 자금을 빌려준 곳은 코스닥 상장사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 비상장사인 광명길과 메토모스 등 4개 법인과 노OO, 서OO 등 2명의 개인입니다. 아센디오는 작곡가 김형석씨가 회장으로 있는 코스피 상장 연예기획사이고, 다보링크는 무선랜 공유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광명길은 자본금 30억원의 생명공학에 관련된 시약 제조업체(대표 박해준)로 지난 2022년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용인시 수지 소재 지식산업센터를 120억원에 매각할 때 양수인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인수자금 차입을 위해 각각 25억원과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아센디오(45억원), 다보링크(20억원), 광명길(5억원)이 인수합니다. 그린비티에스는 노OO와 서OO에게서 각각 5억원, 정평영씨 회사인 메토모스에게서 5000만원의 현금을 1년 만기로 빌립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발행한 전환사채에는 인수자와 맺은 특약이 있습니다. 전환사채를 만기 또는 조기상환할 때 원리금의 50%를 현금이 아닌 씨씨에스 주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은 늦어도 전환사채 만기일인 2027년 2월 22일 전에 씨씨에스의 주주가 될 것으로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세 회사는 전환사채를 상환받을 때 씨씨에스 주식을 주당 882원으로 쳐서 받게 됩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인수한 신주 발행가격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센디오가 전환사채 45억원 전액을 조기상환을 청구하고, 그 원리금 합계가 50억원이라고 가정해 보죠. 퀀텀포트는 25억원을 현금으로 갚고, 나머지 25억원을 씨씨에스 주식으로 갚아야 하는데요. 주식 값을 882원으로 고정시켜 놨으니 283만4467주를 넘겨야 합니다. 주가가 아무리 높게 뛰거나 아무리 낮게 떨어져도 바뀌지 않습니다. 전환사채 이자가 0%가 아니라면, 퀀텀포트는 인수한 신주의 절반 이상을 아센디오에 넘겨야 하는 셈입니다.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은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1년 이후 언제든지 조기상환을 청구해 현금과 씨씨에스 주식으로 상환을 받거나, 만기일인 2027년 2월22일까지 퀀텀포트(전환가격 16만5000원), 그린비티에스(전환가격 1만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환사채 만기에 연율 3%로 계산한 원리금을 현금과 씨씨에스 주식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 빠르면 1년 후 아센디오가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수도?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지분율은 둘다 7% 남짓으로 높지 않습니다.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이 전환사채 상환을 청구하면 씨씨에스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어야 합니다.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씨씨에스에 대한 지분율을 충분히 높일 필요가 있겠죠.
씨씨에스가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대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가를 시키면 어떨까요? 882원으로 고정된 가격이 조정되어야겠죠. 유무상 증자 등의 사유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이 조정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은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에 빌려준 자금 절반으로 전환가격이 882원인 씨씨에스 주식을 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은 전환사채 조기상환을 청구해 씨씨에스 대주주가 되는 대신 전환사채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전환가격은 주당 1만원(그린비티에스), 16만5000원(퀀텀포트)입니다.
자본금이 5억원인 그린비티에스 주식 수는 50만주로 추정됩니다. 최대주주인 정평영씨(40%)의 보유 주식수가 20만주이니까요. 다보링크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인 정평영씨와 같은 40%의 그린비티에스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아센디오가 45억원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퀀텀포트 주식 2만7273주를 받아 5%의 지분(현재 주식수 60만주 기준)을 받습니다. 권영완씨의 현재 지분율 70%와는 차이가 매우 크죠. 상환청구에 비해 전환의 매력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에게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 전환사채의 전환보다는 상환이 더 현실적이고 우위에 있는 결정입니다. 이 경우 퀀텀포트에 45억원을 투자한 아센디오가 씨씨에스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사실상 경제공동체이니 경영권을 방어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두 회사 모두 전환사채를 갚고 나면 지분율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어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계산은 단지 숫자놀음일 뿐입니다.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이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지원세력 정도가 아니라,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이거나 사실상 한몸과 같은 관계라면 전환사채가 전환이 되든 상환이 되든 별 문제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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