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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2010년말 현재 지배구조 계통도입니다. 계열 분리가 이루어지기 전이지만 편의상 금호석유화학 계열과 금호타이어는 제외했습니다. 금호고속은 아직 금호산업에서 분할되기 전이니, 당연히 코에프씨(KoFC) 사모펀드에 매각되지도 않았죠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그룹의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자산들을 대한통운에 매각한 2009년말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타이어가 갖고 있던 금호사옥 지분 80%를 인수한 것이 변화라면 변화인 정도고요.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채권자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두 회사의 일부 지분을 갖게 됩니다. 금호리조트는 금호산업과 대한통운이 각각 50% 씩 보유하고 있어서 두 회사 아래에 모두 표시를 하였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대한통운을 내놓습니다.
이 상태에서 대한통운이 M&A 시장에 등장합니다. 2009년까지만 해도 '대한통운은 절대 팔지 않는다'는 게 금호그룹의 입장이었지만, 2010년 들어 아시아나항공마저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자,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대한통운 매각을 결정하게 되죠.
2011년 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최고의 매물이었습니다. 대한통운 인수에 수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데, 그 중 적극적인 인수 의지와 능력을 갖춘 유력 후보는 CJ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등 3개 그룹입니다. CJ그룹은 물류 자회사인 CJ GLS와 대한통운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물류 기업으로 단번에 올라설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던 것 같습니다. 포스코의 참가는 약간 의외인 측면이 있죠. 철강 제조업체인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는 물류사업에 새로 진출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롯데그룹은 최고의 유통기업으로서 대한통운 인수로 상당한 시너지가 날 거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 보다는 대한통운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터미널을 노린 인수 참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금호터미널 부지에 광주신세계㈜가 입주해 있었는데,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되면 금호터미널이 자회사로 딸려 오고, 그렇게 되면 광주신세계㈜는 앙숙인 롯데그룹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입장이 되는 것이죠.
광주신세계㈜는 2015년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금호터미널이 롯데그룹으로 넘어가면 조만간 쫓겨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립니다. 인천터미널을 롯데그룹이 매입하면서 큰 충격을 받은 신세계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금호터미널 분리 여부가 핵심 이슈로 떠오릅니다.
대한통운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은 처음에는 자회사를 포함한 대한통운 일괄 매각 입장이었는데, 2011년 들어 인수전에 본격화되자 분리매각 방침으로 돌아섭니다. 그러자 대한통운 인수전이 묘한 방향으로 흘러 갑니다. 대한통운이 아니라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의 분리 여부가 핵심 이슈로 급부상한 겁니다.
금호터미널 분리 매각에 대한 세 후보그룹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CJ그룹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을 것입니다. 금호터미널을 포함한 일괄매각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인수가격이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친척 관계인 신세계 그룹이 금호터미널이 롯데그룹에 넘어가는 상황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입장이었으니 일괄 인수 후에 금호터미널을 신세계 그룹에 넘길 수 있었을 테니까요. 오히려 금호터미널을 신세계에 비싸게 팔아 대한통운 인수자금의 일부를 회수할 기회가 될 수도 있었죠.
포스코는 산업은행의 분리매각을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류 외에는 관심 없다는 게 포스코의 입장이었으니, 금호그룹이 '돈 때문에' 대한통운에 맡겨 둔 금호터미널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죠. 게다가 자금동원능력이 두 경쟁자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금호터미널 분리는 인수가격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대한통운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입찰 제안서에도 가장 높은 가격을 쓴 롯데그룹은 산업은행의 분리 매각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룹의 안팎에서 모두 알고 있다시피 대한통운 인수 목적이 잿밥인 '금호터미널'에 더 있는데 분리 매각이라니요? 완전 기운 빠지는 소리였죠.
물류 외에는 관심이 없는 포스코는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장부가격인 2100억원 수준으로 책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롯데그룹은 그 3~4배인 6000억원~8000억원으로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매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정도로 롯데그룹이 금호터미널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는데 산업은행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니 김샜죠. 롯데그룹의 인수 의지가 급격히 시들해 집니다.
금호터미널 등은 외부에 팔려 나가서는 안되는 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통운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금호그룹의 입장이 아닐까요? 대한통운을 비싸게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게 매각 이유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금호그룹의 자금난을 해소해 경영이 정상화되는 구조로 만들어 주는 게 또 하나의 아주 중요한 목적입니다.
애당초 일괄 매각을 선택한 것은 채권단의 의지였겠으나, 대한통운이 거느린 자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분리매각은 순리였습니다. 금호터미널은 금호그룹의 성지나 마찬가지인 광주종합터미널을 위시해 전국에 18개 버스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금호산업의 운송사업부(금호고속으로 분리되는)에는 필수적인 플랫폼입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자산이었죠. 금호터미널이 대한통운 자회사가 되었다고는 해도 그저 지분관계일 뿐 영업상의 밀접성은 금호산업이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아스공항과 아시아나공항개발 등 아시아나항공에서 넘겨 받은 자회사도 마찬가지였죠. 항공기 수화물 하역을 담당하는 아스공항이나, 인천공항의 화물터미널 시설을 관리하는 아시아나공항개발이 대한통운과 사업상 밀접성이 높습니까, 아시아나항공과 밀접성이 높습니까? 당연히 아시나아항공과 묶여 있어야 하는 회사들인데 역시 '돈 때문에' 대한통운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죠.
박삼구 회장이 금호터미널과 아스공항 등을 대한통운에 넘길 때는 '이번 위기만 잘 넘기고 다시 원위치 시키면 된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금호터미널에 대한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해서 대한통운에 팔아야 할 필요가 크지 않았겠죠. 그동안 보아 왔듯이 계열사간 자금거래를 위한 매개 역할이었을 겁니다. 외부에 팔려 나가도 금호그룹의 다른 사업에 큰 타격이 없는 곳은 금호리조트 하나뿐인 것 같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산업은행의 일괄 매각 방침을 바꿔 놓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절대적으로 외부 매각이 되면 안되는 곳이 금호터미널이었을 겁니다.
금호터미널만 원위치로 복귀하지 못합니다.
2011년말 현재 금호그룹의 지배구조 계통도입니다. 기사의 첫 머리에 올린 계통도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이 목록에서 사라지고 금호산업이 금호고속을 분할하면서 금호리조트 지분 50%와 속리산고속을 묶어 놓았습니다.
대한통운에 딸려 있던 자산 중 금호리조트의 나머지 지분 50%와 한국복합물류는 대한통운과 함께 CJ그룹에 매각되어 넘어갔습니다. 아시아나CC와 중국 웨이하이포인트CC를 보유한 금호리조트는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곳이지 핵심 자산이 아니었고, 한국복합물류는 사업상 유사성이 높기는 하지만, 역시 금호그룹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그 외 모든 자산은 아시아나항공으로 헤쳐 모이게 됩니다. 아스공항과 아시아나공항개발은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원위치를 회복하지 못한 자산이 하나 있죠. 바로 금호터미널입니다. 사업상으로는 당연히 금호산업이 되사가야 하는 곳이지만,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에 금호터미널을 맡겨 둡니다.
금호그룹은 6월 17일 이사회를 열어 대한통운의 3개 자회사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하는 거래를 결의합니다. 아시아나공항개발은 677억원에, 아스공항은 383억원에 거래가격이 매겨집니다. 그리고 금호터미널은 금호산업이 대한통운에 넘긴 2190억원에 365억원을 얹은 2555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이 현금매입하게 됩니다. 사실상 금호산업이 장부가에 대한통운에 넘긴 것을 다시 장부가로 되사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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