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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올해 1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컨퍼런스콜을 진행했습니다. 비용관리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해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대작 게임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어서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모든 언론들이 예상 외의 흑자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넷마블은 유동성 보강을 위해 하이브 주식 110만주를 팔아 2200억원을 회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 흑자행진을 이어갔다고 실적을 포장하면서 뒤로는 먹을 쌀이 부족해 집안에 있는 물건을 내다 판 것입니다.


넷마블의 1분기 매출은 부진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2.9% 줄었고 전분기보다는 12%나 감소했습니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실적이 그렇습니다. 1분기 실적은 2년째 하락했고 2021년 이후 3년만에 6000억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분기 188억원보다 크게 적은 37억원에 그쳤습니다.



그래도 지난 6개월간 영업흑자를 냈는데 넷마블은 왜 유동성이 부족해서 자산을 내다팔아야 했을까요? 영업은 흑자지만, 영업외를 포함한 분기 순손익은 여전히 적자입니다. 2022년 1분기부터 9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죠. 넷마블의 업무환경은 나빠졌을 것입니다. 수입이 주는 와중에 영업흑자를 내려고 하니 비용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데, 게임회사인 넷마블은 마케팅비 외 대부분 비용이 직원의 인건비, 복리후생비, 연구개발비 등일 것이니까요. 회사의 비용절감 기조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이에 대한 반발로 이달초 노조가 출범했다고 하죠.



지난 3월말 현재 넷마블의 현금및현금성자산(연결기준)은 7589억원에 달합니다. 비록 1조원을 훨씬 넘던 현금부자시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연초 4000억원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꽤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불과 한달여만에 하이브 주식을 매각해야 할만큼 현금이 필요했을까요?


넷마블 현금이 크게 늘어난 건 게임매출이 잘 되어서가 당연히 아닙니다. 1분기에 넷마블이 현금흐름상 흑자였을 가능성 즉,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흑자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흑자였다고 해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겁니다. 벌어서 늘어난 현금이 아니라면 자산을 매각했거나, 외부에서 조달했을 텐데, 넷마블의 경우 후자에 해당합니다.



넷마블은 3월초 4000억원의 공모사채를 발행했습니다. 1분기 중 늘어난 현금의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사채를 발행한 이유가 지난해 KB증권을 통해 6개월 또는 1년 만기로 발행한 기업어음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거든요. 4월까지 이미 3100억원이 어음을 끄는데 쓰였고 900억원 정도 남았을 것입니다.


 사채발행으로 갚은 기업어음은 넷마블가 올해 갚아야 할 빚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해말 현재 넷마블의 단기성차입금(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1조3834억원에 달합니다. 사채발행으로 4000억원의 만기를 2년 및 3년 뒤로 미룰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1조원 가까운 채무를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6월에 단기차입금 만기가 무려 8547억원(지난해말 기준)이나 몰려 있습니다. 현재 넷마블의 보유 현금으로는 도저히 전액 상환이 어려운 수준이죠. 회사는 만기연장이나 차환을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갚아야 할 것입니다. 6월까지 넷마블의 재무담당 부서는 비상상황인 것이고, 6월을 잘 넘기면 크게 한숨 돌리게 될 것입니다.



하이브 주식은 넷마블에게 특별한 자산입니다. 단순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 비록 지분율이 12%에 불과하지만, 방시혁 의장(31.6%)에 이어 2대 주주입니다. 김병규 부사장이 하이브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죠. 그래서 하이브는 넷마블의 관계회사 중 하나입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코웨이, 액션스퀘어, 와이제이엠게임즈 등 다른 상장주식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비상장주식과 3000억원대의 투자부동산 등이 있죠.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대부분 게임 개발사 등 업무와 관련이 돼 있고, 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액션스퀘어, 와이제이엠게임즈 등은 단순투자 목적이지만 역시 규모가 작습니다. 코웨이는 하이브보다 중요한 계열사이고, 엔씨소프트와는 서로 주식을 상호보유하면서 IP사용 약정을 맺고 있어서 팔 수 없는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넷마블은 지난 2018년 2014억원을 출자하며 하이브의 주주가 되었습니다. 하이브가 상장하기 2년 전인데, 그해 하이브의 매출은 전년의 거의 3배 수준인 2500억원대로 크게 증가했지만,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자본잠식에 처할 상황이었습니다. 넷마블의 출자로 하이브의 자산은 2018년말 1724억원이 되었고, 자본잠식을 면하게 됩니다. 넷마블이 하이브의 구세주였던 셈이죠.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이 친척관계이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거래였을 겁니다.


넷마블은 지난해 11월에도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5235억원에 매각했습니다. 그때도 지금과마찬가지로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었고, 차입금 상환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습니다. 당시 하이브 주식이 없었으면 넷마블은 크게 곤란했을 겁니다. 하이브가 5년만에 은혜를 갚은 셈이죠.



그런데 이번 하이브 주식 매각은 지난해 11월과 좀 다릅니다. 당시 매각은 단순한 매각거래였지만, 이번에는 매수자와 주가스왑계약(PRS)방식으로 이루어졌죠. 매수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투자회사이거나 금융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수자가 향후 하이브 주식을 매각해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넷마블이 채워 줍니다. 반대로 매수자에게 매매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은 넷마블에 귀속되죠. 매수자는 하이브 주식을 5월 9일 종가인 주당 19만9900원에 매수했는데, 얼마에 팔든 이익이나 손실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투자목적으로 매입한 게 아니라, 넷마블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거래에 응한 것이죠. 한두푼도 아닌데 아무 대가없이 이런 거래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상 이자에 해당하는 수수료 등 다른 명목으로 대가를 받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