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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위즈돔이라는 이름의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이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근버스 운영회사 정도로 알려졌는데, 요즘에는 인공지능(AI)으로 승객 수요를 분석해 버스 노선을 설계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국내 1호 스마트 모빌리티기업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3300대에 달하는 국내 최대 버스 공유 플랫폼을 갖고 있는 위즈돔은 지난해 762억원의 매출을 올려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회사는 앞으로 3년 동안 10배 성장해 매출을 7600억원까지 늘린다는군요. 통근버스, 셔틀, 경기 프리미엄 버스 등이 주요 수익기반으로 소개됩니다.
이 회사 대표는 한상우라는 분인데, 2009년 친구 3명과 함께 창업했고 2013년에 정부로부터 노선 면허를 받아 SK를 시작으로 CJ, 카카오 현대 등 대기업의 통근버스 운영을 맡습니다. 2019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서울과 평창, 강릉을 오가는 무료 버스를 운행했고, 올림픽 이후 가평에서 열리는 자라섬 페스티벌에 국내 및 외국인 관광객을 실어나르기 시작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코로나 위기를 맞으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위즈돔은 스마트 모빌리티사업이라는 한우물을 판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독특한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비상장사라서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죠. 바로 무자본M&A 세력과의 인연인데요. 광무와 중앙첨단소재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최기보씨 등이 그 주역으로 추정됩니다.
위즈돔의 자산총액은 2014년말 12억원에 불과했는데 2015년말 24억원, 2016년 206억원, 2017년말 390억원으로 급증합니다. 큰 돈을 벌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대규모 유상증자와 차입이 이루어지면서 자산이 늘어나게 되었죠. 거액을 투자한 큰손이 나타난 겁니다.
처음 외부감사를 받은 2017년 재무제표에 위즈돔의 주주는 설립자인 한상우 외 특수관계인(49%), 지금은 상장폐지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9%), 기타(42%)로 나옵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냉장고를 부탁해',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을 제작한 기획사로 송승헌, 이미연, 김현주 등의 소속사이기도 한데요. 2015년에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전환사채 60억원을 인수하면서, 상호를 씨그널정보통신에서 씨그널엔터테인먼트로 바꾸었고, 전환사채를 빈빈하게 발행하고 여러 회사의 지분에 왕성하게 투자를 하더니 갑자기 최대주주가 중국회사인 북경성애가성투자관리 유한회사(SG인베스트먼트)로 바뀌고 나서 위즈돔 지분 10% 인수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이 회사에는 하이브의 방시혁씨를 비롯해, 싸이더스 대표를 지낸 홍동진, 플레너스 대표를 역임한 김정상씨 등 엔터업계의 유명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었죠.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이 위즈돔 지분을 인수한 건 2015년 10월인데요. 40억원짜리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당 25만원씩 1만6000주(10%)를 매입합니다. 그런데 전환사채를 인수자가 다름 아닌 위즈돔 최대주주 한상우씨와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였습니다.
위즈돔은 2014년말 자본금이 2억원이었습니다. 2015년말에는 자본금이 8억원, 자본잉여금이 야 6000만원이 되죠. 2017년 이전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없어서 더 이상 자세한 자본변동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2015년에 증자가 있었고, 그로 인한 추가 납입자본은 최대 6억6000만원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습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이 전환사채를 발행해 확보한 현금으로 위즈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한 게 아니라는 애기죠. 위즈돔의 구주를 인수한 겁니다. 한상우씨가 5%,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가 5%의 지분을 넘기고 그 대가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전환사채를 받았겠죠.
그렇다면 2015년 위즈돔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는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일 가능성이 높고, 유상증자 직후 지분 일부를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에 넘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42%의 지분을 보유한 '기타'의 정체도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일 개연성이 생깁니다. 물론 기타가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 하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는 2차전지 소재업체 엔켐의 오정강 대표가 아틀라스팔천을 내세워인수한 광무와 중앙첨단소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광무와 중앙첨단소재, 상지카일룸(현 상지건설)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보이는 최기보씨의 회사입니다.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는 2016년에 대표조합원으로 서울리거파트너스를 설립해 변은창, 최기보, 송현주, 이혜임, 성지건설 등과 함께 서울리거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었죠. 서울리거파트너스는 현재 클라우스홀딩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고, 최대주주는 최기보씨(40.3%)입니다. 오퍼스아시아어퍼튜니티즈는 이후 이름을 오아시스홀딩스로 바꾸었는데 스카디홀딩스, 토이랜드, 욜로 등 최기보씨의 다른 회사들과 함께 상지카일룸의 지분과 전환사채를 보유했던 카일룸파트너스의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이었습니다.
위즈돔은 2016년에 약 7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죠. 지분율 9.42%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제3자배정 방식으로 새로운 주주를 영입했을 가능성이 높죠. 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과 장단기 차입으로 약 47억원을 차입한 해이기도 합니다. 2017년에는 204억원에 달하는 위즈돔으로서는 매우 큰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대대적인 자금조달로 위즈돔은 무엇을 했을까요?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 등의 설비투자는 아닙니다. 주로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거나 출자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비상장 환경재생업체인 오이코스와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회사 기가레인입니다.
위즈돔은 2016년 오이코스의 지분 57.12%를 72억8280만원에 인수합니다. 약 8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던 흑자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지분 인수금액이 위즈돔이 그해 실시한 유상증자 규모와 정확히 일치하죠. 유상증자가 오이코스 인수자금 목적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즈돔에 증자를 한 그 누군가의 뜻에 따라 오이코스를 인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이코스에 먼저 투자한 건 씨그널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2015년 5월에 55억원을 들여 오이코스 지분 13.8%를 인수했죠. 그로부터 5개월 후 씨그널엔터테인먼트의 위즈돔 지분 10% 인수가 이루어졌고, 이듬해 73억원을 증자한 위즈돔이 그 돈으로 오이코스 지분 57.12%를 사들인 셈입니다.
기가레인에 대한 위즈돔의 투자는 2017년 5월 이루어집니다.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을 양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데 269억원이 투입됩니다. 인수주체는 케플러밸류파트너스라는 신설회사였는데, 위즈돔의 100% 자회사 브루킹스하이츠밀㈜가 51%, 기가레인의 전무(미등기임원)이던 김현제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록팰이 49%를 출자해 설립된 곳이었습니다. 김현제씨는 현 기가레인 대표이사이죠.
위즈돔이 인수한 오이코스와 기가레인은 그해 상지건설(당시에는 르네코)에 투자를 집행합니다. 기가레인이 먼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5억원어치의 신주를 인수한 뒤, 상지건설의 전환사채를 오이코스가 10억원, 기가레인과 한상우씨가 각각 5억원씩 인수하죠. 당시 상지건설의 최대주주는 신동걸씨가 100% 출자한 씨지아이홀딩스였고, 대표이사는 한종희씨였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8년 무슨 일인지 투자 회수가 이루어집니다. 전환사채가 1년 후 주식으로 전환되는데 기가레인은 그 주식을 최기보씨 회사인 토이랜드에 매각합니다. 한상우씨와 오이코스가 전환한 주식도 매각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죠. 기가레인은 유상증자로 취득한 25억원어치의 주식도 2018년 중 전량 매각합니다.
위즈돔은 2018년에 오이코스와 기가레인도 처분합니다. 오이코스의 주주는 2018년말 오아시스홀딩스와 스카디홀딩스 등으로 변경됩니다. 위즈돔의 지분을 최기보씨 회사인 오아시스홀딩스와 스카디홀딩스가 넘겨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는 동반 매각하지 않고 위즈돔 지분과 함께 오이코스 지분을 2018년 상장페지될 때까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최대주주인 SG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지분을 장내 매각하고, 남은 지분마저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으로 상실하면서 2017년 3월에 이미 지분율이 0.06%로 떨어졌죠. 중국계 자본의 투자기간은 약 1년 6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투자가 이루어진 곳에는 위즈돔과 오이코스 외에도 제미니투자(리더스기술투자, 현 플루토스), 서울리거, 아리온테크놀로지 등이 있습니다. 당시 제미니투자는 비앤에이치투자조합이 최대주주였는데, 유명한 기업사냥꾼인 홍석종씨가 실질 주주로 알려져 있었고, 최기보씨가 대표로 있는 상지건설(당시 상지카일룸)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죠. 후에 최기보씨가 리더스기술투자의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스카디홀딩스 등의 투자자금 공급처로 활용했죠. 아리온테크놀로지는 제미니투자가 지분투자를 한 회사였고, 서울리거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기보씨 등이 2016년 인수한 회사였습니다.
기가레인이 상지카일룸 주식을 전량 처분하자, 기가레인 지분도 이동합니다. 2018년 4월 위즈돔이 보유한 케플러밸류파트너스 지분 51%를 상지카일룸이 100억원에 매입한 뒤 수개월 후 115억원에 다시 매각합니다. 인수자는 바로 케플러밸류파트너스의 49% 지분 보유자인 2대주주 록팰이었습니다. 위즈돔이 51% 지분을 곧바로 록팰에 팔아도 될 것을, 굳이 상지카일룸을 거치게 되면서 15억원의 매각차익을 떨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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