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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계열 내 최대회사인 풀무원식품을 비롯해 단체급식업체인 풀무원푸드앤컬처, 미국 자회사 Pulmuone USA, 생수업체 풀무원식물 등 31개의 종속기업을 거느린 지주회사입니다. 연결매출액은 3조원에 살짝 모자라는 수준이고, 연결자산은 약 2조원에 달합니다.
풀무원 연결법인은 올해 6월까지 5년 반동안 누적으로 23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만, 같은 기간 12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죠. 영업 외적으로 2500억원 가까운 손해가 나고 있는데, 대부분이 금융비용입니다. 금융비용의 거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이죠. 영업에서 열심히 벌어들인 돈을 차입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다 쓰고 있는 셈입니다.
풀무원 연결법인이 이런 상황에 처한 이유는 영업능력에 비해 빚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연결법인의 차입금은 6월말 현재 총 1조2029억원(리스부채 포함), 창사 이래 최대규모입니다. 차입금 의존도가 무려 56%에 달합니다. 풀무원 연결법인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은행 등에서 빌린 돈으로 장만했다는 뜻입니다.
차입금이 많다고 해서 꼭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매년 꾸준히 많은 이익을 내서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갈 수 있으면 괜찮죠. 이익이 들쭉날쭉하거나 원금과 이자를 갚기 부족하다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자칫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해 부도를 내는 돌연사를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풀무원 연결법인은 6월말 현재 현금과 금융상품을 1220억원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반 동안 별 차이가 없죠. 차입금은 6000억원대에서 1조2000억원대로 2배나 늘었는데 말이죠. 총자산 2조원이 넘는 연결법인의 현금 유동성이 1200억원 수준이라면,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당연히 부채 상환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별로 없고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이자를 겨우 낼 정도라면, 그 많은 차입금의 만기를 분산시켜, 매년 갚아야 할 원금을 줄이는 것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겠죠. 갑자기 금융위기나 신용경색이 찾아와 차입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말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풀무원그룹은 그런 위험쯤은 두렵지 않은가 봅니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차입금 8212억원의 대부분이 만기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이죠. 회사채를 제외한 장기차입금도 만기가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겁니다. 사업보고서에 차입처를 공개하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차입금의 대부분은 은행 차입금일텐데, 은행들은 일부 정책자금 등을 제외하면 만기가 길어야 2년, 3년 정도이거든요.
풀무원 연결법인 같은 차입금 구조를 갖고 있으면 매년 막대한 규모의 원리금을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풀무원 연결법인은 그럴 재무적 능력이 없죠. 그렇다면 만기 돌아오는 차입금을 다른 차입금으로 돌려 막기해야 합니다.
갚아야 할 건 차입금뿐 아닙니다. 만기가 30년 이상 길어 영구채라고 불리는 신종자본증권도 있고, 상환전환우선주도 있죠.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은 전환사채나 일반사채로 발행되었는데, 만기가 30년인데도 불구하고 3년이면 상환이 됩니다. 상환하지 않으면 이자를 더 내야 하거든요. 상환전환우선주 역시 보통주로 전환되기 보다는 상환되고 있죠. 풀무원 연결법인의 신종자본증권이나 상환전환우선주는 결과적으로 차입금과 다를 게 없습니다. 여기에 3800억원가량인 리스부채도 매년 일부씩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채 상환에 필요한 자금은 더 커집니다.
그렇다보니 풀무원 연결법인은 매년 수천억원을 신규차입해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과 리스부채 등을 갚고 있고, 매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2002억원을 차입금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조달해 단기차입금 1559억원을 갚았네요. 사실상 돌려막고 있는 셈이니 전체 차입금이 줄어들 수 없는 건 물론입니다. 신규 투자도 해야 하고 배당도 해야 하니 오히려 차입금은 매년 늘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풀무원이 늘기만 하는 차입금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서 그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재원으로 차입금의 원리금을 갚는 것이겠죠. 그런데 올해 상반기 최대 사업부문인 국내식품 제조유통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8017억원) 보다 줄어든 7779억원에 그쳤더라고요. 다행히 다른 부문은 다 증가했습니다만, 국내식품 부문의 부진 때문에 별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풀무원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빠른 매출 증가가 나타나기를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풀무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그로 인해 벌어서 차입금을 갚기가 어려워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입금을 계속 늘려가다가는 주주는 물론이고 은행 등 차입처에서도 우려가 깊어질 수 있으니 무언가 대책을 내기는 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이익을 많이 내서 재무적으로 건강해질 수 없다면 풀무원그룹은 너무 단기에 몰려 있는 차입금의 만기를 좀 더 멀리, 좀 더 길게 분산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획기적인 재무개선 방법, 주주들에게 다시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할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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