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상장사 풀무원은 31개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순수 지주회사입니다. 자회사의 경영관리 용역수익과 배당금 등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고 있고, 별도로 영위하는 자체 수익사업은 없죠. 매출이나 현금흐름의 급격한 증가나 감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들이 영업실적이 부진하거나 재무적으로 불안해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거나, 자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현금이 필요할 일도 없습니다. 자체 사업이 없고 조직의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죠. 가장 큰 소요자금은 주로 주주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 정도입니다.


풀무원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1260억원이고, 이중 246억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습니다. 최근 4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약간 줄었죠.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풀무원의 수지에도 차입금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매년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45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7억원이었죠. 지금의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연간 이자비용이 100억원을 넘어설 것 같습니다.



풀무원이 자회사들로부터 연간 거두어 들이는 배당금이 약 110억원 정도입니다. 매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가장 큰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의 미국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수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큰 폭의 배당금 수익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자비용이 점점 늘어 100억원 이상이 되면, 지주회사 풀무원은 자회사로부터 들어온 배당금을 거의 다 이자비용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겠죠.


사실 풀무원이 남(?)의 돈을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이자비용이 전부가 아닙니다. 풀무원은 올해 6월말 현재 17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놓고 있고, 지난 7월에 700억원짜리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했죠. 신종자본증권에 지급하는 이자는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고, 이익의 처분으로 봅니다.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풀무원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후 3년 정도 되면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갚습니다. 지난해 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그 이유도 2020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기 위해서였죠. 회계상 자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역할을 못하는 신종자본증권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실질적인 이자가 보통 회사채에 비해 높습니다.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도 만기보장수익률이 연복리 8%, 9.5%에 달합니다. 총 24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에 8%의 금리만 적용해도 거의 200억원에 달하죠.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풀무원의 연간 이자비용은 100억원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300억원을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보기 때문에 거의 200억원에 달하는 이자 전부가 비용에서 제외되고 있고, 현찰로 나가는 이자만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고 있죠.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80억원, 올해 상반기에 27억원에 달합니다. 7월에 700억원짜리 신종자본증권(이자율 6.7%)을 추가로 발행했으니 하반기에는 약 23억원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풀무원의 순이익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보통주의 주당순이익은 줄어들게 됩니다.


차입금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이자지급은 풀무원의 현금사정을 빠듯하게 만듭니다. 풀무원은 지난해 285억원의 현금흐름을 영업활동에서 창출했고, 이중 배당금 수익이 108억원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만약 차입금이 없었다면 영업활동에서의 현금유입액은 360억원이 되었을 겁니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285억원의 현금중 80억원이 신종자본증권 이자로 나갔고, 주주들에게는 37억5000만원이 배당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전년보다 무려 14억원이나 줄었죠. 자회사로부터 거두는 로열티와 배당금수익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더 지급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6월말 지주회사 풀무원의 차입금은 1568억원에 달합니다. 발행 후 3년이면 갚는 사실상의 차입금 신종자본증권을 합하면 약 3400억원에 이르죠. 그런데 지주회사 안에는 현금이 21억원밖에 없었죠. 보유 현금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물론 현금화가 어렵지 않은 단기투자자산이 있지만 이 역시 30억원 정도에 그칩니다.


자회사로부터 거둔 수익은 이자와 배당금 등으로 대부분 지출되고, 보유 현금은 거의 없으니 차입금을 갚을 재원이 부족합니다. 결국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다른 차입금을 조달해 갚아야죠. 연결법인의 문제는 결국 지주회사의 문제였던 겁니다.


그런데 매년 새로 조달하고 갚는 차입금 규모가 상당합니다. 지난해 885억원을 새로 차입해 기존 차입금 410억원을 갚았고,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해 기존 신종자본증권 1130억원을 갚는데 보탰습니다. 여기에 864억원어치의 상환전환우선주까지 상환했죠. 조달한 것보다 상환해야 할 게 많아서 투자자산을 대거 처분해야 했습니다.



재무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풀무원의 바쁜 조달과 상환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입금 대부분이 1년 이내에 만기를 맞는 단기성이거든요. 6월말 현재 만기 1년 이상 차입금은 392억원뿐이고 1176억원이 만기 1년 이내입니다.


2400억원으로 늘어난 신종자본증권이 발행 후 3년이 되면 금리가 더 높아지는 조건이어서, 3년마다 차환발행되고 있다는 걸 포함하면, 풀무원의 조달과 상환은 경영진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 같습니다. 만약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가 갑자기 찾아와 시장에 돈이 돌지 않을 때 풀무원이 마침 대규모 차입금을 차환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