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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계열 주가가 떨어지긴 많이 떨어졌군요.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주식시장을 관찰하지는 않아서 평소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헬스케어)의 주가흐름에 대해 잘 모릅니다. 많이 하락했다는 얘기만 주워들었는데, 정말 많이 떨어졌네요.
그래도 여전히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걸 보니 셀트리온 신화에 대한 기대는 살아 있나 봅니다. 셀트리온은 코스피 시장에서 금융의 1위 신한지주, 통신의 1위 SK텔레콤보다 높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헬스케어는 최근 잇따른 바이오업계의 악재(코오롱의 인보사 사태, 신라젠의 임상3상 실패 등)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에 대한 작은 시리즈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사업으로는 한 몸이나 지배구조는 분리되어 있는 두 기업의 실적과 현금흐름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리고자 구상한 시리즈였습니다.
본 기사는 5월 시리즈의 후속으로,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검토합니다. 셀트리온 계열이 실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의 내용과 구조, 지배구조, 두 기업의 현금흐름의 관계 등은 지난 시리즈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반기 실적을 검토하기에 앞서 주가흐름을 언급한 것은 자본시장에서 셀트리온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주가 하락 폭이 크지만, 상대주가나 각종 주가지표로 볼 때, 셀트리온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는 여전히 유효해 보이는 군요.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큰 줄기를 빠르게 리뷰하겠습니다. 그러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겠지요.
올해 2분기 셀트리온의 재고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우선, 셀트리온입니다. 지난 5월의 시리즈를 읽으신 본들은 아시겠지만 재읽사는 셀트리온의 매출 수치를 글자 그대로의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를 사업적으로 하나의 실체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에서 진정한 매출(true-sale)이 이루어져야만 매출로서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을 1분기와 2분기 고루 전년 동기에 비해 줄었습니다. 그 폭이 10%는 넘고 15%는 되지 않는 정도네요. 매출은 줄었지만 판매관리비는 약 23% 정도 늘어 영업이익은 훨씬 크게 줍니다. 아래 차트에는 표시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4100억원 언저리였습니다. 그에 비해서도 올해 상반기 매출은 감소한 겁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줄어든 건 헬스케어향 출하가 줄어든 것인데, 이건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램시마SC 등 셀트리온의 주력 바이오시밀러들의 시장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건 시장을 직접 상대하는 헬스케어 매출로 가늠해야죠.
셀트리온 매출 감소는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판매전략이나 재고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바이오시밀러 재고를 셀트리온에 둘 것이냐, 헬스케어에 둘 것이냐에 대한 결정이라는 겁니다. 셀트리온 매출이 줄었다면, 그것은 결국 헬스케어 재고증가를 억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또 셀트리온의 생산전략과도 연결됩니다. 판매를 줄였는데,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확대하게 되면 셀트리온의 재고가 증가하겠죠. 판매를 줄였는데도 셀트리온의 재고가 늘지 않았다면 셀트리온은 생산량을 축소한 것이고요. 물론 이건 물량 기준이 아니라 금액 기준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다소 오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헬스케어가 갖고 있던 바이오의약품의 국내 판권을 셀트리온제약에 넘겼기 때문입니다. 셀트리온제약향 매출이 크게 늘었거나, 셀트리온제약의 바이오의약품 상품 재고가 크게 늘었다면 해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셀트리온제약의 바이오의약품 상품매출은 175억원, 지난해 연간의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크게 늘지는 않았군요. 셀트리온의 매출에 비해서는 미미합니다.
셀트리온제약의 상품재고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에 재고부담을 떠넘기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셀트리온제약 때문에 해석에 오차가 생길 일은 없겠습니다.
셀트리온의 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난해 말 1259억원이던 것이 2206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반올림하면 1000억원이나 늘었네요. 특히 2분기에 증가폭이 컸습니다. 600억원이 넘는군요.
매출은 감소했는데, 재고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셀트리온이 생산량을 줄이지는 않았다는 거네요. 아니, 오히려 늘린 거죠. 물론 정확한 수치를 구하려면 판매가격이 반영된 매출이 아니라 매출원가와 재고를 비교해야겠지만, 셀트리온의 헬스케어향 판매가격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면 매출과 재고를 비교해도 큰 문제없습니다. 판매가격이 크게 변하지는 분명 않았을 것이고, 만에 하나 변했다고 하더라도 설마, 손해보고 팔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네, 셀트리온은 생산량을 늘렸지만, 판매는 오히려 줄였습니다. 그동안 헬스케어로 재고 부담을 떠넘기던 전략을 올해 상반기에는 쓰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난 시기는 바로 올해 2분기가 됩니다.
2분기 둔화됐지만 영업현금흐름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생산을 늘리면 당연히 돈은 더 들어가겠죠? 판매를 줄이면 반대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듭니다. 순리적으로는 현금사정이 나빠집니다. 그러나 생산 및 판매활동이 늘 현금흐름에 순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죠. 어떤 이유로 셀트리온의 자금사정에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셀트리온의 영업현금흐름은 상반기에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분기 영업현금 유입액은 1분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재고자산이 급증한 시기와 일치합니다.
사실 올해 1분기 현금유입액은 꽤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의 70%에 육박하고, 지난해 하반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1분기의 넉넉함이 셀트리온에 인심을 갖게 했나 봅니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유형자산 및 무형자산 취득)에 지출한 현금을 차감한 것을 잉여 현금흐름으로 치면, 1분기에 꽤 많은 900억원이고, 상반기 전체로는 1168억원으로 역시 나쁘지 않네요. 2분기에는 267억원으로 1분기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는 했지만요. 이것 역시 재고자산 증가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설비투자의 규모를 감안해야겠죠. 설비투자에 들어간 현금이 상반기 911억원인데 1분기와 2분기에 고루 지출되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250억원 가량 덜 투입되었네요. 설비투자는 셀트리온의 현금사정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분기에 재고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여유이 일부가 여기에서도 나왔겠네요.
아시다시피 셀트리온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공장 증설을 해 왔습니다. 1공장은 올들어 준공을 마쳤다고 합니다. 6월말 현재 시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4분기부터 증설 라인이 본격 가동될 거라고 합니다.
주가 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추가로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다름 아닌 주가 관리입니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데 582억원을 썼습니다. 지난해 말 주가관리 강화를 선언하더니1분기에 44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2분기에도 140억원 가량을 추가로 샀습니다.
자사주 취득을 하느라 현금흐름에 여유가 어느 정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 도래한 차입금은 거의 차환을 했습니다. 최근 3년간 주가 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자기주식 취득이 주가 방어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상반기 주식시장이 약세장이었고 바이오주의 하락이 유독 심했으니까요.
체크포인트를 잡으셨나요? 다음 편에서는 헬스케어의 실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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