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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를 비롯한 무궁화신탁의 잇따른 기업인수 행보에 대해 몇 편에 걸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현재 보도 중인 퀀타피아 상폐 위기 시리즈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이하 MIT)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22년 12월인데요. 상호에 ‘무궁화’가 들어간 것은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나반홀딩스의 실 소유자가 무궁화신탁 오창석 회장이기 때문이죠. 오창석 회장은 나반홀딩스 등를 통해 광명전기와 MIT를 인수하고 무궁화신탁을 통해 국보를 인수하는 등 최근 기업인수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궁화신탁은 이른바 기타특수관계자가 많습니다. 특히 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 여럿인데요. 오창석 회장의 가족회사인, 나반홀딩스와 천지인산업개발, 사모펀드 회사인 천지인엠파트너스, 천지인엠파트너스의 최대주주인 에버그라시아, 오창석회장이 최대주주인 엠지스퀘어대부네트웍스(구, 명동대부파이낸셜), 천지인엠파트너스가 조성한 사모펀드가 인수한 국보, 나반홀딩스, 천디인엠파트너스, 천지인산업개발이 인수한 MIT 등이 대표적입니다.
오창석 회장은 이 특수관계사들을 통해 녹원씨엔아이, 이화전기, 엑시온그룹(전 아이에스이커머스), 한창 등과도 지분, 자금 또는 인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녹원씨엔아이는 천지인엠파트너스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올해 6월 최대주주가 바뀐 엑시온그룹은 국보가2대 주주이며, 국보와 에버그라시아 대표이사이자, 천지인엠파트너스 대표도 지낸 박찬하씨가 각자 대표이사로 근무 중이죠. 국보가 보유한 엑시온그룹 지분은 애셔코퍼리이션이라는 비상장사에 담보로 제공되어 있는데,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수 없이 다룬 광무의 종속회사입니다. 광무의 최대주주는 올해 초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군 엔켐의 오정강 대표가 설립한 아틀라스팔천이죠. 이화전기는 천지인엠파트너스 사모사채 2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고, 잠깐 MIT 최대주주였던 이큐셀과 녹원씨엔아이 최대주주인 투자조합의 지분을 보유한 해성옵틱스에 투자했습니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상장폐지가 걱정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창은 종속회사인 한주케미칼을 나반홀딩스에 매각하려고 했습니다.
무궁화신탁 등 오창석 회장의 회사에는 과거 정재계의 거물들이 발을 담그고 있죠. 노태우 정부시절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이 무궁화신탁의 명예 회장이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국보의 사내이사를 최근까지 지냈습니다. 엑시온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조원동 경제수석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눈치를 채셨을지 모르지만, 오창석 회장이 건드리는 기업들은 상장폐지되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국보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뒤 이의신청에 따라 개선기간 중이고, 천지인엠파트너스가 2대주주(6월말 현재)인 녹원씨엔아이는 올해 상장폐지되었습니다. MIT 역시 3년째 거래정지 상태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후 가처분 신청에 따라 정리매매가 보류되어 있습니다. 오창석 회장의 전략이 부실기업을 싸게 인수해 정상화하는 방식의 확장인가 봅니다.
MIT를 둘러싼 움직임은 좀 헷갈립니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존의 계열사를 매각하고 새로운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상장유지 이후를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달 초에는 공개매각 공고를 냈습니다. 유상증자와 구주매각에 참여할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는 건데요. 결국 오창석 회장이 MIT에서 엑시트를 하고 싶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지난달 말에는 나반홀딩스가 보유하는 광명전기 지분 15.02%를 MIT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죠.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나반홀딩스의 지분율은 8%대로 떨어지게 되고 MIT가 광명전기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MIT의 새 주인이 광명전기의 경영권까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광명전기와 MIT 매각이 계획대로 성공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죠. 냉정하게 보면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6월말 현재 MIT의 현금과 금융상품 등 현금성자산은 약 70억원 수준입니다. 광명전기 지분을 인수하는데는 총 200억원이 필요합니다. 인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인 기업에게 거액을 제공할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겠죠.
물론 꼭 현금으로 인수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가령, MIT가 전환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광명전기 지분인수의 대가로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 8% 남짓과 MIT 전환사채를 보유하게 되겠죠. MIT 공개매각으로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도 나중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경영권을 되찾아 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요? 니빈홀딩스가 광명전기와 MIT를 보유하고 있는 지금과 무슨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주인이 전환사채를 무더기로 갖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려는 곳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정상적인 기업의 상황이라면 그렇다는 얘깁니다.
오창석 회장은 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된 MIT(당시 유씨아이)를 인가 전 M&A 방식으로 지난 2022년 인수했습니다. MIT가 발행한 55억원 규모 신주를 천지인엠파트너스, 천지인산업개발, 나반홀딩스 유한회사 셋이 십시일반 인수했죠. 올해 5월에는 광명전기가 MIT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0억원어치의 주식을 받아갔습니다.
MIT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2020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고, 2021년 반기검토결과도 타당성이 의심되는 투자 및 자금거래, 적정하지 못한 회계처리, 계속기업이 가능할 지에 대한 의심 등으로 역시 의견거절을 받았죠. 자본잠식도 심했습니다. 자구노력으로 계열사를 처분하고 두 차례에 걸친 무상감자를 단행했지만 결국 회생절차를 신청했죠.
구본호씨와 그의 회사 판토스홀딩스는 2019년 7월에 300억원의 유상증자에 이화전기그룹의 이아이디 등과 함께 참여해 13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되고 김병양 회장과 공동보유 약정을 맺지만, 1년 후 판토스홀딩스가 인수한 만큼의 지분을 김병양 회장 등에게 재매각하기로 계약합니다. 그런데 김병양 회장의 자금이 부족했는지, 절반 조금 넘게 매각하는데 그칩니다.
판토스홀딩스의 지분 매각 후 머큐리어드바이저가 경영정상화 목적이라며 고작 4억원의 유상증자로 다시 최대주주 지위를 회복합니다. 김병양 회장과 함께 6.95%를 보유하게 돼 판토스홀딩스의 6.67%를 간발의 차로 앞섰죠. 이후 두 차례의 무상감자가 진행되었으니 머큐리어드바이저쪽이나 판토스홀딩스쪽이나 감자를 피해갈 수 없었겠죠? 지분을 처분했다는 공시는 없었으니까요.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지 않은 걸 빼면 올해의 상황은 2022년과 빼박입니다.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오는 11월 14일을 기준일로 79%의 무상감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나반홀딩스, 광명전기, 천지인산업개발, 천지인엠파트너스 그리고 오창석 회장이 보유한 94.65%의 지분이 6주가 1주가 되는 차등감자입니다. 그래도 지분율은 74.68%로 매우 높습니다. 감자의 효과는 미미합니다. 회사를 공개매각하기로 한 것도 2022년과 같습니다. 다만 2022년에는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상장폐지가 유보된 상황이었고, 지금은 가처분신청으로 상장폐지가 보류되었죠.
확실히 다른 점 하나가 있습니다. 2022년에는 계열사 매각으로 자구노력을 하는 듯했죠. 그런데 올해는 200억원이나 드는 광명전기 지분을 취득하려고 합니다. MIT가 현금으로 취득하면, 200억원은 오창석 회장의 회사 나반홀딩스로 갑니다. 그런데 매각대상 지분 중 10.41%는 상상인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되어 있는 주식이어서 차입금 49억원을 갚아야 합니다. 3개월짜리 대출인데, 금리가 13%에 달해서 나반홀딩스가 최종적으로 확보하는 현금은 150억원에 조금 모자랄 겁니다.
MIT가 취득하려고 하는 광명전기 지분 651만주(15.02%)는 나반홀딩스가 올해 3월과 4월 광명전기 두명의 회장(이재광, 조광식)에게서 취득한 1299만주의 약 절반입니다. 나반홀딩스는 385억원에 샀습니다. 일부 지분을 처분해 6월말 현재 1039만주(23.9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반홀딩스는 지난해말 현재 자산총액이 350억원인데, 자본총액은 17억원이고 대부분 부채로 조성된 자산입니다. 딱히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곳은 아니니 부채는 거의 차입금으로 추정됩니다. 올해 취득한 광명전기 지분은 지난해말 현재 보유자산을 재원으로 한 것은 아닐 겁니다. MIT를 인수한 이후인 2022년말 현재 자산총액이 170억원가량이었거든요. 이후에 손을 댄 기업들도 여럿 있습니다. 관계회사인 천지인산업개발은 지난 2022년 보유 부동산을 무궁화신탁에 신탁한 뒤 그 수익권을 나반홀딩스를 위해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수익한도액은 210억원에 달합니다.
나반홀딩스가 올들어 증자를 하지는 않았으니, 광명전기 인수대금 상당부분은 차입금으로 마련했을 겁니다. 그중 확인되는 것으로는 상상인저축은행에서 광명전기 지분 10.41%를 담보로 49억원을 13%의 금리로 대출받은 게 있습니다. 이달 말이 만기입니다.
나반홀딩스는 2022년 11월에 국보가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단독으로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특수관계에 있는 천지인엠파트너스로 신주 배정자가 교체되었고, 일정이 여러 차례 미루어져 올해 7월말 이사회를 열어 납입일을 내년 1월로 재결정했습니다.
나반홀딩스는 지난해말 한창의 종속회사 한주케미칼 100% 지분을 56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50억원의 계약금과 한주케미칼 지분 45.41%를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나반홀딩스가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아 한창이 계약해지를 통보했죠. 한창측의 설명으로는 이에 대해 나반홀딩스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소송으로 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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