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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이하 MIT)의 7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병양 회장이 설립한 머큐리어드바이저가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되고 상호를 리젠에서 유씨아이로 바꾸었죠. 평촌다수인학원, 세정에듀, 명인에듀 등 학원법인들이 김병양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나섰습니다. 이 학원들은 리젠이 최대주주 변경 이전에 인수한 회사들인데, 어쩌면 김병양 회장이 등장하기 전에 놓인 포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씨아이는 초기에 학원 자회사들과 함께 교육콘텐츠 전문기업을 표방했습니다. 그런데 실적이 나오지 않아서 그랬는지, 2년쯤 후부터 교육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렌트회사 지모터스, 신약개발 회사 바이오엑스,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아이티에스코 등이죠.
이중 바이오엑스는 이호준 대표가 2019년 2월에 설립된 초기기업으로 쓰레기나 유기성 폐기물 등을 활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었습니다. 매출이 전혀 없던 이 회사의 지분 43.81%를 유씨아이가 2020년 2~3월 현금 85억원과 200억원의 사모사채 발행으로 취득합니다. 거래가격이 1주당 3만원꼴이었습니다.
당시 유씨아이는 김병양 회장과 판토스홀딩스의 범LG가 구본호씨가 공동경영을 할 때인데, 바오이엑스 인수가액은 유씨아이의 총자산(179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였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투자였죠. 당시 유씨아이는 재정사정이 매우 열악했는데, 당장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초기 기업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고나 할까요.
바이오엑스는 설립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총자산이 254억원, 총자본이 206억원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유 자산은 당좌자산 21억원과 무형자산 40억원, 투자자산 193억원이 전부였습니다. 청정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가 없었고, 보유 자금을 거의 전부 영업과 무관한 곳에 투자해 놓았던 것입니다.
바이오엑스 주식을 3만원 넘게 평가한 근거는 아마 미국의 EAT사의 한국 독점 사업권이었을 겁니다. 바이오엑스는 설립 6개월 후 EAT사의 주식을 취득했고 한국 독점사업권을 획득했죠. 무형자산 40억원의 정체일 겁니다. EAT사는 미국 음식물로 수소생산에 성공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이호준 대표의 수완이 좋았던 건지, 청정수소 생산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인지, 바이오엑스는 초기 기업에 어울리지 않게 꽤 여럿의 주주가 있더라고요. 태평양인베스트조합, 아이비인베스트조합, 바이오랜드, 엘엔케이인베스트먼트 등 투자회사는 물론 개인주주들도 있었죠. 유씨아이는 그 주주들의 지분을 사모사채 발행자금 200억원으로 사들이고, 이호준 대표의 지분 중 일부를 현금 85억원에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1년 후 유씨아이는 감사의견 거절과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게 되자, 바이오엑스 지분에 변화가 생깁니다. 바이오엑스 지분 약 11%를 지분 약 11%를 바이오엑스에 매각하고 그 대가로 현금 2억원과 바이오엑스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200억원의 전환사채 중 67억원어치를 받습니다. 사실상 유씨아이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엑시트하면서 자신이 팔았던 바이오엑스 지분을 되가져간 셈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김병양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유씨아이는 67% 무상감자를 단행하죠.
무상감자가 끝나고 바이오엑스 지분 2차 매각이 이루어집니다. 말이 매각이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유씨아이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탈출이었죠. 바이오엑스 지분을 전환사채 투자자들에게 넘기고, 자신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55억원어치 만기전 취득했으니까요. 이 거래가 끝나자마자, 유씨아이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바이오엑스 잔여 물량은 무궁화신탁 오창석 회장이 천지인엠파트너스, 나반홀딩스, 천지인산업개발을 동원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유씨아이를 인수하고 상호를 MIT로 바꾼 후 매각됩니다. 나머지 지분 23%를 지난해 8월 약 22억원에 루맵젠이라는 회사가 사갔습니다. 유씨아이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20억원 인수한 이력이 있고, 세미콘라이트, 화신테크(상장폐지) 등 최대주주 변경이 잦고 주가변동이 컸던 상장사에 투자했던 회사입니다.
유씨아이가 바이오엑스 지분을 취득해서 MIT가 잔여 지분을 모두 처분할 때까지 총 4년이 걸렸는데요. 그사이 바이오엑스 대표이사가 두 번 바뀌었습니다. 유씨아이가 취득할 때는 설립자 이호준씨가 대표였고, 유씨아이가 처음 지분 일부를 매각한 2021년 8월에는 이성락씨가 대표이사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지분 매각 당시 대표이사는 김형기씨였죠.
이성락씨는 양자 이미지센서를 상용화했다는 김훈 박사가 샌드크래프트라는 가족회사를 내세워 퀀타피아(구, 코드네이처)를 인수할 때 동참했던, 퀀타피아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검찰이 지목하고 있다는 검찰 수사관 출신인 그 분이죠. 이성락씨는 샌드크래프트 지분 13.05%를 소유한 주주이면서, 그가 설립한 라그나가파르나스는 샌드크래프트에 퀀타피아 인수자금 105억원을 대여했습니다.
이성락씨가 설립한 투자조합인 라크나가조합은 리튬포어스(구, 더블유아이)의 신주와 전환사채에도 투자했고, 엔켐 오정강 대표의 회사 아틀라스팔천이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중앙첨단소재의 전환사채 100억원어치를 지난해 2월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6월말 현재 바이오엑스의 대표이사는 여전히 김형기씨이고, 최대주주 역시 27.64%를 소유한 김형기씨입니다. 창업자인 이호준씨와 이성락씨는 등기임원 명단에 없습니다. 이성락씨는 2022년 2월에, 이호준씨는 지난해 3월말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2022년 3월까지 세 분은 차례대로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사내이사로 함께 근무했습니다. 또 바이오엑스에는 유씨아이(현, MIT)말고 5% 이상 대주주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케이케이홀딩스라는 곳입니다. 판토스홀딩스, 레드캡투어와 마찬가지로 범LG가 구본호씨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호준씨와 이성락씨가 바이오엑스의 대표이사를 나란히 지낸 건 우연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서도 호흡을 맞춘 사이죠. 두 사람 모두 기업을 사고파는 전문가로서 따로 활동할 때도 있고, 함께 움직이기도 하는 ‘따로 또 같이’ 팀입니다.
이성락씨가 손을 댄 MIT와 퀀타피아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었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죠. 무상감자를 한 후 공개매각을 선언한 것도 같고, 무상감자나 상장폐지를 앞두고 대규모 자본거래로 일부 투자자가 탈출할 수 있었던 것까지 빼다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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