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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가 상호변경 전인 유씨아이 시절에 인수했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직전에 처분한 바이오회사가 있습니다.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청정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는 바이오엑스라는 회사입니다. 자체 개발한 기술은 아니고, 미국의 일렉트로 액티브 테크놀로지스(EAT)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엑스는 초대 대표인 이호준씨가 창업했는데요. 이호준 대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생화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JP모건에서 8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했다고 합니다. 케임브리지 라인을 통해 EAT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생화학을 전공해서 바이오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죠.
EAT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인 오크리지 연구소에서 개발한 미생물전기분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2017년 8월에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바이오엑스는 설립 6개월만인 2019년 8월에 EAT 지분 14.7%를 취득하고 한국시장 독점 사업권을 획득했습니다. 2020년에는 국내 음식물쓰레기로 파일럿 테스트까지 진행했습니다. 바이오엑스는 유기성 폐기물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HAAMA공법이라고 부르고 있고,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상용화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보도에 따르면, 바이오엑스는 사업화 시점을 2022년으로 봤던 모양입니다.
EAT의 홈페이지에는 재무제표가 공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쓰레기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바이오엑스는 2021년까지 매출이 없었고, 2022년에 5억7000만원, 지난해 2억 3000만원 등 총 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혀 없습니다.
올해로 6년차 기업이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인 셈인 바이오엑스의 회사 규모는 상당합니다. 6월말 현재 총자산이 214억원에 달하고 납입자본이 230억원에 이릅니다. 매출이 없으니 당연히 결손기업일 것 같지만, 누적 영업손실이 152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76억원의 유보이익이 있습니다. 본업이 아닌 어딘가에서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코넥스 및 코스닥 상장을 위해 신한금융투자와 주관계약을 체결했고, 2022년에는 코넥스 상장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체 주주 수가 3900명에 육박합니다. 수소 생산 기술에 들뜬 투자자들이 꽤 있었고, 코스닥 상장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바이오엑스는 자본잠식 기업입니다. 자기자본이 79억원뿐이죠. 누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어떻게 자본잠식일 수 있을까요? 거액의 기타포괄손실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다른 회사 주식에 412억원을 투자했는데, 보유하고 있는데 6월말 현재 243억원의 평가손실이 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회사가 다 있지’ 싶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바이오엑스의 재무정보는 위화감마저 듭니다. 매출이 없는데 이익은 어떻게 냈으며, 납입자본이 230억원인데 타 회사 주식에 4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면 부채까지 끌어 썼다가 큰 손실을 떠안았다는 얘기인데요. 대체 어떤 곳에 투자를 한 것일까요?
바이오엑스는 2021년에 195억원, 지난해 183억원의 매도가능증권 처분이익을 얻었습니다. 2021년에는 미국 바이오엡체 온코펩의 코스닥시장 Pre-IPO 과정에서 지분을 처분해 큰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고, 지난해에는 메디클라우드와 에이에스엔,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의 지분에서 상당한 이익을 낸 것 같습니다. 비상장사라서 아무래도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네요.
바이오엑스는 회사 자금 거의 대부분을 주식 투자에 사용했습니다. 본업에서의 성과는 기약이 없고, 큰 이익도 주식투자에서 나왔고 큰 손실도 주식투자에서 나왔죠. 바이오엑스가 투자한 회사는 대부분 비상장으로 온코펩, 메디클라우드, 에이에스엔 외에도 Biomesense, 케마스, 글람(구 지스마트), 지스마트글로벌, 가치와기술 등이고 상장사인 유씨아이(현 MIT), 테라사이언스의 전환사채에도 투자했습니다. 또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회사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캡티비전(Captivision)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엑스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 중에는 아직 외부감사 의무가 없는 초기 기업이 많습니다. 정상적인 통로로는 상장이 어렵고 기술특례 상장이나 우회상장이 아니면 코스닥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곳들이죠. 각 회사의 사업이나 재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습니다.
미국 법인인 온코펩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고 했던 건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사인 테라사이언스이고 한국인 주주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테라사이언스 전에도 온코펩의 최대주주는 국내기업이었습니다.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닉스진이었죠.
바이오닉스진은 2018년 4월에 온코펩에 97억원을 출자해 지분 42.01%를 취득했는데요. 당시 온코펩은 매출이 전혀 없는 백신 개발업체였습니다. 바이오닉스진은 최대주주가 한류뱅크라는 장부상회사로 바뀌면서 회사이름도 한류AI센터(현 세토피아)로 변경했는데, 2019년 3월 바이오엑스와 96억원에 온코펩 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합니다. 바이오엑스가 설립된 지 한달 만의 일이었습니다. 바이오엑스는 설립 당시 자본금이 85억원에 달했습니다. 상당한 자본금으로 회사를 차린 셈인데, 한달 만에 자본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투자를 감행했네요.
바이오엑스가 잔금까지 다 치르고 온코펩 최대주주가 된 건 매매계약 후 1년 뒤인2020년 4월이었습니다. 유씨아이(현 MIT)가 현금 85억원과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바이오엑스 지분 43.81%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시점과 일치합니다. 이호준 바이오엑스 대표가 유씨아이에 지분을 넘기고 현금 85억원을 챙겼죠. 당시 유씨아이는 머큐리어드바이저의 김병양 회장과 판토스홀딩스의 구본호 대표가 공동경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1년 후인 2021년 4월 바이오엑스는 온코펩 지분을 테라사이언스에 매각합니다. 테라사이언스는 26.1%의 지분율에 해당하는 476만주의 온코펩 우선주와 약 5억6000만원의 온코펩 전환사채를 240억원에 취득합니다. 바이오닉스진이 2018년 취득한 온코펩 주식은 우선주였던 겁니다.
바이오엑스가 바이오닉스진에게서 취득한 온코펩 주식은 약 765만주였습니다. 전체 발행주식의 42.1%였죠. 테라사이언스에 매각한 건 보유주식의 62%였습니다. 765만주를 96억원에 매입했으니, 테라사이언스에 매각한 주식의 원가는 약 60억원이 됩니다. 그걸 234억 4000만원에 팔았으니 17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2020년말 바이오엑스의 재무제표에는 온코펩 지분의 취득원가가 65억원으로 나옵니다. 총 취득원가보다 30억원가량 적은데, 매입한 당해에 이미 일부 주식을 처분했고 나머지를 테라사이언스에 매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26.1%의 지분에 234억원의 값은 당시 온코펩의 재무상태나 실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신약개발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밸류에이션이죠. 바이오닉스진이 처음 투자했더 2018년에 이미 1229만 달러의 결손을 안고 있었고, 매출이 전혀 없이 매년 200만 달러 가까운 손실이 쌓이고 있어 2020년말에는 결손이 1592만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초기 신약개발 스타트업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재무상황이죠.
그런데 테라사이언스는 온코펩이 2022년부터 기술이전 등을 통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주식가치를 1339억원으로 매깁니다. 테라사이언스는 바이오엑스에서 지분을 고가 매입하기 전 11억원어치의 온코펩 우선주식을 취득했고, 바이오엑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직후에도 온코펩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억원어치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합니다. 무려 300억원 이상을 온코펩 지분에 투자한 셈입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원래 삼원테크라는 유압용 관이음쇠를 만드는 곳이었는데, 2018년 5월에 자본금 1억원짜리 블루밍홀딩스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상호를 변경한 회사였습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온코펩 인수를 추진하면서 테라사이언스를 바이오회사로 탈바꿈시킨 겁니다.
온코펩에 투자한 국내 회사가 바이오엑스, 테라사이언스 등만 있는 건 아닙니다. 꽤 여러 회사가 온코펩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바이오엑스에게 원천기술을 제공한 EAT 역시 국내에 다른 연줄이 있습니다. 한편의 기사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테라사이언스 또한 사연이 많은 회사죠. 리튬테마와도 관련이 있고, 다보링크와 함께 초전도체 테마주 씨씨에스와 엮였죠. 블루밍홀딩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는 권순백씨인데, 테라사이언스 경영권 지분을 씨디에스홀딩스에 매각했다가, 씨디에스홀딩스가 반대매매로 지분을 잃고 올해 권순백씨가 다시 테라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었죠.
바이오엑스 이호준 대표는 온코펩 지분에 투자한 직후 회사를 유씨아이(MI)에 매각했는데요. 지분 매각 이후에도 한동안 대표이사로서 온코펩 지분을 테라사이언스에 매각하는 주역이 됩니다. 온코펩 지분 매각 이후 바이오엑스의 대표이사가 된 인물이 검찰수사관 출신의 이성락씨였죠.
이호준 대표와 이성락씨의 인연이 바이오엑스에서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바이오엑스를 인수한 김병양 회장과도 숨은 이야기가 더 있죠. 그들이 근무했던 회사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자꾸 엮이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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