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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약개발업체 온코펩을 처음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는 바이오닉스진이라는 사명을 불과 9개월 사용합니다. 바이오닉스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신설회사 서울생명공학(현, 씨티유글로벌)이 차지하고 있던 최대주주 자리는 또 다른 신설회사 한류뱅크㈜라는 곳으로 넘어갔죠. 서울생명공학이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하고, 바이오닉스진이 온코펩을 인수한 건 2018년 3월, 한류뱅크가 바이오닉스진의 최대주주가 된 건 같은 해 12월이었습니다.


서울생명공학은 바이오닉스진 인수자금 77억원은 물론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취득자금도 차입으로 조달했습니다. 전환사채(권면 90억원)와 신주인수권부사채(권면 50억원)는 각각 80억원어치와 35억원어치를 곧바로 유통해 일부 차입금을 갚았지만 남은 보유 주식과 사채는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었죠.



서울생명공학은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한 두달 후 주주총회를 열어 온코펩측 인사 2명을 비상근이사로 선임하는 등 신약개발에 공동 전선을 꾸리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미래아이엔지를 상대로 15억원의 전환사채도 발행하죠.


다시 한달 뒤 바이오닉스진의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이 발표됩니다. 92만5000주의 보통주와 교환할 수 있는 88억원 교환사채 발행과 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였습니다. 교환사채와 신주를 인수할 곳은 케이클라비스바이오글로벌조합이라는 투자조합이었습니다. 교환사채의 교환청구와 신주인수가 이루어지면 최대주주가 바뀌는 계약을 한 셈이죠. 바이오닉스 인수 석달 만입니다.


교환사채는 2018년 7월 63억원으로 규모가 축소되어 대전브릭스가 인수합니다. 서울생명공학이 보통주 45만주를 담보로 맡긴 곳이죠. 90억원의 유상증자계획은 130억원으로, 다시 200억원으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케이클라비스바이오글로벌조합에서 와이유파트너스라는 곳으로, 다시 스트래튼배당성장전문투자형 사모증권투자신탁1호라는 곳으로 교체됩니다. 신주발행 규모도 크게 늘어나 증자 완료시 최대주주가 당연히 바뀌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이 바이오닉스진에서는 스트래튼자산운용의 유상증자에 15억원을 참여해 31.58%의 지분을 취득하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스트래튼자산운용의 최대주주인 정주환씨를 이사로 선임한 뒤 각자 대표이사로 세웁니다. 당시 스트래튼자산운용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1주일 전 서울생명공학은 77억원에 인수한 보유 주식 전부를 ㈜마인드크립션이라는 곳으로 191억원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합니다. 성사되었으면 불과 6개월만에 1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박이 났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잔금이 납입되지 않아 계약을 불발됩니다. 마인드크립션이라는 회사는 최대주주가 레미글로벌(100% 보유)이었고 대표이사가 조민현이라는 분인데, 임시주주총회에서 스트래튼자산운용 최대주주 정주환씨와 함께 신임 이사로 선임되었죠. 스트래튼자산운용과 마인드크립션이 바이오닉스진을 공동인수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생명공학의 경영권 장사(?)는 불발에 그쳤지만, 인수를 도운 재무적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수 당시 3000원대였던 주가가 단기간에 폭등했으니까요. 실제로 재무적 투자자 중 뷰캡인터내셔날(현, 프레스톤파트너스)은 3월에 인수한 주식 일부를 5월에 평균단가 8777원과 9036원에 두 차례 매각한 기록이 있습니다.


2018년 10월 머니투데이에 뉴아이팩토리홀딩스(대표 김용수)라는 회사가 바이오닉스진 유상증자 대상자인 ‘스트래튼배당성장전문투자형 사모증권투자신탁1호’에 50억원을 출자한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스트래튼자산운용이 밝힌 것으로 돼 있더군요. 기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아이카이스트는 한때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주목받던 천재 청년 사업가로 알려졌던 김성진씨가 2011년 카이스트의 출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입니다. 아이카이스트는 터치스크린 등을 정부와 지자체에 납품해 박근혜 정부시절 ‘창조경제1호’로 꼽혔고, 김성진씨는 일명 ‘창조경제의 황태자’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2016년 분식회계로 매출을 부풀려 투자금을 유치했다가 사기최로 구속되고 2018년 9월 실형이 확정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입니다(나무위키에서 인용함). 나무위키에는 김성진씨와 관련된 놀라운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뉴아이팩토리홀딩스는 이미 복역 중인 김성진씨의 정신을 계승한 장부상 회사이고, 마인드크립션과 함께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해 스마트스쿨사업을 하려고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마인드크립션은 잔금지급을 완료하지 못했고 결국 양수도계약은 해제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잔금지급 예정일 코스닥 상장사인 비츠로시스가 사모 전환사채 60억원을 발행해 자율차∙드론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마인드크립션 지분 15.78%를 인수합니다. 기업가치를 400억원 정도로 평가해 준 셈인데, 이때 마인드크립션의 연 매출이 4억원이었습니다.


서울생명공학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할 당시 마인드크립션의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은 레미글로벌이었는데, 불과 한 달 뒤인 10월말 비츠로시스에게 지분을 넘긴 곳은 ㈜콜로수스라는 곳이었죠. 이듬해 2월에는 코스닥 상장사이던 에이코넬(현, 럭슬. 2021년 상장폐지)이 ㈜에이알스타텍으로부터 마인드크립션 주식 10만주를 매입합니다.


2017년 7월에 드론 제조회사로 설립된 마인드크립션은 그해 말 납입자본이 150억원에 달했고, ㈜메타비스타에서 약 37억원을 단기차입하고 있었는데, 에이코넬이 마인드크립션 주식을 매입하는 대가로 지불한 게 현금이 아니라 메타비스타 주식 10만주였죠.


그리고 2018년말 마인드크립션의 주주는 레미글로벌(48.73%), 노보셀바이오(16.45%), 비츠로시스(15.79%), 메타비스타(8.80%) 등이었고 바이오닉스진도 약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또 마인드크립션은 노보셀바이오와 비츠로시스 전환사채를 총 49억원어치 보유 중이었고, 이전 주주였던 에이알스타텍과 함께 코스닥 상장사 에스마크(2020년 상장폐지)에 자금을 대여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이마알이라는 곳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급보증을 서고 있었는데, 당시 마이마알이 대표가 바로 스트래튼자산운용 최대주주이자 바이오닉스진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된 정주환씨였습니다.



서울생명공학과 마인드크립션의 주식양수도계약이 해제되면서 김성진씨와 스트래튼자산운용의 신주인수계약도 성사되지 않죠. 신주의 주인은 신설된 장부상 회사 한류뱅크와 바이오빌(2020년 상장폐지)로 바뀌고, 한류뱅크가 바이오닉스진의 새로운 최대주주에 등극, 회사 이름을 한류에이아이센터로 변경하게 됩니다. 이사에 선임되었던 온코펩 대표 도리스 매리 페터킨, 스트래튼자산운용 대표 정주환, 마인드크립션 대표 조민환씨 등 기존 이사진도 물러나죠.


AI사업을 하려고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한 한류뱅크에게 온코펩 지분은 필요가 없었겠죠. 2019년 3월 한류에이아이센터는 온코펩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데, 매각가격은 처음 매입할 때와 사실상 같다고 할 수 있는 96억원이었고, 매입한 회사는 JP모건 애널리스트 출신 이호준씨가 그해 2월 쓰레기로부터 청정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설립했지만, 대부분 자산을 다른 회사 주식에 투자한 바로 그 바이오엑스였습니다.


온코펩 가격 산정을 위한 회계법인의 평가가 진행된 게 2월이니 바이오엑스는 사실상 온코펩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해도 무방하겠죠.바이오엑스는 2019년 3월에 계약을 체결하고 7월에 온코펩 지분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잔금 지급이 계속 늦어지면서 이듬해 4월말이 되어서야 현금 91억원과 유씨아이(현,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 전환사채 5억원으로 인수를 완료했죠.


전편에서 바이오엑스는 신설회사 답지 않게 자본규모가 컸다고 했잖아요. 2019년 10월말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206억원(자본금 104.5억원), 총자산이 254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온코펩 지분을 인수할 현금이 부족했나 봅니다. 온코펩 인수를 완료한 건 이호준 대표가 보유 지분 12.93%를 85억원에 유씨아이에 매각하고 두달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유씨아이의 최대주주는 머큐리어드바이저였고, 머큐리어드바이저 100% 지분의 주인이 유씨아이 대표이사 김병양 회장이었습니다. 바이오엑스가 한류에이아이센터에 지불한 온코펩 인수대가 중에 유씨아이 전환사채 5억원이 포함된 이유입니다.


무자본으로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했던 서울생명공학은 한류뱅크에게 지분을 매각할 때만 해도 158만주의 보통주와 15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하고 있었죠. 하지만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고 얼마 안된 2019년 2월, 바이오엑스가 설립되던 그 달에 담보권자인 명우와 대전브릭스로부터 반대매매를 당해 지분율이 3%대초로 하락합니다.


서울생명공학의 지분율 하락의 이유에는 반대매매 외에 전환사채와 일부 주식 매각도 있는데요. 한류뱅크가 최대주주가 되기 직전 약 48억원 상당의 주식과 10억원(권면) 상당의 전환사채를 장외매도했죠.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케이케이홀딩스라는 비상장사였고 보통주를 매입한 곳은 상장회사였던 지스마트글로벌(2022년 상장폐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스마트글로벌의 최대주주는 지스마트(현, 캡티비전코리아)였고, 지스마트의 2대 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바로 바이오엑스 설립자 이호준씨였습니다. 이호준씨는 지스마트와 함께 2014년에 제주반도체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었고 일부 지분을 매도해 지스마트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었지만, 지스마트의 대표이사이자 지스마트글로벌의 사내이사로 사실상 지배주주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스마트글로벌은 원래 에스이티아이라는 디지털카메라 회사였는데, 이호준씨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스마트글로벌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업도 스마트글라스사업으로 바꾸면서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받게 되었죠. 스마트글라스는 일반 유리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촘촘하게 박아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투명 전광유리인데, 전광판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활용될 수 있어 여의도 증권가에서 높은 성장성을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사정이 어려워졌고,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을 안고 있던 최대주주 지스마트는 당시 지스마트글로벌 지분 전량의 매각을 진행 중이었죠. 그 주식을 트리니트(현, 용산홀딩스) 외 4인이 인수할 예정이었는데 인수자 중 하나가 서울생명공학으로부터 바이오닉스진 전환사채를 매입한 케이케이홀딩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