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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공조시스템업체인 한온시스템이 올해 1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았습니다. 2015년 6월 사모펀드회사인 한앤컴퍼니가 미국의 비스테온으로부터 인수한 지 10년만입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한앤컴퍼니와 함께 2대주주로 나서 비스테오의 지분 매입에 참여했으니, 한국타이어그룹의 한온시스템 인수가 10년만에 완료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총 3조8129억원에 69.99%의 지분을 매입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50.5%의 지분을 2조7512억원에, 한국타이어는 19.49%의 지분을 1조617억원에 각각 사들였습니다. 주당 5만1030원으로 지분 1%당 545만원에 해당삽니다. 이 가격은 매도인에게 주당 970억원씩 지급된 배당금을 제하고 매긴 것이니, 실제 주당 가치는 5만2000원으로 책정된 셈이고, 지분 1%당 555만원 꼴입니다.


올해 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앤컴퍼니는 18.08%의 지분을 1조2159억원에 사고팔아 1대주주와 2대주주의 자리를 맞바꾸었습니다. 주당 9904원에 거래가 된 것이고, 지분 1%당 672만원 꼴입니다. 한앤컴퍼니는 현 시세에 비해 10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았고, 매입가액에 비해서는 약 23.3%의 차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년 전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약 5조원이었습니다. 올해 1월 시가총액은 약 3조원입니다. 사모펀드는 이익을 거뒀지만 주주일반은 약 40%의 손실을 입은 셈입니다.



회사의 펀더멘탈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연간 5조5000억원(연결 기준)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한온시스템 자체의 매출 성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3월 연매출 1조6000억원 규모의 마그나그룹의 유압제어(FP&C)사업부를 약 1조3522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10년간의 실질 매출성장률은 40%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의 이익창출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약화되었습니다. 연간 5000억원을 향해 가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23년 기준 2773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원가율의 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이익보다 더 악화된 건 순이익입니다. 2015년 24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2019년 3226억원까지 늘었지만, 2022년에는 267억원, 2023년에는 589억원에 그쳤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9월까지 4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연간으로도 적자전환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매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은 하락했습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한온시스템의 국내 공조시장 점유율은 52%에 달했습니다. 두원공조와 한국델파이 등 2~3위 업체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한온시스템과 두원공조는 현대차와 기아에, 한국델파이는 GM대우(현 한국GM)에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은 46%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두원공조의 점유율은 27%에서 38%까지 올라와 한온시스템과 격차를 크게 줄였습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납품경쟁에서 점점 밀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다름아닌 차입금, 즉 빚입니다. 2015년말 한온시스템의 차입금은 총 4011억원에 불과했고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이 더 많아 사실상의 무차입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말 현재 차입금 총액은 4조4461억원, 현금과 금융상품을 차감한 순차입금만으로도 3조6755억원에 이릅니다. 차입금은 지난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습니다.


재무건전성을 의미하는 지표들이 하나같이 악화됐습니다. 100% 아래에 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282%까지 치솟았고, 차입금 의존도(총차입금/자산총액)는 12%에서 46%까지 상승했습니다. 매출액 성장률만 양호할 뿐이고 수익성이나 재무안정성측면에서는 지난 10년간 크게 후퇴한 셈입니다.


비록 예전보다 줄기는 했지만 한온시스템은 자동차부품 판매로 연간 최소 2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영업 외적으로 이익이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10년간 마그나그룹 유압제어사업부를 인수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M&A를 한 게 없습니다. 설비투자 규모가 늘기는 했지만 보유 현금유동성과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걸까요? 적지 않은 이유가 10년전 비스테온에서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로의 최대주주 교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