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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가 1년 만에 살아 돌아왔습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의견을 받아 상장페지 사유가 해소되었고 이달 12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즉시 매매거래가 재개되었습니다.


상장사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게 되면, 다음 사업년도에서 적정의견을 받더라도, 즉각 매매거래가 재개되지 않습니다. 코스닥위원회로부터 상장 적격성을 갖추고 있는지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인터로조는 이례적으로 실질심사 대상제외 결정을 받아 이례적으로 곧바로 증시에 복귀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할 때는 기업의 계속가능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주로 살핍니다.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생존에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지배구조)가 중요하죠. 실질 심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인터로조가 영업실적과 지배구조에서 지난 1년간 코스닥위원회를 단번에 설득시킬 만큼 충분한 개선을 이루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로조는 클라렌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진 콘택트렌즈 업체로 대부분 매출이 1일용(1 day) 하이드로겔 렌즈의 OEM/ODM 수출에서 나옵니다. 세계 콘택트렌즈 시장은 글로벌 메이저업체 4곳이 주름잡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메이저업체가 약 7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국내업체들은 대부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로 공급하고 있죠.


세계 콘텍트렌즈 시장 규모는 대략 12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데, 인터로조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1% 정도입니다. 국내 시장규모는 약 4800억원 정도인데, 인터로조가 25% 정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콘텍트렌즈 시장은 세계시장과 국내시장 모두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고 신규 진입이 어려워, 시장지위를 잘 유지하는 기업이라면 꾸준한 매출성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콘텍트렌즈 시장은 전체 원가 중 변동원가 비중이 낮아서 생산과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특히 재료비 부담이 매우 낮습니다. 지난해 매출원가가 813억원인데, 원재료비가 200억원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로조는 지난 2000년 창립 첫해를 제외하고 24년 연속 흑자 행진을 할 만큼 순항을 이어왔습니다.


인터로조의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죠. 재고관리가 허술했을 뿐 아니라 매출에 대한 기록도 철저하지 못했습니다.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재고자산 실사입회시, 회사로붙터 정확한 재고자산 목록을 제시받지 못했고, 정확한 수량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매출 인식에 대해서도 실제로 매출이 발생했는지 판단할 만한 증거를 얻지 못했습니다. 내부통제절차가 엉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인터로조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서도 의견을 거절했습니다


인터로조는 매출계약서 관리, 주문에 근거한 생산과 출하 등과 관련된 적절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았고, 여신한도 관리, 대손충당금 설정의 적정성 검토 등의 절차도 미흡했습니다. 재고자산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로조의 부실한 회계가 2023년 만의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지 않았죠. 2022년 외부감사를 맡았던 이촌회계법인은 적정의견을 주었습니다. 감사인이 교체되면서 내부통제절차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 2023년 매출액은 1204억원에서 1180억원으로 수정됐고 영업이익은 183억원에서 66억원으로 , 당기순이익은 134억원에서 41억원으로 대폭 깎였습니다. 재고자산도 461억원에서 391억원으로 고쳐 썼습니다. 전반적인 경영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고 특히 회계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베어링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실망한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졌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지난 2021년과 2023년 발행한 교환사채는 기한이익 상실로 조기 상환해야 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건 회사만이 아니었습니다. 노시철 회장 등 오너일가는 보유주식 거의 전부가 여러 증권사에 담보로 잡혀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을 겁니다.


이때 신한투자증권이 구세주로 나섰습니다. 오너일가의 지분을 담보로 잡는 조건으로 인터로조가 발행하는 100억원 규모의 4회차 교환사채를 인수해 주었죠. 덕분에 인터로조는 3회차 교환사채 30억원 및 수출입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받은 대출 50억원을 상환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사채 100억원을 신한투자증권이 직접 인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한아이리스제일차라는 장부상회사(SPC)가 인수했죠. 장부상회사는 교환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전자단기사채) 109억원을 발행했고, 최대주주의 주식을 담보로 잡은 신한투자증권은 장부상 회사와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해 신용보강을 해 주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상장유지 전문대응팀의 도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종은 인터로조의 이사회 개편 등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최대주주의 경영간섭을 견제할 감시기구를 설치하고 운영한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개진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제외 결정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인터로조는 이달 14일부터 8월 12일까지 총 60여만 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소각할 예정입니다. 거래가 재개된 것을 기념해 15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지난 3월말 보유 현금성자산이 2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유동성 감소의 부담을 각오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 정도는 올해 실적개선으로 충분히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노시철 회장은 이자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전에는 약 321억원의 대출에 대해 23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5.5~6%의 이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으로 차입처를 바꾸면서 담보제공 주식은 321주로 늘었고 대출금액은 314억원으로 줄었지만 금리는 9%로 크게 상승했죠. 매년 27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게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