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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위기론에 불을 지핀 건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였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는 자금시장을 급속히 얼어붙게 만들었고 특히 부동산PF를 기초자산으로 건설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ABCP)이나 단기사채(ABSTB)의 차환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다른 건설사에 비해 PF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롯데건설이 직격탄을 맞았죠.


2022년 10월에서 12월 사이 롯데건설은 긴급 자금조달에 나섭니다. 은행과 증권사 등의 금융기관, 사모 회사채 발행, 계열사로부터의 출자와 차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거의 3조원을 조달합니다. 그해 롯데건설의 순차입액이 무려 2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수 없었죠. 롯데건설이 도급계약으로 진행하던 사업장에서 발생한 PF채무는 롯데건설의 장부에 부채로 잡히지 않았지만, 시행사 등 원채무자가 상환하지 못하면 결국 롯데건설이 대신 갚아줘야 하는 우발채무였고, ABCP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발행된 그 우발채무들의 만기가 3개월마다 돌아오고 있었거든요. 신용평가사들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말 롯데건설의 PF우발채무는 무려 5조7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롯데건설을 PF위기에서 구한 건 메리츠금융그룹이었습니다. 2023년 1월 메리츠금융그룹과 호텔롯데 등 계열사가 제공한 1조5000억원으로 샤를로트제일차와 샤를로트제이차 유동화회사(SPC)를 설립되었고, 시장에 풀린 롯데건설의 ABCP 등을 매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롯데건설은 유동성위기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죠.


당시 롯데건설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롯데그룹 계열사는 어디였을까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전혀 나서지 않았고, 롯데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의 역할도 미미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861억원을 출자했고, 5000억원을 단기대여했지만 롯데건설이 금융권에서 대규모 차입에 성공하자 곧장 회수했죠.


발 벗고 나섰던 건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들이었습니다. 2대주주인 호텔롯데(861억원)와 롯데홀딩스 등이 906억원을 출자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이 조성한 샤를로트제일,제이차 유동화에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후순위 대여금을 제공합니다. 특히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이 무려 10.03%의 고금리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한 장부상회사, 에스프로젝트엘과 3년간의 총수입스왑(TRS) 계약도 맺는 등 롯데건설 구하기의 전면에 나섭니다. 이 계약은 올해 말 종료됩니다.


지난해 2월, 메리츠금융그룹과 조성했던 샤를로트 유동화회사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2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샬롯 펀드가 만들어졌습니다. 프로젝트샬롯은 은행, 증권,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건설의 PF 유동화증권(ABCP 등) 1조6000억원을 매입했죠. 프로젝트샬롯펀드는 올해 7월 연장됐고 매입한 ABCP 등은 1조2614억원으로 다소 감소했습니다.


프로젝트샬롯펀드의 조성을 위해 후순위대여금을 제공한 계열사는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정밀화학 등 4개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들입니다.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의 롯데건설 지원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올해 12월말과 내년초 발행되는 롯데건설의 신종자본증권(각각 3500억원)을 인수한는 장부상회사 엘씨파트너스제1~4차에 호텔롯데가 4000억원, 롯데물산이 3000억원의 자금보충약정을 해 주었습니다. 이 신종자본증권은 2028년까지 5.80%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조기상환이 되지 않으면 매년 금리가 높아져 2033년 이후에는 10.80%에 달하게 됩니다.


사실 호텔롯데가 롯데건설의 2대주주(43.3%)이기는 하지만, 롯데건설 지원에 적극 나설만큼 자금 여유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2020년이후 지난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죠. 다행히 올해는 9월까지 147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순차입금이 무려 5조원에 육박하는데,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2020년 약 940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9월말 4000억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롯데물산 역시 연간 EBITDA가 2000억원이 되지 않습니다. 현금성자산도 9월말 현재 2127억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차입금은 2조4000억원을 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 일본 롯데홀딩스 계열사들이 롯데건설 살리기에 동원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홀딩스가 롯데건설의 주주이고 둘째,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 뿐 아니라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롯데홀딩스의 다른 주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국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자금난이 일본의 롯데홀딩스 자회사들로 전이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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