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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3차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기주식은 1년 이내,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은 1년 6개월 이내(6개월 유예 기간 부여) 소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지배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었고, 지난해 말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신속한 입법을 강조해 왔던 터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사실상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정부와 입법 발의자가 밝힌 상법 개정의 근본적인 이유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차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입니다. 자기주식이 소각이 의무화되면 되면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거나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용도로 악용하던 관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게 됩니다. 또 발행주식 수가 줄게 되고,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게 되어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희소식인 셈이죠. 실제로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자사주 취득이 곧 소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는 주당 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죠.
무엇보다도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이 명확해졌다는 의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기주식은 아무런 주주 권리가 없는 미발행 주식이라는 것지요. 미발행 주식은 더 이상 주식이 아닙니다. 죽은 주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유상감자와 경제적 효과가 같은 것이고,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그건 유상증자와 경제적으로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상법 개정은 감자와 증자를 하는 것보다 자기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 절차적 측면이나 비용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지만,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게 되면서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효익을 넘어섰다는 것을 법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주식은 주식이 아니라는 법적 성격이 분명해졌다는 걸 이해한다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화 함께 개정된 다른 조항들이 이해되실 겁니다. 자기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질권 설정을 금지한 것은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활용해서 변칙적으로 자금조달을 한다거나 우호 지분을 관리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자기주식은 자산이 아니니 담보로서 가치가 없죠. 그런데 마치 토지나 기계 등 가치가 있는 자산처럼 제3자에게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조달하고, 그 제 3자는 최대주주의 우호세력이 되어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여 왔죠.
자기주식을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거나, 사채 상환의 수단으로 쓰는 것을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 자기주식은 살아있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합병이나 분할시에도 신주를 배정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를 금지하게 되면 이른바 자사주마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정책브리핑을 통해 밝힌 구체적인 기대효과는 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분할·합병시 자기주식에 신주배정을 금지함으로써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을 차단(자사주 마법의 원천 차단). △주주환원을 유도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을 제거(기업 밸류업의 제도적 완성). △실적과 주주소통을 통한 경영권 방어 독려(경영권 방어 관행의 정상화). 등이 그것입니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로 자사주 마법이 불가능해졌다거나, 주주가치가 상승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언론에서 워낙 많이 다루어져서 익숙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아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인 영향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입니다. 그 동안 자기주식은 비상금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자금이 필요할 때 시장에 매각하면 즉시 현금화가 되니 일종의 유동성 보강장치 같은 것이었죠. 그러나 이제 그게 불가능해졌으니 기업들은 현금 보유고(Cash Buffer)를 더 높게 가져가야 합니다. 신용등급이 낮아서 자금조달 여력이 떨어지는 회사일수록 그 필요성이 더 커집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주주환원의 수단으로 배당보다 자기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주가부양을 위해 주기주식을 매입하겠다고 생색을 낸 뒤 나중에 다시 내다 팔거나 경영권 방어에 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매입한 자기주식을 소각해야 하니 자기주식 매입에 들어간 자금은 영구히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야 그냥 깔끔하게 현금배당이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 겁니다. 자기주식을 매입 후 소각하면 영구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당순이익(EPS)를 높이는 효과에 매료된 기업이라면 배당보다 소각을 선택할 것이고요.
인수합병(M&A)에서 자기주식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돼 왔습니다.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현금 대신 이미 취득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대가로 지급한다거나, 두 기업의 주식을 서로 교환(Swap)함으로써 현금을 최소화하면서 M&A에 성공할 수 있었죠.

주식스왑을 통한 M&A는 매우 유용한 자기주식 활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기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되었으니 M&A를 위해 자기주식을 미리 쌓아두는 전략을 사용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M&A시에 전액 현금으로 매수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신주를 발행해야 합니다.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것이나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나 똑같지 않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은 정관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목적도 경영상 목적으로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됩니다. 단순히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주는 것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의 상장사들이 무분별에 가깝게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일삼기는 합니다만, 이건 사실 시장 교란행위로 볼 수 있죠. 정상적인 기업의 이사회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매우 엄격한 편입니다. 하지만 자기주식 처분은 이사회의 고유권한이었고 특별한 법적 제한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법개정으로 신주발행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자기주식을 특정인에게 처분할 때도 신기술 도입이라든지, 재무구조 개선이라든지 등 경영상 목적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특히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하려면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이사회 마음대로 ‘밀실 처분’이 불가능해진 것이죠.
상법은 신주 발행에 대해 ‘발행 유지청구권’이나 ‘발행 무효의 소’를 인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을 특정인에게 처분하는 경우에도 주주의 유지청구권이나 발행 무효의 소를 준용할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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