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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의 부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실적이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네요. 갑자기 생긴 현상은 물론 아닙니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범람하고, 1인 가구들이 증가하고, 가성비 좋은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사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대형마트의 인기는 서서히 꺾여 왔지요.
결정적 한방은 역시 '쿠팡'일 겁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더 이상 쿠팡만의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유통채널이자 전에 없던 소비문화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대형마트에서 커다란 카트에 생활용품을 잔뜩 담아 줄을 지어 계산한 뒤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휴대폰에서 쇼핑 앱을 열고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주문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게 끝납니다.
쿠팡의 도전, 이마트의 응전
생활필수품의 대량 할인구매로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던 대형마트에게 이 새로운 소비패턴은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형마트의 장점 중 하나인 신선식품마저 쿠팡이 새벽배송 해주는 걸요. 그것도 최저가로.
오프라인 유통업태인 대형마트의 선두주자는 이마트입니다. 1993년 이마트 창동점에서 처음 시작해 생활용품의 필수적인 쇼핑공간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마트가 들어서면 그 동네 상권은 초토화될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마트로 상징되는 대형마트는 쿠팡을 대표선수로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유통업태와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나 시장에서 지위는 여전히 이마트가 앞서고 있지만, 흐름은 쿠팡쪽에 있습니다.
이마트도 반격을 시작했죠. 지난해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서 올해 통합법인을 출범시켰죠. 2014년 신세계와 공동으로 론칭한 SSG.COM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로켓배송 만큼이나 빠른 쓱배송을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맞불작전인 셈이죠.
이마트와 쿠팡의 빠른 배송 전쟁은 두 회사의 아킬레스 건의 충돌이기도 합니다. 쿠팡의 매출액은 연간 5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자본잠식에 빠져 있습니다. 전국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라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등에서 받은 외부 자금을 다 소진했고,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라 인건비 부담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매출이 늘수록 적자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마트의 쓱배송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게 확충돼야 새벽배송(쓱배송굿모닝)이 가능합니다. 물류센터 확충에는 부지 확보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요.
쓱배송의 출범은 오프라인 강자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 시장을 두고 쿠팡과 한판 전쟁을 시작한 겁니다. 자금력의 한계와 불리한 비용구조를 가진 쿠팡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남의 안방에 들어가 싸움을 건 이마트로서도 당분간 피를 흘리지 않을 수는 없겠죠. 오프라인 매장은 이미 한산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모로 흥미로운 싸움입니다.
성장 멈춘 대형마트 시장
통계청의 서비스업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성장은 이미 지난해 멈추었습니다. 매출액 33.5조원으로 처음으로 역신장을 기록했죠. 2016년까지는 면세점 매출이 포함되면서 양호한 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면세점을 빼 보니 아니었습니다.
대형마트 시장에서 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45%(2016년 기준)가 넘습니다. 아마 최근 기준으로 하면 점유율이 더 높아졌을 겁니다. 롯데마트가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최근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에 휩싸여 있습니다. 2017년 매출 감소는 아무래도 롯데지주로 일부 사업이 이관되면서 발생한 것 같지만, 지난해 매출 감소는 변명할 게 없습니다. 매출 감소보다 충격적인 것은 롯데마트가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홈플러스는 상당한 부진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형마트 시장이 역성장했다면 이마트의 매출 역시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죠. 이마트의 할인점 매출은 분명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네요.
정체기 시작된 이마트의 확장
하지만 연결법인 이마트의 매출은 뚜렷하게 늘고 있습니다. 정체나 둔화라는 단어 하고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할인점 외에 종속회사 매출이 더해지거나 늘어난 것이죠.
이마트 연결법인에 속한 계열사는 유통사업만 10개에 달합니다. 여기에 식음료사업을 벌이는 신세계푸드와 스타벅스코리아 등, 건설업의 신세계건설, 호텔업의 신세계조선호텔 등의 실적이 더해져야 이마트연결법인이 됩니다.
여러 사업부문이 있지만 여전히 핵심은 유통사업이죠. 이마트 연결실적은 유통사업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장 정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용진 부회장의 투자결정도 마찬가지로 유통사업에 집중되어 있지요.
이마트는 할인점 매출의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SSG.COM이고요. 이마트에브리데이(소형마트), 이마트24(편의점) 등 역시 후발주자로 참여한 것입니다.
자회사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거꾸로입니다. 오히려 손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마트 연결법인의 영업이익은 늘 이마트 개별법인을 밑돌고 있습니다. 할인점 매출로 남긴 이익을 자회사들이 까먹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이마트의 고민이 있겠습니다. 할인점 이마트도 예전 같지 않거든요. 매출은 더 이상 늘지 않고 이익도 덜 납니다. 심지어 올해 2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죠.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업태로 등장한 쿠팡과 경쟁하려니 SSG.COM을 비롯해 자회사들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매출은 늘겠지만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쿠팡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해 그 만큼의 자금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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