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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경영 실패에 대한 고백인 동시에 사업 전략의 생존을 위한 승부수라는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4년 만에 차입금이 9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업황 악화에 대비한 현금 흐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신용등급 하락의 위기에 몰려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명백한 재무 관리의 패착입니다. 유상증자 계획이 수정되었지만, 최초 계획한 증자자금의 60% 이상이 채무 상환 용도로 배정되었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빚을 털어 내기 위한 수습 방안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투자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했고, 이미 차입금 부담이 과중해 유상증자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양광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의 ‘솔라 허브’ 투자가 한화솔루션 사업 구조조정의 핵심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생존 확률을 높이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쉽게 생각하는 면이 있습니다. 주주의 지갑을 여는 행위인데 그 투명성과 타당성에 대한 고민이 깊지 못한 편이죠. 경영실패로 인한 유상증자의 성격이라면 먼저 용서를 구하고,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 부분도 좀 부족한 편입니다.


단순히 '운영자금 확보'나 '채무 상환'이라는 추상적인 명목은 주주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자금 투입으로 인한 투자수익률(ROI)을 증명해야 하고, 차입금이나 자산매각이 아닌 증자를 선택한 논리적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또한 최대주주가 실권 없이 전량 참여하지 않으면 일종의 배신 행위라고 할 수 있죠. 더불어 증자 이후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경영진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각오를 밝힌다면 더욱 좋겠죠.


유상증자는 필연적으로 주주가치 희석을 유발합니다. 이에 대한 보상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증자 발표와 동시에 향후 배당성향 확대나 자기주식 소각 등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로드맵이 함께 발표된다면 주주의 신뢰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화가 120% 참여를 선언하고 향후 5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강화 방안을 밝힌 것은 잘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에 대해 금융감독원과의 사전 합의를 언급했다가 재무담당자가 경질되고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은 결국 회사와 주주간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발 빠르게 증권신고서를 수정하고 증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시장과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으려 한 건 한화솔루션이 노력한 대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7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1조 8,144억원으로 5,832억원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신주 발행 주식은 5,600만주로 1,600만주 줄었고 예상 발행가액도 3만 2,400원으로 900원 낮아졌죠. 시설 투자자금 용도는 9,077억원으로 동일하고 채무 상환 자금을 줄여 9,067억원이 되었습니다.


9,067억원으로 어떤 채무를 갚을 것인지도 정정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산업은행에서 받은 시설자금대출 2,634억원, 운영자금 용도의 외국은행 대출 500억원, 회사채(공모사채, 사모사채, 변동금리부사채) 2,833억원, 그리고 기업어음 3,100억원 등이죠.


그런데 한화솔루션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연결 기준으로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이자 포함)은 7조 8,518억원에 달합니다. 내년 이후 만기 도래하는 원리금은 8조 3,932억원이죠. 매입채무나 미지급금 등을 포함한 금융부채로 따지면 올해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원리금이 약 12조 1,162억원으로 전체 원리금 21조 747억원의 약 57.49%에 달합니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전부 갚을 수는 없습니다. 국내 차입금 중 일부를 유상증자 대금으로 우선 상환하고, 나머지와 해외 차입금은 자금 여건 등을 고려해 만기 연장하거나 상환하거나 하게 되겠죠. 일단 올해 상환계획으로 잡은 차입금은 약 2조 1,032억원입니다.



2조 1,032억원의 차입금을 상환계획으로 잡은 근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신용등급 방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리스부채를 포함한 한화솔루션의 총차입금은 약 15조2,917억원으로 현재 신용등급(AA-)에 비해 높은 편이고,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 강등에 대한 경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 동안 자산 매각이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 왔지만, 결국 대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죠.


한화솔루션은 만약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상환 또는 차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차입금으로 약 1조 8,002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 외에 신용등급 하락 시 연장이 불가능한 한도대출 5,250억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신용등급 하락 시 즉각적으로 상환부담이 되는 차입금보다 약 3,000억원 많은 상환계획을 세움으로써 신용등급 유지를 꾀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신용평가 3사 중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락 트리거는 순차입금/EBITDA 3.5배입니다. 2025년말 현재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EBITDA가 30.1배이니, 차입금의 대규모 축소와 함께 EBITDA의 대폭 증가가 수반되는 재무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1조 8,144억원의 유상증자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꺼낸 카드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의 자산유동화와 한화임팩트 지분 매각이죠.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57% 보유)는 ㈜한화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게 되는 신설 지주화의 자회사가 되죠.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매각한다면 지배구조 전환이 한층 진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화솔루션과 사업적으로 접점이 없는 비영업자산이니 팔 수 있으면 팔아야죠.


한화임팩트는 삼형제가 지배하는 한화에너지가 52.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47.93%의 지분을 갖고 있죠. 그런데 한화솔루션과 한화임팩트는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기술과 생산된 수소를 보관하는 고압 탱크 제조를 담당하고, 한화임팩트는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수소 혼소 발전과 터빈 개조 사업을 주도합니다. 또한 한화임팩트가 투자회사로서 발굴한 유망 기술은 향후 한화솔루션의 첨단소재 부문이나 태양광 사업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결합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화임팩트는 2025년 한화솔루션의 적자를 줄여 준 효자이기도 합니다. 한화솔루션의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이 2024년 1조 3,690억원에서 2025년 6,153억원으로 감소했는데 한화임팩트 등 관계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지분법 이익이 발생한 영향도 없지 않습니다. 한화임팩트의 실적은 올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지분을 매각한다면 그로 인한 효과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한화임팩트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은 한화솔루션이 이미 자구방안으로 매각을 검토했다가 팔지 않기로 한 자산입니다. 둘 다 경영권이 없는 비상장사 지분이어서 투자자에게 현실적인 회수(Exit) 방안을 보장하기 어려웠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적자 기업이라서 매각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팔려면 계열 내에서 팔아야 하는데, 매수 주체가 되어야 할 한화에너지와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게 될 신설 지주회사에게 상당한 자금 압박이 따를 수 밖에 없죠. 매각 검토를 중단했던 자산을 다시 팔기로 방침을 바꾸었으니 유상증자 규모 축소에 따른 궁여지책일 것입니다.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한화솔루션의 자금수지 계획에서 핵심 중의 핵심은 유상증자도, 자산매각도 아닌 1조 6,480억원의 EBITDA 창출입니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이 성공한다고 해도 EBITDA 창출에 실패하면 순차입금/EBITDA 배율을 충분히 낮출 수 없고, 결국 신용등급 하락의 방아쇠가 당겨지는 걸 막을 수 없게 됩니다.


2024~2025년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EBITDA는 연간 4200억원 미만입니다. 순차입금은 그 보다 30배 이상 많습니다. 올해 한화솔루션은 순차입금을 2조 3,380억원 축소할 계획입니다. 순차입금/EBITDA는 6.2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간 만들어 내야 할 EBITDA가 1조 6,480억원입니다.


EBITDA 1조 6,480억원 달성을 위해서는 확실한 실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13조원 초반인 매출액이 20조원 이상으로 50% 이상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8,829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수치를 내놓았습니다. 전망인지, 목표인지 불확실하지만 그렇게 되면 EBITDA 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고 순차입금/EBITDA 배율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한국기업평가가 트리거로 제시한 순차입금/EBITDA 3.5배 미만을 충족하지는 못하죠. 하지만 태양광 산업의 호조와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조정을 한화솔루션이 다시 AA-등급에 걸 맞는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하락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겁니다. 신용평가사들이 은근히 참을성이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