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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더블 카운팅’ 등의 논란을 낳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중복상장(모-자회사의 동시 상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올해 추진되고 있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더불어 자본시장 개혁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8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그 중 주식시장과 기업에게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상장폐지 절차 개선을 통한 부실기업 퇴출과 모-자회사 중복상장 원천 금지입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질적 심사기준에 엄격한 기준의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할 방침이죠. 또한 자회사 상장 시에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영향을 평가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죠. 또 이사회 논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지난 4월 16일에는 금융위원회 주최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 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중복상장 원칙 금지의 의의를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도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중복상장은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월등히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중복상장 비율(전체 시가총액 중 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의 시장가치)이 미국, 일본이 1.98%, 4.38%에 불과한 반면 국내 시장은 무려 18%에 달합니다. 또 2010~2021년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중복상장 기업이 자회사 기준으로 157개사로 전체의 20%에 이릅니다.
국내 중복상장 비중은 2000년대 초반 5%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그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쪼개기 상장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LG에너지솔루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분할이 있고 카카오페이, 현대에너지솔루션, 두산로보틱스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처럼 신규 법인을 설립한 후 상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인적분할을 하면서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에 의한 중복상장 사례로는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을 들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경우로는 상장사인 SK텔레콤이 또 다른 상장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인수해 중복상장이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왜 한국에서만 유독 중복상장이 빈번하게 발생했을까요? 금융당국과 연구자들은 모회사의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확장 방식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모회사의 최대주주가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거나 지배권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자본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기업집단을 키우는데 중복상장이 딱 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2024년의 한 연구(이은정)에 따르면 2019~2024년 6월까지 중복상장된 78개사를 분석한 결과 비상장 자회사가 IPO 대신 유상증자로 자본을 조달하고, 상장모회사가 납입금을 유상증ㄹ자로 조달한다면 모회사 최대주주 지분이 평균 5~9.5%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모회사의 최대주주는 중복상장으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효과를 보지만, 일반주주는 손해를 봅니다. 자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권과 통제권을 상실하고 간접지분도 희석되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 중 하나입니다. 모회사의 주주와 자회사의 주주 간에도 이해상충이 생깁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가 모회사에게 유리하게 이루어진다면 자회사 주주가 손해를 보고 그 반대라면 모회사 주주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더블카운팅은 중복상장으로 인해 모회사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상장된 자회사의 이익은 주식시장에서 독립적으로 평가되고, 그에 따라 자회사의 주가가 결정되죠. 그런데 자회사의 이익은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도 중복해서 반영됩니다. 자회사가 비상장사라면 자회사 가치의 전체가 모회사에게 반영되겠지만, 상장 자회사는 이미 독립적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모회사 가치에 포함되는 자회사의 가치는 할인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2.18%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시가총액은 62.7조원에 달하니까 약 20조원의 가치가 한화㈜의 몫인 셈입니다. 그런데 한화㈜의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죠. 약 20조원에 달하는 가치의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소유 지주회사 할인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게 주요 사업목적이라 자회사 지분이 사실상 매도 불가능한 자산이죠. 현금화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말이죠. 자회사 배당 성향이 낮으면 자회사가 이익을 내더라도 모회사 현금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 역시 모회사 지분가치가 저평가되는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달 16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중복상장이 실제로 모회사 기업가치의 하락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00~2024년 중복상장 중 261건을 대상으로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을 했는데요. 자회사 상장 공시일부터 상장 전일까지 모회사 주가는 상장했지만, 상장 이후부터는 주가가 하락했고, 시간이 갈수록 주가하락 폭이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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