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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사실 온라인 중심의 소비패턴 변화에 선방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의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는 달리 신규 점포의 출점으로 매출 감소를 막았고 마진의 하락 폭도 경쟁자들에 비해 적었습니다. 대형 할인점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하고 있는 선도업체의 위용이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트 역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온라인 소비채널이 위메프와 티몬 같은 온라인판매업체, 쿠팡과 같은 온라인판매중개업체 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 판매 비중 확대로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부터 마진율이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마진율 하락의 기울기는 더욱 커졌습니다.



마진율이 떨어져도 매출이 견조하게 증가만 해준다면 걱정할 게 없죠. 이익창출의 규모는 커질 수 있으니까요. 그게 아니니까 문제가 됩니다. 매출이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어도 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마트(개별) 사업부 중 핵심인 할인점 매출은 지난해 1.3% 감소했습니다. 연간 매출이 증가한 것은 트레이더스 등 다른 사업부 매출이 보태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점 매출은 2.8% 줄었습니다. 감소 폭이 더 크죠.



올해는 정도가 더 심합니다. 회사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1~8월 할인점 사업부 매출은 3.0% 증가했습니다. 매출이 증가했는데 왜 더 나쁘다고 할까요? 올해 매출에는 ㈜광주신세계에서 영업양수한 이마트 광주점의 매출이 더해졌습니다. 지난해말 분할한 에스에스지닷컴(SSG.com)에 대한 상품공급 매출과 각 점포에서 배달되는 온라인몰 주문에 대한 매출액도 할인점 매출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1분기에는 이마트 의왕점 신규 출점이 있었죠.


매출이 늘었다고 하기 보다는 지난해까지 없던 이런 저런 매출이 더해졌다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빨랐던 추석 연휴의 영향입니다. 추석 연휴가 9월 초로 이르게 오면서 8월 할인점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전월 대비로는 13.1% 늘었습니다.


기존 점의 매출이 중요합니다. 이마트 할인점 부문 매출의 진정한 추세는 기존점 매출이라고 봅니다. 신규점 진출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고, 그 효과 역시 갈수록 떨어질테니까요. 올해 1~8월 이마트의 기존점 매출은 3.5% 감소했습니다. 이른 추석 연휴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매출 감소 폭이 더 커졌습니다. 7월까지 기존점의 매출 감소 폭은 4.5%였습니다. 추석효과가 반영된 8월 실적 덕분에 감소세가 둔화된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점포당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은 고용인력면에서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압도합니다. 사실상 공간만 제공하는 백화점과 달리, 공급업체에서 물건을 자기계산으로 매입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영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재고부담도 큽니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보다도 크지요. 올해 3월에 한국기업평가가 작성한 보고서(백화점과 할인점, 시계 제로에 봉착하다)가 있더군요. 거기에 할인점의 인건비와 재고부담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그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할인점 2개사(이마트, 롯데마트)의 고용 인력은 평균 2만명이 넘습니다. 백화점 3사(롯데백화점, 신세계, 현대백화점), SSM 2개사(GS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는 4000명이 넘지 않습니다. 편의점 2개사(GS편의점, 비지에프리테일)는 2000명대입니다. 인력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곧 고정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죠. 고정비 부담이 높으면 매출이 감소할 때 이익이 감소하는 속도는 훨씬 빨라집니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지요. 6월말 현재 이마트의 고용 인력은 2만5850명에 달합니다.


매출액 대비 재고부담 역시 오프라인 업태 중 가장 높습니다. 백화점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요. 슈퍼마켓이 4.6%, 편의점이 3.5%인데 할인점은 5.9%에 이릅니다. 이마트의 기말 재고자산은 2017년까지는 연간 매출액의 6% 선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6.5%로 꽤 늘었습니다. 올해 매출이 상반기 매출의 두배라고 가정하면 7.6%로 훨씬 높아집니다. 이게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겠죠. 하반기에는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고 회사도 재고자산이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관리를 하겠지요. 그래도 재고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는 어렵네요.



매출이 정체되는데 재고가 늘면 운전자본부담이 커집니다.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처럼 영업을 하다 보면 돈이 묶이는 자산이 생기게 되는데 그걸 운전자본이라고 합니다. 아주 간단히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합한 뒤 매입채무를 빼는 식으로 운전자본을 계산합니다.


운전자본에 돈이 묶이면 회사가 창출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감소하게 됩니다. 매출이 정체되고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 현금흐름 창출은 더욱 더디겠죠. 지금 이마트가 딱 그렇습니다. 운전자본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거의 그 동안 연간으로 빠져나간 만큼이 운전자본에 묶였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지요.



이마트 할인점 부문이 지금 처한 상황은 이미 롯데마트나 홈플러스가 겪었을 일입니다. 할인점 유통업계 공동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외형을 대폭 늘려 매출을 크게 키우거나 허리띠를 졸라 매는 비용감축에 나서야겠죠? 확대 경영이냐 축소 경영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할인점 사업의 확대 경영은 더 이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규 점포의 출점은 앞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소비채널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마당에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건 시장의 트렌드에 맞지 않습니다. 신규 출점의 효과가 예전에 비해 크게 적을 것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이마트가 없는 곳이 없어서 더 들어설 땅도 없어 보입니다.


해외 진출에서는 이미 고배를 한번씩 마셨습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모두 중국에서 대패를 하고 말았죠. 이마트는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월마트 등 미리 중국시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던 해외 유통업체들에 치여 제대로 경쟁해 보지도 못하고 돈만 날렸습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비교적 선전을 하는 모양인데 아직은 손익분기를 맞추는 수준입니다.


결국 이마트가 거느리고 있는 다른 자회사들이 힘을 내줘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역시 신세계와 이마트가 온라인사업부를 떼어 합친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이 이마트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죠.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결판을 낼 작정인가 봅니다. 이 싸움에서 이마트가 유리할까요?